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요즘에는 우산, 수건, 달력만 해도 다양한 상품이 나와있습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불편하더라도 예쁜 것, 비싸더라도 내 취향과 맞는 것에 더 쉽게 지갑을 엽니다. 2020년대의 다이슨 선풍기가 1990년대의 금성 제품보다 시원하지 않고, 루이스폴센의 조명이 형광등보다 더 밝지는 않지만 큰 인기를 끄는 시대입니다. 기능적인 효용성보다는 날개 없는 선풍기를 출시한 다이슨의 혁신적인 디자인에 열광해서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를 구매하고, 수십 년간 빛을 설계해 온 루이스폴센의 유려한 디자인이 좋아서 지갑을 엽니다. 기능성보다는 심미성을 중심에 두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좋아하는 제품으로 채워나가는 생활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어떤 달력을 좋아하시나요? p.14~15」중에서
직장 생활을 잘하는 것과 창업을 하여 성공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대기업에서 연간 수백억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시키던 임원이 퇴임 후 작은 가게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사람과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과 직접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시키는 것 말고 직접 해본 것이 진정한 능력이고 기술입니다. 맛있게 빵을 굽고, 향긋한 커피를 내리고, 감각적인 음악을 만드는 등 모든 창조적인 일이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일입니다.
---「온전히 당신의 생각으로, 온전히 당신이 만든 것 p.55」중에서
한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들을 보면 그 브랜드의 콘셉트와 타깃을 쉽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는 실재하는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가상의 온라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브랜드는 하나의 컬처 코드이며 취향의 국적을 구분 짓는 여권과도 같습니다. 그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별하지 않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 ‘구찌적인 삶’, ‘나이키적인 삶’을 살며, 브랜드의 전시를 관람하고,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소비한 브랜드의 총합이다 p.61」중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중고 거래 시장이 급부상한 현상 뒤에는 급격히 얼어붙은 소비시장과 환경에 대한 대중적 인식,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패션에 대한 냉소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모든 개인이 커머스화되는 최근의 IT 환경입니다. 이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개인은 옷장에 잠든 상품을 촬영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당근 페이나 네이버 안전 결제와 같은 간편 결제 시스템이 상용화되고 편의점 택배라는 초인접 물류 시스템이 마련되어 더 손쉬운 거래가 가능해졌습니다.
---「당근마켓이 흥하는 이유 p.108~109」중에서
거래비용이 0원인 시대가 다가오는 동시에 미디어의 커머스화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통념과 다르게 페이스북도 사실은 소셜미디어가 아닌 커머스인 것이고, 인스타그램 또한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화하면 커머스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개인이 누른 ‘좋아요’와 친구의 유형, 위치 정보와 구매한 상품의 데이터 등을 활용해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우리의 소비 성향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에 따라 나와 취향 및 관심사가 비슷한 브랜드, 친구, 제품에 노출되어 점점 더 섬세하게 닫힌 소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60억 명의 인구, 60억 개의 쇼핑몰 p.115」중에서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옷을 제일 잘 입는 사람이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Steven Jobs를 꼽고 싶습니다. 그가 일관되게 고수했던 이세이 미야케의 터틀넥과 리바이스 데님, 그리고 뉴발란스 992 스니커즈의 조합에는 미니멀을 추구한 그의 삶과 철학, 직업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지향하는 철학을 하나의 이미지로 응집해 보여주는 아주 날카로운 전략이죠. 폰트에 대한 철학부터 지금 애플의 정체성을 형성한 미학까지, 그 단순한 스타일을 계발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부하고 또 고민했을 것입니다. 자기 취향의 지형도를 잘 개발하는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시선을 끌고, 자연스럽게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됩니다.
---「내 취향의 지형도를 만들어라 p.123」중에서
이들은 모두 산 세리프 폰트로, 산sans은 프랑스어로 ‘~없이’를 의미합니다. 즉 돌출된 부분인 세리프가 없는 서체라는 것입니다. 산 세리프는 간결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이라는 시대정신을 뒷받침하는 폰트입니다. 애플은 2002년부터 20년 넘게 산 세리프 서체인 미리아드Myriad를 메인 서체로 공식화하여 미니멀리즘 미학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아이팟 및 아이폰에서 버튼을 없앤 것에서 시작해,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를 제거한 간결한 디자인으로 변화를 이끌어온 애플의 정체성이 로고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애플의 혁신은 산 세리프에서 시작된다 p.150」중에서
돈가스집에서 돈가스를 잘 팔다가 커피가 유행이라 커피를 팔고, 도넛이 유행이라 도넛을 팔면 정작 돈가스 유행이 돌아왔을 때는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매장에 가보면 이와 비슷한 우려가 듭니다. 가드닝이 유행하니 가드닝 존을 작게 구성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거울 대용 스테인리스스틸로 마감하고, 비비드한 아크릴로 집기를 만드는 등 카피캣이 너무 많아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 체리색 몰딩이 그러했고, 1990년대 옥색 페인트 마감이 그랬던 것처럼 이유 없이 번져나가는 유행은 언제나 지속성이 짧고 설득력이 부족한 법입니다.
---「트렌드는 싫지만 트렌디하고 싶어 p.182~183」중에서
똑같은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이렇게 다른 세계를 보며 일하는 곳이 브랜드입니다. 라이선스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과 드레이핑을 잘하는 드레스메이커가 만난다면 두 사람이 나눌 수 있는 공감대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두 산업에 필요한 기본기도 다를뿐더러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구조나 기술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고, 종류별로 이슈가 워낙 다양해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전문가는 없다 p.256」중에서
출근길 지하철 광고를 보면서 감동받거나, 집 앞 슈퍼에서 우유를 사면서 영감이 떠올라 메모를 하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여행 중에 마주치는 지하철 광고 문구와 슈퍼마켓 선반의 이국적인 아이템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원래 감각이라는 것은 새로운 길을 걷고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세상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감각을 일깨워줍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 자신을 몰아넣으면 감각이 서서히 반응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새로운 식당에서 처음 보는 메뉴를 시도하는 일, 처음 만난 사람과 새로운 분야에 몰입하는 일. 일상의 사소한 도전이 모여 새로운 관점과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다섯 번째,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공부해 보기 p.278」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