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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큰글자도서)
정선임
다산책방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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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선임 저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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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리더스원 큰글자도서

책소개

목차

요카타
무슨 말인지 알죠
우리가 우리였던
얼음이 떨어지던 밤
구부린 마음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귓속말
몰려오는 것들

해설 슬픔을 실현하는 이야기_소유정(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 소개 1

인천에서 태어났다. 2018년 중앙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부분에 『귓속말』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로 2022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2023년 단편소설 『요카타』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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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89*291*30mm
ISBN13
9791130696294

책 속으로

요카타, 라고 말하면 마음이 놓였다. 요카타는 다행이란 말보다 더 다행 같았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어도 요카타라고 말하면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요카타, 라는 말로 체념하고 요카타, 라는 말로 달래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오늘을,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요카타」중에서

나는 율리아가 더 좋아했던 할머니일까. 미워했던 할머니일까. 가슴을 아프게 하는 할머니가 나라면 웃게 만든 할머니는 당신인 걸까.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를 닮은 얼굴로 율리아는 우리가 되지 않겠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죠」중에서

“고양이는 행복할 때 진동 소리처럼 몸을 울리는 소리를 내는데 사실은 아플 때도 그래. 그 소리를 우리가 구분할 수 있을까? 내가 제대로 구분한 건지 자신이 없어.”
---「우리가 우리였던」중에서

훼손되지 않도록. 지원은 그 말을 중얼거리다 문득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뒤돌아보니 어느새 따라온 현우가 자전거에 탄 채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쩌면 여기서도 우리는 결국 똑같이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그 예감이 주는 불길함에 대해 지원은 그때도 말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얼음이 떨어지던 밤」중에서

내 앞으로 다가온다. 작은 발소리와 숨소리도 가까워진다. 손을 뻗는다. 익숙한 온기를 붙잡기 위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다시 손을 내민다. 몇 번이고 헛손질해도 괜찮다. 다시 잡을 수 있다면. 양이니? 어둠 속에서 기다리다, 또다시 부른다. 양이야. 몇 번이고 부를 수 있다. 분명 두 마리라고 했으니까.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중에서

수경의 눈에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경은 지금이 몰려오고 있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침식당하지 않고 갉아 먹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되도록 온전한 모습이기를. 수경은 두 손을 모으고 기다렸다.

---「몰려오는 것들」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요카타’의 세계로 최대한 많은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다.
소설이라는 장(場)에서 함께 웃고 싶어서. 함께 있는 힘껏 쓸쓸해지고 싶어서.”
_조해진(소설가)

현실을 녹인 이야기와 따뜻한 문장으로
지속적인 삶을 향해 부드럽게 나아가는 여덟 편의 이야기


정선임 소설에서 고난은 예정된 파도처럼 온다. 불길한 파동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멀리서도 감지할 수 있다. 마침내 세찬 물살에 부딪혔을 때 인물들은 흐려지거나 지워지거나 밀려나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고난은 늙음, 가난, 생계, 죽음 등 다양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요카타」의 화자 연화에게 있어서 삶이란 그저 견뎌내는 것에 가까웠다. 100세라는 나이와 이름부터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무심했던 아버지에 의해 출생 신고 없이, 죽은 언니의 호적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었다. 순간순간마다 연화는 이물질처럼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덜그럭거리는 존재를 발견하는데 그것은 바로 96세의, 이름 없는 진짜 자신의 모습이다. 연화가 그것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수심 깊은 곳에 묻혀 사라질 뻔했던 이야기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휩쓸리거나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정선임의 인물들은 자리를 지키고 서서 삶을 또렷하게 직시하고자 한다. 그 의지는 표제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안에서 이름을 부르는 행위가 된다. 비대면 뜨개 모임에서 만난 지연의 부탁으로, 빈집에 남겨진 고양이들을 돌보기 위해 ‘나’는 그녀의 집을 찾지만 모습을 드러내는 건 ‘고’ 한 마리뿐이다. 나머지 한 마리, ‘양이’의 부재는 소설 내에서 정체 모를 불길함을 암시한다.

몇 번이고 헛손질해도 괜찮다. 다시 잡을 수 있다면. 양이니?
어둠 속에서 기다리다, 또다시 부른다. 양이야.
몇 번이고 부를 수 있다. 분명 두 마리라고 했으니까.(225~226쪽)

그러나 ‘나’는 양이의 이름을 부르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호명만이 존재를 사라지지 않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 것처럼. 이름이 필요한 또 다른 이가 「얼음이 떨어지던 밤」에 있다. 프리랜서 PD로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에 실패해 섬으로 내려온 현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집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것. 그 사실이 담긴 문서에 이름을 새겨 넣고, 안정적인 자리를 확립하는 것. 그러나 그의 연인인 지원은 아무런 확신 없이 안정감만을 위해 그 모든 것을 추진해야 함에 불안을 느낀다. 연고자도 없는 섬으로 떠밀리듯 도달한 두 사람에게 찾아든 불길함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무연고자의 무덤으로 구체화된다.

한편 「우리가 우리였던」의 고모와 은재는 사회가 제시하는 관습적인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찾고자 했다. 화자인 ‘나’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모가 남긴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삼기 위해, 고모의 동거인이었던 은재에게 퇴거 명령을 전하려 한다. 집안 어른들은 결혼하지 않고 함께하는 둘을 불편하게 여겼지만, 그 집에는 사랑을 듬뿍 받는 고양이와 노래와 음악, 달큼한 술, 행복으로 충만한 시간들이 있었다. 버려진 가구마저도 그곳에 두면 빛나던 것을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을 저버려야 하는 지금, 은재는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는 듯 담담하게 고모의 석실 앞에 고양이 치자의 작은 관을 묻는다.

