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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열받았다

[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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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16g | 140*200*20mm
ISBN13 9791192641119
ISBN10 11926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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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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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자 맞은편 집 욕실이 보였다. 늦은 밤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열어 놓은 창문으로 재석은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 순간 욕실 안에서 누군가 샤워하는 물소리가 들렸다. 재석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누군가 있는 게 분명했다. 조용히 방의 불을 끄고 창밖을 주시했다. 10센티미터 정도 열린 욕실 창문 안을 재석은 마른침을 삼키며 들여다보았다. 한참 동안 물소리만 들리더니 이내 왔다 갔다 하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몸이었다.
“헉!”
순간 재석은 온몸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굴곡진 몸매에 뽀얀 우유 빛깔 피부를 가진 한 여인이등을 돌리고 샤워기의 물을 맞고 있었다. 샤워기에서 나온 부드러운 물줄기가 젖은 미역처럼 탐스러운 머리를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재석은 다시 한 번 침을 꼴깍 삼켰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여인이 샤워하던 몸을 돌려 재석이 쪽을 향했다.
“웁!”
여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재석은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녀는 바로 보담이었다.
--- p.15

“그렇지? 민성아, 생각을 해 보자. 이런 문제는 시각을 바꿔야 하는 일이야. 자, 이 컵에 물이 반이 들어 있잖니? 이게 물이 많이 들어 있는 거니? 아니면 조금 들어 있는 거니?”
“많이요.”
“조금이요.”
재석이는 많다고 했고, 동시에 민성이는 적다고 했다.
“그렇지? 물배가 가득 찬 사람이 볼 때는 이 반 잔도 굉장히 많은 거겠지? 하지만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할 사람에게 반 잔은 턱도 없잖니? 이렇게 시각을 바꾸면 같은 사물을 놓고도 다르게 볼 수 있단다. 임신한 학생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잖아. 그러면 당연히 보호를 해 줘야 하지 않겠어? 임신한 사람들은 요금도 할인해 주고, 각종 혜택을 받는데 왜 여고생은 안 되는 거야?”
“…….”
그 말을 듣자 재석과 민성은 소위 ‘멘붕’이 오는 것만 같았다. 이전까지는 남자애들과 자고 임신을 한 게 큰 사고를 친 것이고,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아무 의심 없이 옳다고 믿고 타당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p.68

돌아서는데 김태호 선생이 재석을 따로 불렀다.
“재석이 잠깐 보자.”
“네?”
민성이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간 김태호 선생이 물었다.
“너 왜 이렇게 이 일에 나서는 거냐? 듣자 하니 너와는 크게 관계도 없는 일 같은데.”
“…….”
“이상하잖아. 네가 갑자기 사회복지사라도 되는 것처럼 이러니까.”
“그, 그게요.”
재석은 그제야 왜 이렇게 은지 일에 발 벗고 나서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원하는 것이나 바라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일까? 은지의 부른 배가 떠오르자 갑자기 그 이유가 분명해졌다.
“은지가 낳는 애는 아빠 없이 자랄지도 모르잖아요.”
“…….”
김태호 선생이 잠시 당황했다.
“저는 그게 뭔지 좀 알거든요. 아빠가 없다는 거. 그래서요. 그거뿐이에요.”재석이 돌아서자 김태호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석에게 언뜻언뜻 보이는 결핍감이 아버지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짜식, 제법이네.”
김태호 선생은 재석이 남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여길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대견했다.
--- p.85

“그럼 이렇게 하자. 시나리오는 내가 써 볼게.”
재석이 말했다.
“네가? 그럼 좋지. 너 글 잘 쓰잖아.”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보담이가 그 사회적인 거랑 제도적인 거는 좀 공부해서 나에게 알려 줘.”
보담이는 그건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인터넷이랑 좀 찾아보고, 법적인 부분도 알아볼게. 중요한 건 왜 학교가 은지 같은 애들을 내치느냐는 거야. 학교 교칙도 살펴봐야 할 테고…….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뭔지 알아볼게. 그리고 권 선생님한테도 자문을 구해 볼게. 권 선생님 인터뷰도 따고.”
그러자 향금이가 발끈했다.
“나는? 나는 뭐 하라고? 나도 하는 게 있어야 하잖아.”
“야, 이런 거에 춤추고 노래하는 걸 담을 수도 없잖아.”
민성이 면박을 주었다.
“아니야! 이런 거에는 내레이션과 리포터가 있어야 돼.”
“옳지! 그거야! 나는 그거 하면 되겠네!”
향금이가 그제야 자기가 할 일이 생겼다는 듯이 펄쩍펄쩍 뛰었다.
“그럼 역할분담은 다 됐네. 김 감독은 촬영, 그다음에 나는 글, 보담이는 자료수집과 정리, 그리고 향금이는 내레이션과 리포터, 그리고 은지는 주인공.”
“오케이!”
다섯 아이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 p.140

병규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이트클럽 안으로 달려갔다. 그 순간 김병장파의 행동대원이 병규의 뒷통수를 야구방망이로후려치는 장면이 재석에게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보았다.
“병규야!”
그 순간 재석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대로 이단옆차기로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녀석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발이 제대로 명치에 꽂히는 것을 재석은 느꼈다. 예상치 못했던 기습에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놈은 그대로 나가떨어져 기절하고 말았다. 재석은 바닥에 떨어진 야구방망이를 들어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달려오려던 김병장파 행동대원은 멈칫하고 말았다. 그 순간 민성이 다시 병규를 질질 끌고 계단 아래 입구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따라오면 죽어, 이 새끼들.”
하지만 재석이 감당하기에는 적수가 너무 많았다.
“이 새끼! 넌 뭐야!!”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남자들에게 재석은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뒤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먼저 주먹을 날리긴 했지만, 역시 조폭들은 싸움과 주먹에 단련된 자들이었다. 재석에게 사정없이 뭇매가 쏟아졌다.
--- p.22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가진 거라곤 큰 덩치와 의리뿐인 황재석. 어린 시절 겪은 가난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결핍감으로 삐딱한 문제아가 되었다. 그러나 부라퀴 할아버지와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일진이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글쓰기라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면서 미래에 대한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슴속에 품는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잡고 조용한 학교생활을 바라며 제대로 공부해보려 애쓰는 재석이지만 혈기 왕성한 시기인 만큼 점점 이성에게 관심도 많아지고, 신체적으로도 본능이 불끈불끈 솟구친다. 그래도 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가며 조용한 학교생활을 하고자 하는데,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더욱 강력한 문제가 터지고 만다. 보담이 친구 은지가 고등학생의 몸으로 임신한 것이다. 재석과 민성은 열혈 ‘애 아빠 찾기’에 나서지만 애 아빠라는 병규는 책임질 생각은 안 하고 발뺌만 하니 열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다시 엉뚱한 문제에 휘말리고, 까칠함을 넘어 화가 난 재석이는 다시 한 번 주먹을 드는데!

임신한 은지를 돕기 위해 재석과 친구들은 청소년들의 성문화,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학교 교칙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재석은 자기 몸과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온전하게 책임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가게 된다. 또한 꿈이 없는 아이들이 겪게 되는 궤도이탈과 학교 선생님, 어른들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좌충우돌하며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재석, 민성, 보담, 향금은 각자의 꿈이 노력을 통해 구체화되는 것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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