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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큰글자도서)
이경자
걷는사람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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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도서]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이경자 저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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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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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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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추천사
개정판 머리말

1부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우리 집 남편 좀 보래요
저 여자를 어쩌지?
저 마누라를 어쩌지? -첫 번째 이야기
저 마누라를 어쩌지? -두 번째 이야기
저 마누라를 어쩌지? -세 번째 이야기
저 마누라를 어쩌지? -네 번째 이야기
저 마누라를 어쩌지? -다섯 번째 이야기
현모양처 김화실 씨
내 남편의 신년 계획
새 각시의 아내 공부
무엇을 할 것인가

2부
비토 그룹
들어온 여자
출가외인
언니, 올케, 시누이
피곤과 사치
손녀와 며느리
살려주세요!
태몽
딸과 아내
나의 파수꾼
다시 감춘 꼬리
그 여자에게 일어난 일

3부
그들에게 일어난 일
남의 떡, 내 떡
여우와 늑대
오뉴월 솜버선
편지
생선 파는 여자
적선을 즐기는 그 여자
봉사를 즐기는 김 여사
또 다른 힘
두고 보자 대머리 잭

4부
해숙 씨의 사랑 이야기 -직장인의 연가 1
그들 세 사람 -직장인의 연가 2
유명산에 가던 날 -직장인의 연가 3
그날의 진실 -직장인의 연가 4
내가 본 신기루 -직장인의 연가 5
산 십팔 번지의 양희 -직장인의 연가 6
요즈음의 내 마음 -직장인의 연가 7
그들과 또 한 사람 -직장인의 연가 8
여자는 알 수 없다 -직장인의 연가 9

5부
남자 -첫 번째 이야기
남자 -두 번째 이야기
남자 -세 번째 이야기
그 남자의 사랑
얼굴에 철판 깐 사내
그 남자의 아내
그 남자가 절망한 이유
노총각 양 대리
혜경이네 독재자
아빠가 나빠요
여권 신장 즐기는 내 남편

초판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李璟子

1948년 강원도 양양에서 출생했다.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확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88년 여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집 『절반의 실패』로 당시 사회에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후 독립적 인격체로서 여성의 근원성을 깊이있게 성찰하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소설집 『할미소에서 생긴 일』, 『꼽추네 사랑』, 『살아남기』, 연작소설집 『절반의 실패』, 장편소설 『혼자 눈뜨는 아침』, 『사랑과 상처』, 『情은 늙지도 않아』, 『그 매듭은 누가 풀까』, 『계화』, 『천 개의 아침』, 『빨래터』, 『순이』, 『세 번째
1948년 강원도 양양에서 출생했다.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확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88년 여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집 『절반의 실패』로 당시 사회에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후 독립적 인격체로서 여성의 근원성을 깊이있게 성찰하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소설집 『할미소에서 생긴 일』, 『꼽추네 사랑』, 『살아남기』, 연작소설집 『절반의 실패』, 장편소설 『혼자 눈뜨는 아침』, 『사랑과 상처』, 『情은 늙지도 않아』, 『그 매듭은 누가 풀까』, 『계화』, 『천 개의 아침』, 『빨래터』, 『순이』, 『세 번째 집』, 산문집 『반쪽 어깨에 내리는 비』, 『이경자, 모계사회를 찾다』, 『남자를 묻는다』,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 『시인 신경림』등이 있다. 올해의여성상, 한무숙문학상, 제비꽃서민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고정희상, 현대불교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민중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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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188*273*30mm
ISBN13
9791192333793

책 속으로

“언니, 왜 일어나요? 언니는 누구의 아내만이 아니란 말예요, 삼선무역의 사원이잖아요. 왜 일어나요? 뭐가 그래요? 남편이 무서운 건가요, 여기 남자 동료들이 무서운 건가요. 아니! 절대로 안 돼요. 지금 우린 접대부가 아니라구요. 일이에요. 우린 사원이라니까요. 누구의 아내로서 직장에 다니는 게 아니잖아요!”
--- pp.78~79 「무엇을 할 것인가」중에서

