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다루는 방법에는 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단순히 말하자면 수학자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연구하는 데 집중하죠. 학문의 범위 안에서 새로운 법칙과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하지만 저처럼 다양한 형태의 ‘수학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수학을 마주해요. 수학을 가볍게 다루고 싶거든요. 보통 여러분이 학교에서 만나는 수학은 언제나 심각하고 때론 괴롭기까지 하니까요. 적어도 학교 밖에서 수학을 만날 때는, 복잡하고 괴로운 수식은 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어려운 수학 스위치는 잠시 끄고, 아주 쉽고 경쾌한 수학 스위치를 켜 보려고요.
--- 「들어가며: 수학자의 수학이 아닌 ‘나의 수학’ 찾기」 중에서
예를 들어 볼까요? Y양은 평소 ‘썸’을 타던 C군에게 힘내라며 초콜릿을 건넸어요. 이때 ‘Y양이 C군에게 초콜릿을 건넬 확률’이 A이고, ‘Y양이 C군에게 고백할 확률’이 B라고 해 봅시다. 그럼 초콜릿을 건넸을 때 고백할 확률은 위의 조건부 확률 공식을 통해 구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초콜릿을 건네지 않을 확률’이나 ‘고백하지 않을 확률’도 표본공간 S 안에 모두 존재하지만, P(고백|초콜릿을 건넸을 때)와 같은 조건부 확률을 계산할 때는 필요 없다고 보고 제외하는 겁니다.
이처럼 조건부 확률을 계산할 때는 확률 공간을 상황에 맞게 제한하고, 조건 밖에서 일어난 일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이런 특징 때문에 조건부 확률이 추천 알고리듬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거랍니다. 확률을 계산할 때 꼭 필요한 정보를 가려내 ‘특정 사건이 일어날 확률(사용자가 추천 제품이나 작품을 좋아할 확률)’의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최근 눈에 띄게 ‘남자 아이돌 가수의 노래’만 듣는 사용자에게는 굳이 트로트 장르의 노래를 추천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 「1부 ‘최애 콘텐츠와 함께하는 수학’」 중에서
매슈스는 2015년 11월, 스마트폰에 작용하는 중력을 토대로 ‘회전 운동 방정식’을 세웠습니다. 이 방정식에 따르면, 사람의 허리 높이에서 회전하며 떨어지는 스마트폰은 평균 한 바퀴 이상 돌기 때문에, 액정이 바닥에 닿을 확률이 더 높죠.
매슈스의 연구에서 보듯, 여러 차례의 반복된 실험을 통해 도출해 낸 확률을 경험적 확률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머피의 법칙이라고 여기는 현상 중 많은 경우가 경험적 확률이 높은 사건에 해당해요. 우산을 챙긴 날 비가 오지 않거나, 식빵을 떨어뜨렸을 때 잼을 바른 면이 바닥에 닿는 일도 그러한 경우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나에게만 특별히 일어나는 불운이 아닌, 그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사건인 거예요.
--- 「2부 ‘아침부터 밤까지 일상과 함께하는 수학’」 중에서
브릭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인형처럼 다양한 캐릭터를 만드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서로 다른 얼굴 4개, 상의 3벌, 하의 2벌 브릭이 있다면, 서로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를 몇 종류나 만들 수 있을까요? 얼굴 브릭 1개를 기준으로 3(상의)×2(하의)=6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데 얼굴 브릭이 모두 4개이므로 전체 경우의 수는 4×6 =24개예요.
이렇게 여러 개 가운데서 순서에 상관없이 짝을 짓는 것을 ‘조합’이라고 해요. 1978년 처음 탄생한 브릭용 레고 캐릭터는 현재까지 1만 종류 이상이 나왔어요. 서로 다른 머리 스타일과 옷, 얼굴 표정 등을 다양하게 조합해 만들 수 있는 전체 경우의 수는 1,000조 개가 넘었고요. 레고 외의 다양한 회사가 만드는 캐릭터를 모두 포함하면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하겠죠
--- 「3부 ‘더 재밌고 더 안전한 놀이와 함께하는 수학’」 중에서
얼굴 인식 기술을 최초로 연구한 사람은 누굴까요? 바로 수학자였어요. 1960년대 초 미국의 수학자 우디 블레소(1921~1995)는 동료와 함께 사람의 얼굴을 컴퓨터로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논문으로 자세히 공개했어요.
이 논문에는 얼굴의 눈·코·입·광대 등 스무 곳이 기준점으로 표시된 우디 블레소의 증명사진이 실렸어요. 우디 블레소는 자신의 사진 위에 펜으로 직접 그린 수십 개의 점과 선을 기준으로 그 원리를 설명했죠. 그다음 눈의 너비나 눈 사이의 거리, 입의 너비나 눈과 코 사이, 눈과 입 사이의 거리 등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그 값을 컴퓨터에 수치로 저장했어요. 여기에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컴퓨터가 여러 사진 속에서 같은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컴퓨터를 활용한 얼굴 인식 기술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거죠.
--- 「4부 ‘막막한 미래와 함께하는 수학’」 중에서
이 책에서는 수식을 최소로 하고, 최대한 그런 연결의 실마리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꼭 수학 문제를 많이 풀고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해야만 수학이 의미 있는 건 아니거든요. 여러분이 나중에 문학을 공부하든, 언어를 공부하든, 의학을 공부하든, 코딩언어를 공부하든 수학을 피해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식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잠재된 수학적인 생각과 시선을 놓치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니까요. 이렇게 서서히 ‘수數’며드는 방식으로, 부디 수학을 포기하지 말고 곁에 두어 주길 간곡히 부탁해 봅니다!
--- 「나오며: ‘수’며드는 수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