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왜 행복(Gluck)이 아닌 만족도(Zufriedenheit)를 평가하는 걸까? 행복은 감정에 의존하고, 따라서 뚜렷한 패턴 없이 지속적으로 변하는 속성이 있다. 반면 만족감의 규칙은 단순하다. 우리는 삶이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바와 일치할 때 만족감을 느끼고, 들어맞지 않는 상황에서 불만족을 느낀다. 사람들의 만족도가 언제 높아지는지를 알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조건을 알아낼 수 있다. 데이터를 통해 만족스러운 삶의 조건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 「1장 〈왜 행복보다 만족이 중요할까〉」 중에서
왜 자녀는 만족도를 높이지 못할까?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는 이유도, 야단 칠 일이 많다는 이유도, 양육 부담 때문도 아니다. 그보다 더 진부한 이유 때문이다. 바로 돈이 들어서다. 자녀가 있으면 가진 돈을 아이와 나눠야 하고, 그 결과 자신에게 쓸 돈이 더 줄어든다. 불만족도가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2장 〈가정, 반드시 꾸려야 할까〉」 중에서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은 사람들이 수영장, 자동차, TV, 별장 등의 물건을 구입하고 소유하는 순간 특별한 감정이 사라져 버린다고 말한다. 쇼핑을 통해 찰나의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끝이다.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좇다가 어느새 덫에 걸리고 만다. 우리는 이 덫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무엇을 사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에든 곧 익숙해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 「3장 〈돈, 얼마나 벌어야 할까〉」 중에서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그 답을 찾았다. 그는 3,500만 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해 응답을 분석한 결과 절친한 친구가 5명 이상인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친한 친구들은 여러분이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기대하고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이를 기대하겠지만 시간은 한정돼 있다. 10명의 친구들과 매주 2시간씩 통화한다면 주중 근무 시간의 절반인 20시간이 사라진다. 그렇다 보니 마음처럼 친구를 챙기기가 어렵고 그래서 극소수의 친한 친구들만 남는다. 더 많은 친구를 바란다면 우정 대신 스트레스만 얻을 것이다.
--- 「4장 〈관계, 친구는 많을수록 좋을까〉」 중에서
통념과는 달리 더 넓은 집이 만족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방의 개수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족 수보다 방이 더 많은 집으로 옮긴 경우에도 가족 수보다 방 수가 더 적었을 때와 비교해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주거 면적이 아니라 부대시설이다.
--- 「5장 〈집, 얼마나 넓어야 할까〉」 중에서
이는 기성 정당들이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 여건이 개선될수록 정당에 대한 호감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극우 정당과 좌파당은 그 반대다. 사람들은 생활 여건이 열악해질수록 이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낸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좌파당과 독일대안당은 사람들의 생활 여건이 열악해질수록 더 유리해질 것이다. 이런 목표를 선거 공약집에 드러내놓고 홍보할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 「6장 〈정치, 어느 정도의 참여도가 좋을까〉」 중에서
운동이 만족감을 낳는지 만족감이 운동으로 이어지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연구 결과 운동이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더 높아진 만족도가 또다시 운동 욕구를 자극하는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인과관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운동이 만족도를 높이며, 높아진 만족도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촉진시킨다는 게 중요하다. 운동이 만족도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동기가 좌우한다.
--- 「7장 〈건강, 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할까〉」 중에서
앞서 살펴본 직업적 성공이나 결혼 등은 만족도를 높여주는 피상적인 행위에 불과하며, 결국 기저에 깔린 마음가짐이 긍정적인 영향을 이끌어낼 수 있다. 가령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결혼 자체가 아니라 긍정적인 마음가짐 때문에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
--- 「8장 〈라이프스타일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중에서
그러나 이런 작은 차이보다 더 중요한 건 반려자의 만족도가 높으면 여러분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것이다. 나부터 행복하자는 이기주의가 오히려 사랑하는 이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이타주의로 실현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까.
--- 「9장 〈사랑,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중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만족감을 느끼는 걸까? 어떤 조건이 갖춰졌을 때 만족도가 높아지는 정확한 ‘이유’를 인과관계를 근거로 추측할 수 있을 뿐, 그 이유를 정확히 밝혀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족도가 언제 높아지는지를 알아두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가령 소득이 특정 한도를 넘어서면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면 그 ‘이유’는 잘 모르더라도 삶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 「10장 〈우리는 왜 만족하거나 만족하지 못할까〉」 중에서
하지만 데이터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사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으며 사회 참여적 자세가 이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적 교류와 사회 참여, 긴 노동시간이 만족도를 높여줄 리가 없다. 결혼 이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결혼을 취소해야 할까? 아니다. 결혼 후 만족도는 수년간 높아진다. 고통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되 부정적인 것을 피하라.
--- 「11장 〈만족감을 높이는 궁극의 방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