나는 어머니와 그런 약속도 했다. 삼사 개월 지나면 검사해서 아들이면 낳고 딸이면 ‘지우겠다’고. ‘죄’를 싫어하는 어머니도 배 속에 든 딸을 지우개로 연필 글씨 지우듯 죽이는 일에는 아무 거리낌 없이 동의하였다.
--- p.120 「살려주세요!」중에서

이제까지 살아온 게 너무 억울하다.
정말 억울해.
여자로 태어난 게 죄란 말인가?
도대체 여자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무엇 하나 있는가!
--- p.137 「나의 파수꾼」중에서

“당신은 여자잖아!”
“여자?”
마누라는 깔깔대고 웃더니 정색을 했다.
“여자두 사람이구 동물적 본능을 가지고 있어. 성욕두 느끼고 호기심도 강하고 유혹에 빠져버리고 싶은 충동도 느껴….”
--- pp.169~170 「여우와 늑대」중에서

남자들에게 있어서 여자란, 적어도 이 사무실 안에서는 복사기·타자기·서류함·인주·스탬프·의자·책상·컵·주전자·쓰레기통…과 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 중의 하나로 내게는 느껴진다.
“미스 문 담배 한 갑!”
“어이, 여기 엽차 두 잔 가져와!”
“야아, 문 양아 아침 신문 어디 갔니?”
“미스 문 커피 석 잔하고 엽차두 좀….”
“카피 석 장 해와요.”
…….
나의 기능은 이런 것이다.
모든 여사원들의 기능이란 이런 것이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
--- pp.246~247 「내가 본 신기루」중에서

“여자가 술을 마셨건 졸고 있건 그건 자유고 그 여자의 형편이야. 그게 왜 강간을 당해도 좋다는 거지?”
영희가 이렇게 말하며 걸음을 멈췄다.
“뭐라구?”
병서는 그저 즐거운 얼굴로 영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영희의 팔을 잡았다. 그러다가 굳은 느낌이 섬뜩하게 느껴져서 새삼스럽게 영희의 얼굴을 살폈다.
“여자두 문제가 있잖아. 그런데 왜 그런 지저분한 일에 자꾸만 신경을 쓰지?”
병서는 정말 답답했다.
그러자 갑자기 영희가 팩 돌아섰다.
병서로서는 그런 영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다음 날 영희로부터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통첩을 받았다.

--- pp.273~274 「여자는 알 수 없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90년대에 반향을 일으킨 페미니즘 소설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복간


여성에 대한 차별은 아버지 가장의 권력이라는 그늘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와 국가로 넓혀진다. 차별은 정교하게 장치되어 있다. 이런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을까?
_개정판 머리말 중에서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는 1992년 출간된 작품으로, 총 54편의 초단편소설이 한데 모인 엽편소설집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가부장제로 점철된 혼인 관계 속 고통받는 여성을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쓰여진 작품이며, 이경자 소설가가 스물여섯부터 마흔다섯에 이르기까지 자그마치 이십여 년 동안 관찰하고 실감해온 여성차별의 역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많은 남성들의 항의와 여성 차별에 무지했던 당대의 시대상으로 인해 절판되고 말았다. “1992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약 30여 년 동안 우리의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이것을 과연 ‘어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으로부터 복간이 기획되었다.

여성 억압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다양한 여성의 삶에 틈입하여 그 이야기를 생생히 풀어내고 있는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가사노동의 경제화’ ‘가족법 개정’ ‘간통법 존폐 논쟁’ ‘하층 여성 위에 군림해 권능감을 느끼려는 부르주아의 허위의식’ 등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엄마와 딸’ ‘시어머니와 부인’ ‘부인과 애인’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 ‘중산층 여성과 하층 여성’ ‘성녀와 창녀’ 등 여성 관계를 손쉽게 분할하는 당대 관습에 강력하게 반발”한다.

책의 첫 꼭지에서는 90년대의 방법으로 ‘미러링’을 시도한다. 집안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 남편의 미덕이고 사회생활을 빙자한 외도를 하는 것이 아내의 역할인 세계관, 그 속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저지른 폭력을 정당화한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갓 결혼한 순희는 옆집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정폭력을 지나치지 못해 장로를 찾아가지만, 장로를 비롯한 시대 풍토는 ‘남편이 제 안 사람을 다스리는 것은 참견할 수 없다‘며 방관한다. (「새 각시의 아내 공부」).

