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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문화정치

: 감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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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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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568쪽 | 646g | 143*210*33mm
ISBN13 97911687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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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겪은 경험을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이를 ‘나의 고통’으로 간주한다.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고통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타인의 고통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부재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타인이 겪는 고통은 존재한다. 내가 상대의 몸에서 고통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p.77~78

과거는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 지금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 속에 과거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 p.85

이미 지적했듯이 타자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해석하는 일, 타자의 몸(여기서는 국가의 몸)을 회복시킨다는 이유로 타자에게 공감하는 일은 폭력을 수반한다. 그러나 타자의 고통이 국가의 고통으로 전유되고 타자의 상처가 국가의 손상된 피부로 물신화되는 일에 대해 타자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을 듣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이는 우리가 우리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고통에 응답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원주민이 아닌 청자는 (고통을 일으킨 역사의 일부라는 점에서) 원주민의 고통을 자신의 일로 분명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원주민의 증언을 원주민에게서 빼앗아버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증언은 우리의 느낌에 관한 것도, 그들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 p.89

공감을 통해서도 전해질 수 없는 고통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주의 깊게 경청하는 일이 아니라 [몸, 역사, 공동체를] 다르게 살아내는 일이다. 이는 행동을 요구하고 집단적 정치를 요청한다. 고통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초한 정치가 아니라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정치, 다른 이들과 함께, 다른 이들 곁에서 살면서도 우리가 하나가 아님을 배우는 정치를 우리에게 요청한다.
--- p.98

이처럼 취약하고 두려운 느낌은 여성의 몸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공간에 머무는 방식을 형성한다. 취약함은 여성의 몸의 본질적 특성이 아니다. 취약함은, 공적 공간에서는 움직임을 제한하고 사적 공간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머무르게 만드는 방식으로 여성성을 규정함에 따
라 발생하는 효과다.
--- p.160

어떤 몸이 역겨움의 대상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역겨움이 권력관계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겨움이 권력관계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겨움이 신체적 경계를 유지함으로써 권력관계를 유지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일까?
--- p.196

우익 파시스트 집단이 ‘사랑’을 활용하는 방식에 어떤 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 p.269

‘나의 사랑’을 드러냄으로써 내가 ‘상대 곁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도 문화도 종족성도 아닌 ‘사랑’이야말로 다문화주의 국가를 결속시킨다.
--- p.294

사랑의 이름으로 말하면서 이 세계를 사랑의 이름에 걸맞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에 저항할 때, 우리가 단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때, 아무리 조건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사랑에는 조건이 붙는다는 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타자들과 우리가 실현하려는 세계 사이의 다른 관계와 연결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은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면서 타자와 연대하는 정동을 일컫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지도 모른다.
--- p.306~307

가족이 취약한 곳으로, 가족의 재생산을 방해하는 타자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곳으로 그려질 때, 가족은 위협과 불안의 서사를 통해 이상화된다.
--- p.312

이상적인 삶에 대한 각본인 이성애는 훨씬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모든 관계가 남성과 여성의 결합에서 비롯한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 p.317

퀴어한 삶은 가족을 꾸리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답이 없는 연인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아이를 낳거나 기르지 않고, 이웃 주민 감시 단체에 참여하지 않고, 전쟁 시에 국가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 p.322

퀴어 정치에서도 인정은 중요한 문제지만, 이때의 인정은 타자가 느끼는 슬픔이 아니라 슬퍼하는 사람인 타자에 관한 것이다. 퀴어 정치는 타자가 상실을 슬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슬픔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라는 것을, 슬퍼하는 가운데 홀로 남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다. 슬픔은 타자에 대한 것이자 타자를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 p.347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감정을 ‘사유가 아닌 것’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비판하는 것, 그리고 ‘합리적 사고’를 감정과 무관하다거나 타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다.
--- p.364

감정을 즉각적인 것이 아니라 매개된 것으로 이해하는 일은 지식이 느낌과 감각으로 이루어진 몸이라는 세계와 분리될 수 없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지식은 우리를 땀 흘리게 하고 떨리게 하며 몸서리치게 만드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모든 느낌은 무엇보다 몸의 표면에서 느껴진다. 몸의 표면은 우리가 세계를 어루만지고 세계가 우리를 어루만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 p.366

