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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부엌

: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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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세이 4위 | 에세이 top100 1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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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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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46g | 140*200*30mm
ISBN13 9791197852046
ISBN10 119785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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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나를 발견하게 하는 부엌의 시간] 도쿄 1인 생활자 오토나쿨의 레시피 에세이. 담담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들에 담긴 자책과 후회들은 요리를 통해 재생되어 현재를 견고하게 살아가게 만든다. ‘1인분 레시피‘로도 담겨 있는 감각적인 사진 속 음식들로 나를 위로하고 싶게 만드는 책.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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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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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명치 쪽이 슬슬 답답해지면서 얹혔나 싶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더니, 입안에 짠 기운이 돌면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말이죠. 그렇게 싱크대에 서서 울다가 티셔츠로 얼굴을 닦고 설거지를 끝낸 뒤 맥주를 마시면서, 대충 만들어 먹었다고 생각했던 그 아침이 생각보다 큰 위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매일 아침을 해 먹기로 다짐했죠.
---「아침 : 다독임의 식탁」중에서

손자국이 남을 만큼 먼지가 가득한 식탁 위에, 언제나의 접시에 올려진, 태우다시피 바싹 구운 언제나의 토스트. 소금기 가득한 입으로 물도 없이 그 토스트를 다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냉장고의 맥주를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을 계기로 ‘언제나 해왔던 것들을 아무 일 없이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토스트 : 그날 아침의 토스트」중에서

무엇보다도 저는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요리를 시작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이렇게 뭐든 제 손으로 만들어보는 것이 제 살림의 정체성이 되었고 제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크레이프 : 해야 하는 사람,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중에서

집으로 돌아와 프로틴 셰이크를 먹기 위해 냉동실에서 바나나를 꺼내려는데 서랍식 문이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 어젯밤에 소분해 억지로 욱여넣은 무언가가 얼어서 걸린 것인데 아무리 해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그동안 참아온 감정의 임계점이 터지면서 있는 힘껏 냉동실 서랍을 잡아 빼자 안에 있던 무언가가 부러져 튀어나와 이마를 정통으로 가격했습니다. 기름기가 많아 그동안 거의 먹지 않았지만 ‘마지막 남은 닭고기’라는 이유로 사 왔던, 열두 개들이 닭 날개의 끝마디였습니다.
---「닭 날개 튀김 : 일격이 가르쳐준 마음가짐」중에서

집에 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부엌으로 가 바로 매실 봉지를 열었습니다. 순간 가득 퍼지는 매실의 그 향. 바로 이거죠.

꼭지를 딴 매실을 씻어 물기를 뺀 뒤 테이블 리넨에 올리고 베란다 문을 엽니다. 마침 바람이 적당히 불어 그 바람에 매실 향이 실려 집 안에 퍼집니다. 제가 원한 바로 그 향. 매실을 마른행주로 닦을 때마다 향이 났고 매실을 만진 제 손에서도 향이 납니다. 이 향 때문에, 이 기분 때문에 1년을 기다린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황매실로 매실청을 만들고 나서야 저의 매실 살림이 마무리된다는 것도.
---「매실청 : 초여름을 맞이하는 자세」중에서

칼자국이 깊게 난 나무 도마, 그을음의 나이테가 생겨버린 냄비,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10년 된 스투시 컵과 소서, 8년 된 무인양품 주전자와 수동 샘플 로스터, 롯지 스킬릿, 7년 된 첫 무쇠솥과 첫 스타우브. 이렇게 제 손길과 시간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부엌은 제 인생 일부를 담고 있습니다. 부엌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곳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엌에 대한 로망과 갈망은 어쩌면 그 안에서 만들어질 이야기 그리고 성장이라 말하고 싶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연의 부엌 :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중에서

맛있다는 흔해 빠진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아까운 맛이었습니다. 그 나베에 담긴 것은 맛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요리의 맛, 그날 그곳의 공기와 그 집의 풍경, 나베를 만들던 C의 모습. 그때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그 맛은, 그 순간이 아니면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었습니다.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날 C의 집에서 먹은 나베 요리는 제가 도쿄의 겨울을 즐길 수 있는 큰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나베의 온도 : 행복이라 말하지 않아도」중에서

청소를 마친 뒤 베란다와 방의 창문을 다 열어 차가운 공기로 환기를 시킨 다음, 샤워를 합니다. 집을 청소했으니 저도 깨끗하게 씻어야죠. 그리고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좋아하는 청바지와 스웨트셔츠를 입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부엌 작업대 앞에 섭니다. 이 순간과 이 기분을 정말 좋아합니다. 깨끗해진 집에서 맥주와 함께 시작하는 주말 요리.
---「오뎅 나베와 가라아게 :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기쁨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엉켜 있을 땐 언제나 부엌에 들어와 섭니다. 그리고 숫돌을 꺼내 물에 담그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물에 잠긴 숫돌에서 솟아오르는 기포를 보면서 오늘은 실수 없이 칼을 잘 갈자고 다짐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한 도구를 들고 요리할 때는 기합부터 확실히 다릅니다. 손으로 전해지는 잘리는 느낌에서 알 수 있고 다듬어진 재료의 모양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요리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큰 위안이 됩니다. 날이 죽었던 도구는 가다듬어 다시 쓰게 되었고, 들숨을 쉴 때 느껴지는 마음의 근육은 점점 단단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재생입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고, 생물의 잃어버린 부분에서 새로운 조직이 생겨 다시 자라나는.
---「부엌 : 재생의 삶」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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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마음의 온도가 미세하게 바뀌어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가만히 살피며 그는 오늘도 퇴근 후 부엌에 선다. 도쿄 거주 일인 생활자인 작가의 이야기는 도쿄라는 거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금은 씁쓸하고 먹먹한 ‘어른의 맛.’ 입안에 오래 맴돌며 다 하지 못한 말들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흔들리고 무너져도 또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생’할 수 있다고, 몸에 좋은 음식과 마음에 이로운 글로 용기를 북돋아준다.
-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저자)
도쿄의 여름, 자전거, 삿포로 맥주 큰 병, 1인분의 정갈한 조식. 『재생의 부엌』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어쩐지 각각의 다른 이름이 있을 것만 같다. 끈끈한 집착으로 점철된 부엌살림부터 때론 유난스럽고 강박에 가까운 생활 방식은 뭘 저렇게까지! 싶다가도, 결국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고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타인의 삶을 응원하게 만든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차리는 조식 사진과, 도처에서 생명력이 느껴지는 애정 어린 생활의 기록들은 10여 년간의 타국살이가 결코 퍽퍽하고 고되기만 했던 것은 아님을 보여주고, 주로 게으르고 심드렁한 나의 일상에도 새로운 환기가 된다. 금요일의 베이킹과 발효종의 안부를 묻고 싶어진다.
- 백지혜 (『파스타 마스터 클래스』, 『채소 마스터 클래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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