직장 내 성희롱이 만연한 환경에서 능력 있는 신입사원 ’미스 리‘는 유연하게 대처한다. 오히려 여직원은 회식 자리에 참여할 수 없다는 말에 일갈하며, “우리는 누구의 아내로서 직장에 다니는 게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낸다. (「무엇을 할 것인가」).

맞벌이 환경에서 독박육아를 도맡은 정우는 시어머니와 남편의 반복되는 무시에 불합리함을 느껴 울화통이 터진다. (「피곤과 사치」).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빈번하게 자행되는 여아 낙태의 실태 또한 담고 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가지기로’ 마음먹었던 부부는 막상 딸만 둘을 낳자, 마치 그것이 죄라도 되는 듯 아들을 원한다. 그러나 배 속에 잉태된 아이가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거리낌 없이 지우기로 결심한다. (「살려주세요!」).

남편의 외도쯤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시대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남편에게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아무 일 없었느냐”고 묻는 ‘마누라’는, 남편의 매춘에 대한 고백을 두고 유쾌하게 반응한다. (「여우와 늑대」).
병서는 여자친구인 영희가 ‘여자답지’ 않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이 늘 마땅찮다. 영희는 신문에서 본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병서는 오히려 여자의 잘못을 탓한다. (「여자는 알 수 없다-직장인의 연가 9」)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여 · 남의 의견 대립과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무지하던 당대 남성들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여성주의 관점’을 지켜내고자 이경자 소설가는 짧은 소설로 발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언제나 여성들에게, 가부장제 사회의 ‘보호’와 ‘배려’의 대상이 되느니 울타리 밖으로 나아가 기꺼이 ‘도전’하고 ‘혼란’을 겪자고 설득”한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이야기 속에서, 여성들은 무언가를 ‘깨달아’가며 두렵고도 용맹한 얼굴로 세상에 맞선다.
개정판 머리말

이런 책을 냈었다는 기억조차 못 하게 된 내게 [걷는사람]이 책을 다시 내겠다고 했다. 책 제목을 듣는 순간 칠순 나이의 소설가와 걸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으로 이유를 달아 사양했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 내 나이 삼·사십대, 성찰은 두렵고 분노는 깊고 욕망은 터지기 직전으로 살던 때, 더러 화염병을 던지는 기분으로 쓴 글들이다. 다시 그맘때의 젊음을 준다 해도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교정지를 받아 보고, 문장이 거칠다는 걸 알았지만 수정하지는 않았다. 이건 다 그 시절의 내가 쓴 것이니까. 그걸 지금 ‘노년의 결’로 손본다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기특한 점도 발견됐다. 문장은 거칠어도 주제는 싱싱했다. 그 시대에 두 주먹 불끈 쥐고 지켜내고자 했던 것, 바이러스처럼 퍼뜨리려고, 굽히지 않았던 나의 씩씩함! 미숙하나마 ‘여성주의 관점’이 여전히 푸릇푸릇하게 돋보였다. 뜨거웠던 울분과 기특하고 애틋하기까지 한 신념도! (하하하)

이맘때의 나, 웃기는 일이 많았다. 남성 근본주의로 일관해서 흘러온 사람의 역사 속에서 여러 나라와 민족의 인권, 해방, 독립 등의 선언문을 읽으며 그 주체에 ‘여성’을 대체하는 버릇이 있었다. 가령, ‘조선’, ‘인민’, ‘노예’… 등등에 여성을 넣어 읽어보는 것이다. 이때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사람남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보조자의 역할을 하는 게 ‘신의 섭리’ 같았다.(지금 달라졌나?) 가부장제의 남성 중심 결혼은 남자에게 아이를 낳아주고 밥을 해주는 존재로의 사람여성을 규정한 제도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여자도 사람이 되고자 하면 ‘이혼’만이 살길 같았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아버지 가장의 권력이라는 그늘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와 국가로 넓혀진다. 차별은 정교하게 장치되어 있다. 이런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을까?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지 못하는 어머니, 아내, 엄마, 누이, 딸을 둔 세상이 평화로울 수 있을까? 우리들 삶의 현장에서 우리가 공유하기 위해 표현하는 ‘말’들이 얼마나 폭력과 굴종으로 이루어졌는지, 그것이 바로 남성문화의 언어이다.