감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우리는 우리가 비판하는 것에 여전히 투자한다).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우리가 움직임에 따라 우리가 투자하는 것도 움직인다).
--- p.367

이에 페미니즘에 기초한 집단행동은 타자의 고통에 반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하지만 타자의 고통은 우리가 곧바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우 가닿을 수 있는 것에 가깝다. 결정적으로 고통에 응답하는 일은 고통에 관해 말하는 일에 기댄다. 고통에 관해 말하는 행동은 ‘우리’가 탄생하는 배경이 된다.
--- p.371

페미니즘이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을 때, ‘여성’이나 ‘젠더’ 범주에 갇히지 않을 때, 페미니즘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며’ 작동할 수 있다. 정해진 대상을 상실하는 일은 페미니즘 활동이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 활동이 움직이고 있으며 사회운동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 p.377

세계는 원래부터 정해진 그대로 지금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나는 사실 이 세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임을 깨달았다. 고통과 분노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도 경이였다. 경이는 상처를 주는 것, 고통을 일으키는 것, 우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연적인 것이 아님을, 우리가 만들어낼 수도 없애버릴 수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이처럼 경이는 변화를 향한 희망을 품게 하고 정치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만든다.
--- p.387

우리는 바로 이 순간에 행동에 나선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가르치고, 항의하고, 이름을 붙이고, 느끼고, 타자와 연결돼야 하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현 체제’에 맞선 투쟁을 통해 개방성은 커지고, 이는 서로 다른 몸이 지금 함께 모이는 일로 이어진다.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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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이후, ‘국가가 슬픔에 잠겨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문장의 발화와 동시에, 우리는 국가를 느낄 수 있는 주체로 간주할 뿐 아니라 우리가 국가를 대신해 그 감정을 느끼는 대상이 되었음을 받아들인다. 이처럼 감정은 언어적 발화를 통해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고, 그 감정이 우리 내부에서 발생한 것처럼 각자의 몸에 효과를 생성한다. 우리는 감정을 내가 소유한 어떤 것으로 사고해왔다. 그런데 정말 감정은 나 혹은 우리가 소유하는 것일까? 사라 아메드는 감정이란 누군가가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심리적 상태도 아니며,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생성하는 사회문화적 실천이자 정치적인 효과라고 주장한다. 두려움, 공포, 증오, 수치심과 같은 감정, 언어, 그리고 몸 사이의 관계를 집요하게 탐색하면서, 아메드는 우리가 사회적 변혁을 추구하면서 겪게 되는 복잡하고도 지난한 감정적 격동 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도대체 사회적 변혁은 왜 이리 성취하기 어려울까? 왜 기존 지배 권력은 완고하게 계속되는 걸까? 마르크스주의, 정동 이론,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을 발전시킨 아메드의 풍성한 논의는 마침내 우리를 그 대답으로 이끈다. 나는 이 책을 정치적 삶과 문화연구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오래 기다려왔던 책이다. 문장들은 잘 쓴 소설처럼 재미있고, 거리 집회에서의 몸 투쟁처럼 치열하다. 강요된 기쁨이나 거짓된 행복과 불화하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만나야 한다. 감정이 어떻게 언어와 몸 사이를 순환하며 특정한 형태로 고착되는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드는지,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인 정치적 행위를 하는지. 이 책과 함께 질문하고 논쟁하면서 다른 감정의 회로 형성에 기꺼이 ‘기쁘게!’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공동대표)
“《감정의 문화정치》는 2000년 이후 정동 연구의 발흥과 페미니즘 및 비판 이론의 확장에 기여한 탁월한 저서이다. 아메드가 이 책에서 분석하는 감정 정치의 배경은 신자유주의적 현재다. 감정 정치를 통해 사회 불평등이 유지되는 방식, 국가의 이상적 시민상에 부합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 약속하는 다문화주의 담론을 통해 시민권이 규율되는 방식, 감정과 행복을 통해 사회 규범이 재생산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신자유주의적 현재에 대한 독보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 박미선 (한신대 영미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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