“여기 있다는 걸 우리가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113쪽)

눈 부셨던 지난날들은 온기가 되어 땅 위에 새겨진다. 속이 텅 비었던 「얼음이 떨어지던 밤」의 무연고 묘와는 달리 고모와 치자의 묘는 ‘우리가 우리였던’ 시간으로 충만하게 차오른다. 이 충만함은 쏟아지는 주홍빛 햇살을 받으며 광장에 꼿꼿하게 서 있는 「구부린 마음」의 ‘나’를 통과한다. 이직을 반복하며 새로운 직장에 짐을 풀 때마다 ‘나’는 전임자가 그 자리에서 버티기 위해 애썼던 흔적들을 발견하곤 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온 ‘나’가 지금 모르는 사람의 부탁 때문에 이토록 긴 줄의 끝에 서서 반나절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녀는 이탈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의 가치를 안다. 자리 없이 오래 떠돌아 본 적 있기에,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현재의 그 꼿꼿함은 마침내 눈부시다.

이미 늦어 가망이 없고 무용한 일로 느껴지는 것일지라도 정선임 소설 속 인물들은 그것을 지키고자 한다. 되찾고, 위로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귓속말」은 젊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와 한국에서 불법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 썸낭의 삶과 죽음을 그린다.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화자 ‘대수’는 아내의 죽음과 썸낭의 죽음을 거치며 자신이 놓쳐버린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한다. 「몰려오는 것들」에 이르러 떠밀리고 잊힌 자들의 죽음은 더욱 만연해진다. 수몰 사태라는 대재앙 앞, 죽은 이에게 무덤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잔혹한 현실 앞에서도 삶의 열의를 잃지 않고 애쓰는 이들이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서점을 열고, 사지 않는 그림을 그리며. 그리고 무언가를 지키고자 애쓰는 이들을 지켜봐 온 한 노인이 죽음을 앞둔 채로 병상에 누워 있다(「무슨 말인지 알죠」). 그녀는 말한다.

나는 율리아가 원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어. 아들이 원하던 세상도. 그래도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도 몰랐던 우리보다는 나을 거야. 율리아는 싸우고 있어.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과 자신을 품어주었던 것들과 그래서 몸과 정신의 일부가 되어버려 어떻게 분리해야 할지 모르는 것들과. 어떤 세상이 올지 보지 못하게 되는 건 아쉽지만 괜찮아. 아니, 그래서 다행인 것도 같아. 무슨 말인지 알 거야. 당신은.(78쪽)

다행한 삶을 위해 우리는 각자 분투한다. 치열한 일상에 지쳐, 때로는 깊은 어둠 속에서 숨죽이는 고양이처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고 싶다. 잊히고 싶다. 그러나, 잊히고 싶다는 생각의 한편에는 잊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다.

“잃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오래도록 쓰고 싶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정선임은 어딘가에 조심히 자리를 잡고 웅크린 채 애쓰는 고양이와 같은 존재들을 우리 앞에 힘 있게 데려다 놓는다. 누군가가 돌아보고 믿어주고, 기억해 준다면 존재는 영원히 지속된다. 있는 곳이 어디든, 자기 존재를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추천평

정선임의 소설들은 우리 주변의 낯설고 잊힌 존재들과, 그들 곁에서 엉거주춤한 우리 모습을 동요없이, 지그시 바라본다. 알고보면 대단치도 않은 것들을 우리는 낯설어한다. 늙음, 가난, 이주민, 소수자 같은 존재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드문 것도 아닌데, 한사코 놀라고 못본 체 황급히 시선을 돌리려한다. 아마 구석기시대부터 이어진 백만 년의 시간 어디쯤에서 그렇게 배웠을 것이다. 오래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사랑과 연대의 방식이다. 우리에게 머무는 그의 시선을, 그 눈길에 묻은 온기를 사랑한다. 그 시선의 존재만으로 우리의 삶은 남루한 그대로인 채로 어떤 품격에 다다르는데, 아마도 그것은 가장 오래된 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지점일 것이다. - 심윤경 (소설가)
가끔 생각한다. 소설은 결국 쓸쓸한 사람들의 쓸쓸한 이야기가 아닐까, 라고. 정선임의 첫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읽는 동안 그 생각은 한층 더 짙어졌다. 정선임 소설 속 인물들은 단정하고 차분하지만 돌아서 있을 때의 얼굴은 너무도 쓸쓸해서 꼭 안아주고만 싶었다. 문장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면 모르고 스쳐 지나갔을 얼굴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을 따라 읽으며 ‘요카타(다행이다)’라고 수시로 중얼거리곤 했던 건 그 쓸쓸한 얼굴이 결국 애틋하게 다정한 얼굴로 뒤바뀌는 마법 같은 순간이 있어서였다. 아름다운 소설들을 읽으면 늘 그렇듯 마음이 아프면서도 웃게 된다. 웃으며 슬퍼진다. 정선임 소설이 조심스럽게 펼쳐 보이는 이 ‘요카타’의 세계로 최대한 많은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다. 소설이라는 장(場)에서 함께 웃고 싶어서. 함께 있는 힘껏 쓸쓸해지고 싶어서. - 조해진 (소설가)
정선임의 인물들은 다정하면서도 서늘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사말이라도 한마디 건네면 조금 웃거나,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돌아보거나, 태연히 맞받아칠 것 같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지나쳤던 듯한 인물들. 이들이 별일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특유의 우아한 태도로 언뜻 내보이는 서늘한 구석은 삶이 이어져왔으며 또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그것이 이 인물들을 놀랍도록 살아 있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연화와 율리아를, 은재와 썸낭을, 대수와 지연을 만나고 있다. 어쩌면 비대면으로. 그러나 대단히 긴밀하게. - 한유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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