‘어머니 자연, 사람 어머니’에 대한 소외와 학대는 자연에선 인간중심주의, 사람에게선 남성중심주의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유행하는 자연 친화니 성차별금지니 하는 말들에서 문득 의문을 품는다.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처럼 우리가 ‘여 자얼굴 남자가면’을 하고 있진 않은지, 혹은 그 반대는 아닌지, 오늘날의 성평등 양상을 섬세하게 살펴봐야 한다.
여성은 여성고유성(固有性)으로 존중되는 사람일 때라야 여성이다. 지금, 발전과 진보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문명의 ‘몸체’에 대한 성찰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자유롭지만 외롭고, 풍요롭지만 삭막한 시대를 살아내야 할 여성과 남성들에게 내 생각이 공유된다면! 그렇게 되기를 애달프게 바란다.

경자년 봄날에 경자가.

추천평

1980~90년대 여성 독서사에서 이경자는 단연 돌올한 존재다. 여자들은 쉬운 독서만을 선호한다는 편견이 횡행할 때, 이경자는 엽편과 장편, TV 드라마와 강연 등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여성 독자들을 치열한 논쟁의 장으로 초대했다. 특히 내게 이경자의 행보가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동시대 여성을 매우 진지한 ‘토론’의 상대로 여겼다는 점 때문이다. 가사노동의 경제화, 가족법 개정, 간통죄 존폐 논쟁 등 당대 주요 논의에 이경자는 자신의 글쓰기로써 능동적으로 참여했고, 그의 입장은 일관됐다. 그는 언제나 여성들에게, 가부장제 사회의 ‘보호’와 ‘배려’의 대상이 되느니 울타리 밖으로 나아가 기꺼이 ‘도전’하고 ‘혼란’을 겪자고 설득했다.

‘극단적인 페미니즘’이라는 비난을 심심찮게 받은 이경자 소설에서 조롱당하는 것은 비단 가부장 남성만은 아니다. 하층 여성과 사회적 약자 위에 군림해 권능감을 느끼려는 부르주아 여성의 허위의식은 이경자 특유의 풍자가 가장 날카롭게 작동하는 지점이다. 다만, 이경자 소설은 결코 흔한 ‘여적여’ 구도를 소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엄마와 딸’, ‘시어머니와 부인’, ‘부인과 애인’,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 ‘중산층 여성과 하층 여성’, ‘성녀와 창녀’ 등 여성 관계를 손쉽게 분할하는 당대 관습에 강력하게 반발한다. ‘여성 문제’의 범주가 크게 확장된 오늘날에도 이 소설집이 흥미로운 건, 가부장 남성을 절대악으로 설정하는 것보다 여성억압에 공모하는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사고하는 게 훨씬 더 용감한 실천임을 이 책이 효과적으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경자의 여자들은 과묵하지 않다. 그녀들은 전통적인 부덕(婦德)의 비인간성을 씹어뱉듯 뇌까리고, ‘종속관계 청산’, ‘노예해방 선언’ 같은 여성주의의 생경한 언어를 어떻게든 일상에서 발설해 본다. 시어머니에게 비난받고, 남편에게 조롱당하고, 자식에게조차 비웃음을 사더라도 그렇게 한다. 그녀들이 말하기를 멈추고 돌연 벙찐 표정을 지으며 어리둥절해한다면, 그건 자신이 옳다고 믿던 ‘교양’과 ‘합리’의 정당성을 스스로 의심할 때다. 이경자의 타협 없는 단언과 차진 비유, 핵심을 찌르는 통찰, 신랄한 조롱조의 문체는 이 세계를 향할 때는 통쾌하나, 나 자신을 향할 때는 두렵다. 이경자 소설에 부려진 그 모든 전략들을 나는 1990년대 여성지성의 두렵고도 용맹한 얼굴로 기억한다. - 오혜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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