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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속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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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속의 나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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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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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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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9.1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8.5만자, 약 5.9만 단어, A4 약 116쪽?
ISBN13 9791171250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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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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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는 남자는 지난 몇 주간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둔 소박한 쓰레기 보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두 23번지에 있는 집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다년간 자신이 치밀하게 짠 철칙에 따라 공들여 분류하고 엄선한 물건들이었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쓰레기통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말해주는 법이다. 왜냐하면 사람과 달리 쓰레기통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버리는 물건들을 통해 많은 걸 알아낼 수 있다. 사실상, 이는 남자가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일종의 방식이었다. 그렇다고 모두와 그런 상호작용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오로지 자신과 비슷한 부류였다.
외로운 사람들.
--- pp.32~33

“사인은 정체불명의 어마어마한 외력이라고 할 수 있지.”
상투적인 그 마지막 말은 대개 법의학자가 사망의 형태가 거칠고 잔혹할 때 보고서 말미에 의례적으로 적어 넣는 문구였다. 범인 없는 살인 사건의 경찰 보고서나 판결문 말미에서 만날 수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대개 시신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 신원 파악이 불가능한 사건과 겹치기 마련이다. 사냥하는 여자는 이름 없는 그 팔에서, 그 팔의 주인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줄 수 있는 특이 사항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60대 여성의 개인적인 삶, 그녀의 집, 인간관계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남다른 특징 같은 것. 하지만 며칠간 물속에 잠겨 있었던 탓에, 훼손되고 퉁퉁 붓고 창백해진 사지의 일부분에 남아 있던 유일한 과거 흔적은, 손톱에 칠해진 빨간 매니큐어가 전부였다. 사냥하는 여자는 그중에서 손톱 하나가 부러져 있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 p.112

“인간의 피부는 일종의 백지 같은 거야.” 법의학자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가끔은 그 백지 위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을 때가 있어. 그래서 우리는 시신에 남아 있는 지문이나 유기물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외선을 사용해. 그런데 솔직한 말로, 이런 걸 보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그는 네온등을 켜는 동시에, 먼저 켜두었던 특수 조명을 발로 조작해 껐다. 시체 안치실이 갑자기 어둠 속에 잠겼다. 보이는 거라고는 희미한 보라색 후광뿐이었다. 실비 박사는 네온등을 네소에서 발견된 팔 가까이 가져간 다음, 피해자의 손등 바로 위를 비추었다. 살갗에 문구 하나가 나타났다. 보이지 않는 잉크로 찍은 문신처럼 보였다.
‘댄싱 블루─음료 한 잔 무료.’
--- p.247

“괴물…….” 아이는 그 단어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도록 나지막이 반복해서 발음했다.
‘다들 어른이 벌인 짓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런 생각을 하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면 새엄마도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새아빠는 아니었다. 새아빠는 분명히 알아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새아빠라는 사람은 첫눈에 알아보았다. 아내와 자신이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하지만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주유소에 있던 그 꼬마도 아이를 믿었다. 새끼 고양이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꼬마를 유인할 수 있었다. 아이는 그렇게 꼬마를 언덕 너머에 있는 폐가로 유인했다. “고양이 저기 있어.” 아이가 말했다. 주유소에 있던 꼬마는 울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아이는 질겁한 그 눈빛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p.284

“나 그만할 거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이 사진들이 정말로 너희 가족사진하고 같이 영원히 박제되길 바라는 거야?”
보라색 앞머리 소녀는 수호천사가 바로 이 순간에 나타나, 자신을 멀리 데려가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소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
“수요일 저녁이면 알게 될 거야.”
--- p.31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아이는 거기 머무는 내내 외톨이였다.
첫날 밤부터. 비명과 피, 복수로 얼룩진 그날 밤부터……”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의 심연


이탈리아 북부, 깊이를 알 수 없는 코모 호수. 인근에서 쓰레기 수거 일을 하는 ‘청소하는 남자’는 어느 날 아침 호숫가를 지나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소녀를 구해준다. 자살을 기도한 그 소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안의 외동딸이지만, 또래 남학생에게 끔찍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학대와 따돌림을 당한 이후 사람들의 눈을 피해 투명 인간처럼 살아가던 남자는 자신을 ‘수호천사’로 여기는 소녀를 보고 난생처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한편, 소녀가 물에 빠진 그 호수에서 신원 미상의 팔 하나가 떠오른다. 학대 피해 여성들을 돕는 ‘사냥하는 여자’는 현장 주변을 맴돌며 정보를 캐다가 팔의 주인이 중년의 독신 여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간 지역에서 비슷한 외모와 연령대의 여성들이 다수 실종되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다. 그리고 호숫가에서 발견된 팔과, 며칠 전 소녀를 구한 베일에 싸인 영웅 사이에 뭔가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도나토 카리시는 이 소설에서 ‘악’의 심연을 더욱 깊이 파고든다.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영웅’. 홀로 사는 중년 여성만을 노리는 냉혹한 ‘연쇄살인마’. 상반된 두 인격을 한 몸에 지닌, 가장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한 남자의 내면으로 들어가,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파괴되고, 우리가 ‘절대 악’이라 부르는 존재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어머니의 애정을 갈구하던 아동 학대 피해자에서 이중인격의 살인마로 변해버린 남자. 착한 아이라 믿었던 자식이 타인의 소중한 목숨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학대 피해 여성을 돕는 일에 매달리며 속죄해온 여자. 부모의 무관심과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잔인한 성 착취에 고통받는 소녀. 그리고 이 모든 고통과 폭력을 외면하는 사회……. 도나토 카리시는 자신이 연구한 다양한 범죄 케이스를 소설 속에 녹여내, 타인의 아픔에 눈감음으로써 가해자의 행위를 용인하고 부추기는 무심한 사회를 비판하고, 범죄를 순간의 자극적인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대중들에게도 엄중한 경고를 날린다.

어느 실제 사건 못지않게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이탈리아 독자들로부터 ‘작가로서의 진화를 보여준 작품’이라 호평받은 『심연 속의 나』. 도나토 카리시는 이 소설을 〈안개 속 소녀〉 〈미로 속 남자〉에 이어 세 번째 영화화 작품으로 낙점했고, 2022년 가을 이탈리아 현지에서 공개하며 다시금 독자와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범죄학자,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영화감독으로 다채로운 변신을 거듭해온 그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상상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프랑스 스릴러 분야에서 독보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히는 프랑크 틸리에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허구의 세계 속에 구축된 소설의 배경과 묘사가 극도로 현실적으로 그려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라고. 이렇게 까탈스러운 독자들을 두루 만족시키는 작품을 쓰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도나토 카리시는 바로 그런 소설에 근접한 작품을 써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그는 그런 소설을 영화로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옮긴이의 말에서)

■ 매체 서평

코모 호수는 이 소설의 주인공과 다름없다. 카리시가 그리는 고요하고 신비로운 호수 아래에는, 악을 지워버리고 폭력과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기 위해 눈감아버리는 우리 사회의 집단적이고 혼란스러운 잠재의식이 숨겨져 있다. _〈라 스탐파〉

카리시는 『심연 속의 나』로 자기 자신을 넘어섰다. 이 엄청난 이야기에는 저항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힘이 담겨 있다. _〈일 코리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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