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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이야기

: 1932~1933, 기이한 시대를 산 여섯 여자들

Yoda Fiction-05이동
전혜진 | 요다 | 2023년 11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7 리뷰 3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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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24g | 135*210*20mm
ISBN13 9791190749664
ISBN10 1190749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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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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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공부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요새는 시절이 바뀌어, 여자가 시집을 잘 가려면 집안 좋고 인물 잘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기에 하는 것일 뿐. 소위 엘리트다 하는 번듯한 남자들은 다들 신여성과 결혼하고 싶어 하니, 명문가의 딸이라고 해도 공부를 해서 좋은 학교에 이름을 올려야 더 나은 혼처를 얻을 수 있단다. 오라버니도 그런 요량으로 마리에게 공부를 하라고 계속 권하시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이왕비 전하께서도 학습원 여자고등과를 나오시지 않았느냐며.
---「경성 기담」중에서

알았소, 알았다고요. 당신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을 보니, 당신도 가네야마를 따돌리고 무사히 빠져나온 모양이지. 그러니까 괜찮을 거다. 도착하면, 선교사 부인께 받은 금반지를 그에게 주어야지. 상해까지 오는 게 목적이라 자신을 이리 데려왔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없었다면 진작에 붙잡혀 가네야마에게 끌려갔을 것이다. 반지를 돈이라 생각하든, 혹은 정표라 생각하든, 그에게 건네준다 한들 아깝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상해 기담」중에서

뻔뻔한 조선인 같으니. 마리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눈을 내리깔았다. 잠시라도, 그에게 조금이나마 동병상련 같은 감정을 느낀 것이 어리석었다. 얼굴만 잘생긴 난봉꾼인지, 말이 좋아 운현궁의 주인일 뿐 그 알맹이는 새빨간 불령선인인지는 몰라도, 어느 쪽이라도 황실과 혼담이 오가기에는 격이 떨어지는 주제에, 황실의 혼담을 거절하겠다고 있지도 않은 약혼녀를 핑계 삼다니.
---「동경 기담」중에서

하지만 그렇게 온갖 지조는 다 지킬 것처럼 굴면서도, 한족의 사내들은 오랑캐를 따라 머리를 변발로 밀었다. 어찌 되었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서 지나간 한신처럼 숙일 때는 숙일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그러면서도 전통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오랑캐들이 중원을 차지한 삼백 년 동안에도 여자들의 발등뼈를 부러뜨리고 발을 꽁꽁 묶었다.
---「만주 기담」중에서

하올레들은 말이 많았다. 그들은 우리가 자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그들이 생각하는 ‘피부가 노랗고 검은 사람들’에 대해 제멋대로 떠들어댔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그곳의 남자들은 술과 노름이며 아편에 빠져 있어서 못 써먹을 사람들인데, 이곳에서 부지런히 돈을 벌어 고향의 여자들을 돈을 주고 사 왔다고. 조금 배운 사람들은 우리에 대해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조선에서 온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사람들이라고, 그들은 일본 여권을 갖고 있지만, 말이며 풍습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들 역시도 고향의 여자들을 돈을 주고 사 왔노라고 말이다. 그들은 돈을 주고 신부를 사왔기에, 신부를 마구 두들겨 패고 학대한다고, 저 여자들은 가엾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포와 기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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