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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속의 나

심연 속의 나

리뷰 총점9.6 리뷰 238건 | 판매지수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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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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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630g | 140*210*30mm
ISBN13 9791169255554
ISBN10 116925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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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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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는 남자는 지난 몇 주간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둔 소박한 쓰레기 보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두 23번지에 있는 집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다년간 자신이 치밀하게 짠 철칙에 따라 공들여 분류하고 엄선한 물건들이었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쓰레기통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말해주는 법이다. 왜냐하면 사람과 달리 쓰레기통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버리는 물건들을 통해 많은 걸 알아낼 수 있다. 사실상, 이는 남자가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일종의 방식이었다. 그렇다고 모두와 그런 상호작용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오로지 자신과 비슷한 부류였다.
외로운 사람들.
--- pp.32~33

“사인은 정체불명의 어마어마한 외력이라고 할 수 있지.”
상투적인 그 마지막 말은 대개 법의학자가 사망의 형태가 거칠고 잔혹할 때 보고서 말미에 의례적으로 적어 넣는 문구였다. 범인 없는 살인 사건의 경찰 보고서나 판결문 말미에서 만날 수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대개 시신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 신원 파악이 불가능한 사건과 겹치기 마련이다. 사냥하는 여자는 이름 없는 그 팔에서, 그 팔의 주인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줄 수 있는 특이 사항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60대 여성의 개인적인 삶, 그녀의 집, 인간관계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남다른 특징 같은 것. 하지만 며칠간 물속에 잠겨 있었던 탓에, 훼손되고 퉁퉁 붓고 창백해진 사지의 일부분에 남아 있던 유일한 과거 흔적은, 손톱에 칠해진 빨간 매니큐어가 전부였다. 사냥하는 여자는 그중에서 손톱 하나가 부러져 있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 p.112

“인간의 피부는 일종의 백지 같은 거야.” 법의학자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가끔은 그 백지 위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을 때가 있어. 그래서 우리는 시신에 남아 있는 지문이나 유기물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외선을 사용해. 그런데 솔직한 말로, 이런 걸 보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그는 네온등을 켜는 동시에, 먼저 켜두었던 특수 조명을 발로 조작해 껐다. 시체 안치실이 갑자기 어둠 속에 잠겼다. 보이는 거라고는 희미한 보라색 후광뿐이었다. 실비 박사는 네온등을 네소에서 발견된 팔 가까이 가져간 다음, 피해자의 손등 바로 위를 비추었다. 살갗에 문구 하나가 나타났다. 보이지 않는 잉크로 찍은 문신처럼 보였다.
‘댄싱 블루─음료 한 잔 무료.’
--- p.247

“괴물…….” 아이는 그 단어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도록 나지막이 반복해서 발음했다.
‘다들 어른이 벌인 짓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런 생각을 하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면 새엄마도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새아빠는 아니었다. 새아빠는 분명히 알아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새아빠라는 사람은 첫눈에 알아보았다. 아내와 자신이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하지만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주유소에 있던 그 꼬마도 아이를 믿었다. 새끼 고양이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꼬마를 유인할 수 있었다. 아이는 그렇게 꼬마를 언덕 너머에 있는 폐가로 유인했다. “고양이 저기 있어.” 아이가 말했다. 주유소에 있던 꼬마는 울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아이는 질겁한 그 눈빛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p.284

“나 그만할 거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이 사진들이 정말로 너희 가족사진하고 같이 영원히 박제되길 바라는 거야?”
보라색 앞머리 소녀는 수호천사가 바로 이 순간에 나타나, 자신을 멀리 데려가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소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
“수요일 저녁이면 알게 될 거야.”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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