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9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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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8쪽 | 636g | 140*210*30mm |
ISBN13 | 9791189134358 |
ISBN10 | 1189134357 |
발행일 | 2023년 09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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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8쪽 | 636g | 140*210*30mm |
ISBN13 | 9791189134358 |
ISBN10 | 1189134357 |
프롤로그 : 늘어나는 뱃살 제1장 위기와 슬픔 - 만들어진 중년 제2장 인생 한복판의 돼지 - 중년의 철학 제3장 산에 오르는 중간 지점 - 중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제4장 가게 뒤에 붙은 방 - 중년의 겸손 제5장 올라타기 - 중년의 희비극 제6장 영원한 초심 - 중년에 맞이하는 안식년 제7장 리얼리즘과 현실 - ‘중년의 세월’ 제8장 ‘가운데 끼어 걷는 세월’ - 중년의 전향 제9장 겸손함의 교훈 - 중년의 미니멀리즘 제10장 인생의 정점에서 노년으로 - 갱년기에 살아남는 법 제11장 의식의 흐름 - 새천년의 중년 에필로그 : 중년의 끝 주석 추천 도서 감사의 말 사진 출처 옮기고 나서 색인 |
청미출판사의 서평단 청미友에 선정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은 중년 무렵부터 우아하게 늙어가기를 화두로 삼았기에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중년에 해당되는지 살짝 걱정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서평단을 공모하면서 중년은 ‘약 35세부터 노년 전의 연령대를 의미한다’고 해서 저도 여전히 중년이라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흔히 ‘중년의 위기’를 이야기합니다만, 돌이켜 보면 소년시절부터 위기가 거듭되었던 것 같고, 중년에서 겪었던 위기라고 해서 딱히 별달랐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특정해서 구분한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인생을 유년기, 중년기, 노년기의 3단계로 단순하게 분류했던 것을 기대여명이 늘어나고, 사회가 발전하여 복잡해지면서 보다 세분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는 인생주기를 크게 4개의 단계로 구분하였습니다. 태어나서 청년기까지의 첫 번째 연령기, 직장을 잡고 가정을 이루는 20~30대를 두 번째 연령기, 마흔부터 30년 정도를 중년기, 그리고 이후에 삶을 마무리하는 노년기가 이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영국 켄트대학에서 유럽문학을 가르치는 벤 허친슨교수는 <미드라이프 마인드>에서 우리의 삶에서 중년의 의미를 이해하고 바람직하게 노년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였습니다. 특히 저자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에서 희곡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우리 인간이 중년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해야 창의적 인생을 살 수 있을지 끊임없이 성찰해왔음에 착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단테와 몽테뉴, 괴테, 보부아르 그리고 베케트 등의 삶과 작품을 살펴 중년의 의미를 찾아내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중년의 위기를 논하기 시작한 것은 캐나다의 정신분석학자 엘리엇 자크가 「죽음과 중년의 위기」라는 수필에서 개념을 내놓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보다 이전에 활동했던 작가의 삶이나 작품에서 중년의 의미를 찾는 것이 옳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특히 ‘슬픔: 중년의 다섯 단계’라는 모형이 스위스 정신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죽음과 죽어감』에서 제안한 바 있는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등의 단계를 중년의 슬픔에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대상으로 한 것은 암 등 불치의 병을 통보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던 것인데 과연 중년에 대한 슬픔과 비교할 수 있겠나 싶습니다.
작가는 젊었을 적에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와 모리셔스 사이에 있는 레위니옹 섬에서 지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단테의 『신곡』,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프랑스 서정시 선집, 그리고 T. S. 엘리엇의 『시 모음집』을 읽었다고 합니다. 섬에서 돌아와서는 괴테의 『파우스트』, 몽테뉴의 『에세』,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셰익스피어의 『희곡 선집』,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지적인 성숙함에 이르는 경로를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들 책을 모두 읽었는데, 늦은 중년에 이르러서 읽은 것이 작가와 다른 점입니다. 중년에 이르기 전에 지적 성숙함에 이르는 경로를 찾기보다는 비판적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청년기가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암중모색을 하는 것처럼 시작은 다소 모호한 느낌이었습니다만, 책읽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중년의 위기라기 보다는 중년의 성숙함으로 논지가 중심을 잡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에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채울 것은 채우는 재조정이야말로 중년의 본질이다(280쪽)”라는 핵심을 정리해냈습니다. 후반에 들어서는 여성의 삶에서 중년의 의미까지 두루 살펴보고 있어서 남성은 물론 여성 독자들에게도 묵직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보통사람들의 삶은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문학작품들은 읽는 이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학작품 속에서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추론해내는 작업이 적절할까 하는 의문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나이에 대한 주제는 높낮이가 있기는 하지만 늘 관심사이다.처음 뱃살이 나오는 것을 느꼈을 때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엄청난 몸매 변화와 약간의 건강 위험 신호라 느끼며 설레발을 쳤다. 허나 시간이 지나 뱃살이 제자리인양 자리를 잡았을 때는 도리어 처음만큼 요란스럽지 않았다.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도리어 안정을 가지게 했다.
중년의 나이도 뱃살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단계를 거치는 것 같다.39세 때와 49세 때 마음과 영혼에 시베리아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생각에 어떤 일도 잘 할 수 없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물론 나이든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개인마다, 문화에 따라,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특히 개인도 자라난 환경과 타고난 기질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단지, 지금 중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말할 뿐이다.
