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우서울(Glow Seoul)’은 공간의 미래에 주목하여 공간을 제작하고 솔루션을 만들고 브랜드를 기획하는 기업이다. 그 기업의 대표로 있으면서 많은 오프라인 공간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을 보았다. 감사하게도 그 가운데 많은 공간들을 선택되는 장소로 만들어낸 입장에서, 어떤 공간이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으며, 그렇게 살아남는 공간들이 서로 어떤 공통점을 가지는지를 말해볼까 한다.
--- p.5 「들어가는 글」중에서
공간에 사람들이 오게끔 만들 다른 요소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서비스의 질과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하겠다고 했을 때, 가령 가성비 좋은 메뉴를 팔아서 고객을 모으겠다는 음식점이 있을 때, 그런 매장이 성공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 애당초 지금은 특정 물건이나 서비스가 싸다고 해서 사람들이 찾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거기까지 몸을 이끌고 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성비를 넘어서는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 p.31 「1장_6대 4의 법칙」중에서
유휴 공간은 오프라인 상업 공간의 어디에 배치하는 것이 좋을까? 유휴 공간이 기본적으로 집객을 위해, 즉 고객을 모으고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라면, 그것은 전체 공간의 정중앙, 공간에 오는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놓이는 편이 타당하다. 애써 영업 공간을 쪼개 유휴 공간을 확보했는데, 정작 그것을 고객의 동선이 잘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 박아 둔다면 본래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그런 패착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는 대개 고객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매장을 더 배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매출 증가는 기본적으로 공간에 사람들이 더 많이 올 때 발생한다. 일단 매장까지 사람들이 오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면, 그들을 오게 만들 유휴 공간이 놓여야 할 곳에 매출을 노린 매장을 배치한다고 해서 그 매장에 더 많은 사람이 들를 거라 생각하는 것은 선후를 잘못 생각한 것이다.
--- p.35-36 「1장_6대 4의 법칙」중에서
어떤 공간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처럼 보인다면 그곳은 실제로 주인공이 아무도 없는 공간이 된다. 그처럼 공간의 어느 요소에 집중해 그것을 더 부각시킬지는 미학적으로도 중요한 선택이다. 그렇기에 노출 콘크리트 그 자체의 물성이 중요한 것이기보다 그것을 배경으로 그 공간 안에서 다른 어떤 것들이 기능적이고 미학적으로 더 부각되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 p.62 「2장_선택과 집중의 법칙」중에서
상업 공간의 경우, 중앙에 놓인 어떤 원더의 존재는 구색을 넘어서 실제로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목적을 갖는다. 왜냐하면 그 공간에 들른 사람들은 그곳에 잠깐만 머물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특정 상업 공간에 내가 꼭 와야 할 아무런 의무도 없다. 주거 공간과 오피스 공간은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이니 좋든 싫든 그 공간에 오래 머물러야 하지만, 상업 공간은 사람들이 놀고 즐기러 오는 공간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나가거나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으며, 설령 마음에 들더라도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잠시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동안 그곳에 온 사람들을 매료시킬 만한 특정한 장치들이 필요해진다.
--- p.92-93 「2장_선택과 집중의 법칙」중에서
일반적으로 어떤 오브제든지 벽에서 멀어질수록 힙해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벽에 붙이는 순간 식상하고 뻔해지고, 공간의 구성면에서 재미가 덜해지게 된다. 공간의 기획에서 무엇을 벽에 붙이려는 관성이야말로 공간을 매력적이지 못하게 만드는 나쁜 습관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아 보이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그러기 위해 애써 만든 원더가 공간 안에서 제 기능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벽으로부터 떼어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첫걸음이자 3차원의 입체 공간을 3차원답게 쓰는 방식이다.
--- p.110-111 「3장_차원 진화의 법칙」중에서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크다고 느낄 때, 그 크다는 감각에 개입하는 공간의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수평적인 면적이 넓은 것도 하나의 요소가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넓다’라는 느낌이 더 강하지 ‘크다’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크다는 느낌이 들려면 넓이가 아닌 부피가 커야 하고, 부피가 크려면 공간의 높이, 즉 건물의 층고(層高)가 높아야 한다. 다시 말해, 건물 내부의 시야가 트이려면 가로 면적도 커야 하지만, 세로인 높이도 트여 있어야 한다. 이 층고야말로 공간이 크다고 체감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 p.153 「4장_최대 부피의 법칙」중에서
글로우서울이 상업 공간에 자연을 들여올 때 자주 적용하는 것이 콘크리트로 타설된 바닥 위에 화분을 놓거나 화단을 만들어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건물 안의 바닥을 실제로 파서 거기에 식물을 심는 형태다. 그렇게 해야만 식물을 심은 곳과 콘크리트로 된 인공적인 공간의 경계가 서로 지워져 자연스런 분위기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물에 구멍을 내고 흙을 채워 거기에 심은 나무와 화단 및 화분에 심은 나무는 서로 엄청나게 다른 공간 체험을 가져온다.
--- p.214 「5장_경계 지우기의 법칙」중에서
이용객들의 체류 시간이 짧고 이로 인해 자극의 역치가 높은 상업 공간의 경우,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수준으로 공간이 기획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간을 기획할 때 어떤 콘셉트를 정했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도로 밀어붙이는 것이 필요하다. 공간의 콘셉트가 맥시멀이든 미니멀이든, 맥시멀하게 공간을 채울 거라면 극단적으로 맥시멀해야 하고, 미니멀하게 갈 거면 극단적으로 미니멀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앞서 말했듯 공간 기획자나 제작자가 아닌 이용객의 입장에서 정해져야 한다.
--- p.250 「6장_세계관 구현의 법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