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그림 속에 숨겨진 소송 사건의 비밀
왜 당대 최고의 기녀는 기름 장수를 선택했을까? 늙은 문하생과 젊은 스승의 기막힌 인연 한 번의 웃음이 맺어 준 인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포옹노인 의 다른 상품
최형섭의 다른 상품
|
경전들이 상자와 책상에 가득하고 수많은 말들이 쓰여 있지만 모두 다 쓸데없는 것이다. 내 생각에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단지 두 글자로 된 경전이 필요할 따름인데, 바로 ‘효제(孝悌)’라고 하는 두 글자다. 이 두 글자로 된 경전 중에서 다시 한 글자만을 알아야 한다면 그것은 ‘효’라는 글자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라면 부모가 사랑하는 사람을 또한 사랑하고, 부모가 공경하는 사람을 또한 공경하는 법이다. 그런데 하물며 형제는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혈통과 뿌리가 같은 사이니 어찌 화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집안의 재산은 모두 부모가 번 것인데 뭐 네 것 내 것 나누고 토지가 기름지고 메마른지를 따진단 말인가?
---「그림 속에 숨겨진 소송 사건의 비밀」중에서 “내가 비록 재능과 미모가 있다 하지만 기녀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멸시와 천대를 받는구나. 평소 수많은 신분이 높고 고귀한 사람들을 알고 지냈던 것은 다 쓸데없는 일이었어. 이런 치욕을 당하는 절박한 상황에서는 결국 아무 쓸모도 없는 걸. 돌아간다 한들 어찌 사람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고상하게 죽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런 명분도 없이 죽는다면 그동안 쓸데없이 헛된 명성을 누린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지경에 처해 보니 시골 마을의 아낙도 나보다는 열 배는 낫겠구나.” ---「왜 당대 최고의 기녀는 기름 장수를 선택했을까?」중에서 “대체로 과거를 통한 출세의 빠르고 늦음은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일찍 명성을 이루는 자도 있고 늦게 출세하는 사람도 있다. 일찍 명성을 이룬 자만이 반드시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늦게 출세한 자는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나이가 젊다고 자신을 믿어서도 안 되고, 나이가 늙었다고 스스로 포기해서도 안 된다. 늙거나 젊다는 것을 나이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 세상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귀천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니, 이후의 날들이 길고 짧은 것을 어찌 알겠는가? 젊고 부귀한 사람을 보면 아부하느라 여념이 없지만, 몇 살 더 나이를 먹고 벼슬길에서 뜻을 얻지 못한 사람을 보면 그를 무시한다. 이런 사람은 식견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농사에 비유하자면 빨리 익는 곡식도 있고 늦게 익는 벼도 있는 것이니, 어느 것이 수확이 좋을지는 모를 일이다.” ---「늙은 문하생과 젊은 스승의 기막힌 인연」중에서 “향을 피우고 조용히 앉아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입으로 중얼거리며 내 마음 깊은 곳을 살펴보네. 속으로 남을 해칠 계획을 세웠던 적은 없는가? 입으로 양심을 속이는 말을 했던 적은 없는가? 사람이라면 생각과 말이 일치해야 하거늘, 효제충신(孝悌忠信)은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네. 그 나머지 사소한 덕행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어떻게 내 행동거지를 완벽하게 수련할 수 있겠는가? 머리에는 꽃을 꽂고 손에는 술잔을 들고, 가동(歌童)의 노래를 듣고 무희(舞姬)의 춤을 구경하네. 음식과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옛사람도 얘기하던 것인데, 요즘 사람들은 이를 부끄럽게만 여기는구나. 마음속으로, 입으로, 얼마나 다른 사람을 속이고 천리를 거스르며 살고 있는가?” ---「한 번의 웃음이 맺어 준 인연」중에서 |
|
17세기는 중국 소설사의 황금기다. 다양한 형태로 확대 · 팽창해 가던 출판 시장을 배경으로 다양한 제재와 편폭을 지닌 소설 작품들이 대거 출현했기 때문이다. 『금고기관』은 편집자 포옹노인(抱甕老人)이 그 시기를 대표했던 단편소설집 ‘삼언(三言)’과 ‘양박(兩拍)’에서 독자들의 취향과 작품성, 주제 의식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일종의 선집본이다. ‘삼언(三言)’이란 세 작품집 『유세명언』, 『경세통언』, 『성세항언』을 가리킨다. ‘세상을 깨우치다[喩世]’, ‘세상을 경계하다[警世]’, ‘세상을 각성시키다[醒世]’라는 제목에 ‘소설’이란 풍속의 교화에 힘쓰는 것이라는 작자 풍몽룡의 입장이 나타난다. 한편 ‘양박(兩拍)’이란 『박안경기』와 『이각박안경기』를 가리킨다. ‘책상을 치며 기이함에 놀란다[拍案驚奇]’는 제목에는 작품의 오락성만이 부각되어 있으나, 작자 능몽초가 쓴 서문을 살펴보면 “듣는 사람들이 경계로 삼을 만하다”며 소설의 권선징악적인 가치를 내세운다. 두 책에 공통하는 ‘인정 과 풍속의 교화’라는 소설에 대한 효용론적 입장은 동아시아권에서 근대적 의미의 ‘소설’ 장르의 형성에 본바탕이 됐다. 『금고기관』은 원본인 ‘삼언’과 ‘양박’을 압도할 만큼 큰 인기를 얻어 이후 3백여 년간 광범위하게 읽혔으며 번역 · 번안으로서 근대 초기 한국에까지 유통되며 우리 문학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금고기관』은 지금까지 완역되지 않았던 작품을 우선으로 4편을 뽑아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그림 속에 숨겨진 소송 사건의 비밀>은 오늘날도 종종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되곤 하는 재산분쟁에 관한 소송 사건을 다룬다. 중국에서 재판 사건을 다루는 소설은 공안(公案) 소설이라 별도로 구분할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소설은 근대 초기 한국에서 신소설 <행락도(行樂圖)>로 번안됐다. 두 번째 이야기 <왜 당대 최고의 기녀는 기름장수를 선택했을까?>는 ‘사랑’을 주제로 하는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기녀가 물질적인 풍요와 사회적인 명예를 마다하고 진실한 사랑을 위해 신분이 낮은 기름장수를 배우자로 선택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세 번째 이야기인 <늙은 문하생과 젊은 스승의 기막힌 인연> 과거 시험을 모티프로 한다. 전통 시기 중국 지식인들에게 과거 시험은 거의 유일한 신분 상승의 출구였는데, 명청 시기 과거 시험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산된 이른바 ‘잉여 지식인’들은 많은 사회적 병폐를 낳기도 했다. 57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과거 시험에 합격한 선우동(鮮于同)을 통해 당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네 번째 이야기인 <한 번의 웃음이 맺어 준 인연>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 당인(唐寅, 1470~1523)이다. 그는 과거를 포기한 후 그림과 글을 팔며 도시에서 은거하는 이른바 ‘시은(市隱)’으로서의 삶을 산다. 이 이야기를 통해 ‘시은’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