<미드라이프 마인드>에서는 우리 인생 항로와 문학을 함께 묶어, 앞서 중년을 살아낸 작가들의 깨달음을 통해 현재 우리의 중년을 반추해 보게 한다.
"문학은 우리가 성숙함을 이루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무엇보다도 성숙함이 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요컨대, 예술과 나이 먹음은 같은 깨달음에 이르는 서로 다른 경로일 따름이다.그 깨달음은 이것이다. "지혜는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 /p 404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작가들의 중년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중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작품으로 승화시켜 왔는지 살펴보는 시간은 품위와 고상함을 더한 재미를 준다.
이 책에서는 다양하게 중년을 말하고 있다.분명한 출발점도 명확한 끝도 없는 중년의 시기를 정의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정답이 있는 시험 문제가 아니기에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책에서 언급하는 많은 작가들 중에서 사뮈엘 베케트, 몽테뉴, 시몬 드 보부아르의 중년을 살펴보려 한다.
먼저, 사뮈엘 베케트가 생각한 중년을 알아보자.
베케트는 중년을 생물학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식론의 문제로 이해했다.그는 인생의 중반에 이르렀을 때는 일을 벌이기보다 마음을 비워내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이 중년 위기를 줄여줄 수 있다고 하니 공감이 된다.젊었을 때는 물질적인 것에 욕심을 내어 이것저것 사들이는 것을 좋아했다.하지만 중년이 되니 복잡한 것보다 단순하고 심플한 여백의 미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 느낀다. 베케트처럼 덜어내는 삶이 중년의 위기를 줄여 준다니 문제의 정답 하나를 맞힌 기분이다.
두 번째는 몽테뉴가 생각한 중년이다.
몽테뉴는 자신의 늙어감을 받아들이며, 세속적 출세를 포기한다. 겸손이 운명에 맞설 최선의 방어책이며, 중년의 겸손은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라 한다. 그에 따르는 전제 조건은 고독이며 고독은 자아를 포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가게 뒤의 골방을 마련해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게 뒤에 붙은 방', 곧 번잡한 거래가 이뤄지느라 바삐 돌아가는 장터의 가게에서 슬쩍 빠져나가 뒤에 붙은 방에 가서 홀로 머리를 식히며 고독한 시간을 가진다면, 우리는 무엇이 진정 잘 사는 인생인지 하는 물음에 집중할 수 있다." / p 138
나이들 수록 겸손이 미덕이라고 한 몽테뉴의 말과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자신을 살피고 아껴주라는 말로 이해되어 좋았다. 또, 그는 중년에 이르는 동안 우리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위해 살았고,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이제 '인생의 끝부분'은 우리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눈물이 날 뻔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나'라는 존재가 있기는 했나 싶다. 육아와 시댁일, 직장에 밀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삶이었다. 그런데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해주니 살아온 삶을 인정받는 것 같고 비빌 언덕을 만난 것 같이 든든하다. 이렇게 진정한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은 중년의 큰 혜택 중에 하나라 여겨진다.
세 번째는 시몬 드 보부아르이다.
여태 중년이라 하면 갱년기가 생각나서 여자의 중년만 생각하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중년의 삶을 탐구한 작가와 사상가 대다수가 남성이다. 이제 여성, 보부아르가 바라보는 중년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들어보자.
세계대전을 치른 뒤 중년은 '위기'라는 개념 규정과 함께, 여성은 오로지 남성의 시선을 통해서만 자신을 규정하는 존재가 된다. "중년 여성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라는 보부아르의 유명한 문장은 남성의 인식에 의한 것임을 설명해 준다. 특히 보부아르는 갱년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갱년기 여성은 남성도 아니며, 더는 여성도 아니라 한다.
그랬다. 갱년기가 되었을 때 더 이상 여자가 아닌 듯한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폭삭 늙은 것 같은 느낌에 자신감도 바닥이었다. 어쩌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에 더 슬프게 느꼈던 것이리라. 그 당시에는 다르게 생각할 줄을 몰랐다. 지금 돌아보니 당당하게 나의 중년을 더 성숙해지는 시간으로 받아들였다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남는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중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년은 주변 사람들이 '미리 꾸며준' 이미지를 그녀 자신이 '재구성'한 이미지로 이뤄진다고 보부아르는 말한다. 스스로 정한 방식대로 중년을 살고자 한다면 여성은 사회라는 거울에서 등을 돌리라고 한다.
'거울에 비친 늙은 여인' : 시몬 드 보부아르, 1965
성숙한 중년의 자세는 안주해서 정체된 생활을 피하고 인생에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자세를 지니는 것이리라. 사회적 심판에 꿋꿋하게 고개를 쳐들고 나의 향과 빛깔을 내 보이는 것은 어떠랴. 비록 주름이 생기고 뱃살이 늘어날지라도.결국 중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년은 위기가 아니고 정체의 시기라 할 수 있고 중년도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만들어 가고 다듬어 갈 수 있는 시기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와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으로 당당하고 성숙한 중년을 맞이해야겠다. <미드라이프 마인드>에서 보여주는 여러 거장들의 다양한 중년의 의미를 바탕으로 부정적인 선입견을 넘어 자신만의 성숙한 중년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