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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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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24g | 134*200*16mm
ISBN13 9791165347062
ISBN10 1165347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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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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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숫자가 적힌 페이지에 손바닥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이들이 받을 벌을 정해주시면 됩니다. 이러한 당신의 헌신에 대해 마땅한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 p.7

현관문 밖에는 두 개의 물건이 놓여 있었다. 다온이 예상했던 음료임이 분명한 커다란 택배 박스와 처음 보는 가벼운 책 하나. 다온은 쭈그려 앉아 책을 제 눈높이로 들어 올린 뒤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
생소한 책이다. 이런 제목의 책은 정말이지 산 적도, 본 적도 없었다. 다온은 애초에 종이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었다. 낯설디낯선 그 책은 쨍하니 붉은색에 별다른 무늬 없이 금색으로 제목만 적혀 있었다.
‘이런 게 왜 우리 집 앞에 있지?’
--- p.14

여자가 말을 건넨 사람보다 먼저 보인 것은 불그스름한 빛이었다. 순간적으로 불꽃이 문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때처럼……. 태양처럼 밝고 화마처럼 불길한 불꽃이 다온의 세상을 점령해 버린 듯했다. 다온은 그대로 굳어 불꽃처럼 쏟아지는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대면해야만 했다.
- 컥.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의 숨 막힌 작은 비명에 세상이 다시 제 시간을 찾아 돌아갔다. 퍼뜩 정신을 차린 다온의 눈에 여자의 입을 굳게 막고 있는 남자의 두꺼운 손, 그리고…… 여자의 발치에 떨어지는 검붉은 빛의 액체가 보였다.
“헉.”
다온은 너무 놀라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뛰어갔다. 누군가가 다쳤다. 푸르스름한 빛이 스러지고 다온이 불꽃이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문밖으로 사라진다. 어둠 속으로.
--- p.26

“어떻게 이 사람 소식을 알 수는 없나?”
어느새 잔뜩 몰입한 다온은 답답함에 연우한테 토로하다가 순간 무언가가 생각나 “아!” 하고 소리쳤다.
“야, 야! 서연우! 나 네 인별 좀 써도 되냐?”
‘내가 소식을 모른다면, 알 수 있도록 하면 되지!’
그리고 그러려면 일단 그 사람이 범인으로 체포되어야 한다. 다온은 그 사람의 얼굴을 알고 있는, 어쩌면 유일한 목격자니까. 다온은 할 수 있다. 아니, 다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당연하지. 얼마든지 써도 돼. 지금 인별이랑 다른 SNS 아이디, 비번 전부 톡으로 보내줄게.”
“내가 무슨 내용을 쓰든 상관없어?”
“물론이야. 원하는 대로 글 써도 돼.”
다온은 조금 기가 막힌 기분으로 자신을 향한 신뢰로 가득 찬 연우의 얼굴을 쳐다봤다. 연예인 SNS 계정을 빌려 글을 쓰겠다는데 저렇게 선뜻 다 알려주다니. 됐다. 쟤가 저러는 게 한두 번인가. 다온은 애써 그 신뢰 가득한 눈빛을 외면하고 자신의 핸드폰으로 연우의 인별 계정에 접속했다. 그러고는 신중히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 p.39

이왕 들어온 거 일단 새로운 사건을 처리하고 오자. 그러고는 연우한테 말하는 거야. 이번엔 이런 사건이 있었어. 거봐, 벌은 이런 사람이나 받는 거야. 그러니 너는 굳이 벌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다온은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어딘지 익숙한 아파트 단지 속, 푸른빛의 사람이 눈에 띄는 순간 다온은 말을 잃었다. 빛을 뿜어내는데도 분명히 보이는 뚜렷한 이목구비. 몸을 웅크리고 있는데도 알 수 있는 큰 키.
연우였다. 어린 날의 서연우.
다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붉은빛을 내는 가해자는…… 다온이었다.
--- pp.88~89

“그때 이후로 장현우 씨가 택배를 배달할 때마다 그 사람이 직접 나와서 받기 시작했어. 장현우 씨는 친절했고, 종종 짧은 사담을 나누기도 했어. 오늘은 배가 너무 고프네요, 오늘은 일이 적은 편이어서 빨리 퇴근할 수 있겠어요. 그런 것들.”
그러고 나서 이해준은 입을 다물었다. 다온은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그리고?”
“이게 끝이야. 고작 이게 다인데, 그 사람은 행복함을 느낀 거야. 상대방이 행복해지길 원할 정도로.”
다온은 잠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다온의 붉은 책에서는 언제나 거창한 사연이 들어 있었다. 증오, 원망. 그런 것들이 생겨나게 된 원인이 있었고,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해준의 푸른 책은 달랐다. 이게 다야? 싶은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다.
--- pp.21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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