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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초판 완역본)

세계교양전집-1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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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40*213*9mm
ISBN13 9791193130322
ISBN10 11931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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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노인은 목 뒷덜미에 짙은 주름이 잡혀 초췌한 모습이었다. 뺨에는 열대의 바다에 반사된 햇빛으로 얻은 양성의 피부암 탓에 갈색 반점들이 있었다. 반점은 그의 얼굴 양옆으로 상당히 아래쪽까지 이어졌고, 양손에는 줄에 걸린 묵직한 고기들을 다루느라 깊게 팬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 생긴 것은 하나도 없었고, 죄다 물고기 없는 사막에 바닷물이 침식했던 때만큼이나 오래전에 생긴 상처들이었다. 노인의 모든 것이 노화되었지만, 눈만은 예외였다. 바다와 같은 빛깔의 눈에는 생기가 넘치고 지친 기색이 없었다.
--- p.9~10

그는 여러 해 동안 거북잡이 배를 탔지만, 거북에 대한 신비감은 없었다. 거북은 모두 가여웠다. 길이가 작은 배 한 척에 맞먹고 무게는 1톤에 이르는 거대한 장수거북조차도 그는 안쓰럽게 여겼다. 사람들은 대부분 거북에게 냉혹하다. 거북은 토막 내어 도살된 뒤에도 몇 시간이나 심장이 뛰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나도 거북과 같은 심장을 가졌지. 내 손발도 거북과 마찬가지고.’
--- p.38

‘저 물고기는 멋지고 특이해. 저놈이 몇 살이나 먹었는지 누가 알겠어. 저렇게 힘센 고기는 물론이고 저렇게 특이하게 행동하는 고기는 만나본 적이 없어. 어쩌면 너무 현명해서 뛰어오르지 않는 걸지도 몰라. 펄쩍 뛰어오르거나 맹렬하게 밀고 나가면 나는 사달이 날 텐데. 하지만 어쩌면 전에도 여러 번 낚싯바늘에 걸린 적이 있어서 이렇게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지. 상대가 단 한 사람인 것도, 그 사람이 노인이라는 것도 알 수가 없을 테지. 여하간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살만 실하면 시장에서 얼마나 많이 벌 수 있을까. 수컷답게 미끼를 물고, 수컷답게 낚싯줄도 끄는 데다 당황한 기색도 없이 싸우고 있어.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나처럼 그저 간절한 건가?’
--- p.50

‘더는 버틸 수가 없어. 아니야, 버틸 수 있어.’
그는 자신을 타일렀다.
‘너는 영원히 버틸 수 있어.’
다음 선회에서 그는 물고기를 거의 잡을 뻔했다. 하지만 또다시 물고기는 몸을 바로 세우고 천천히 헤엄쳐 멀어졌다.
‘네가 나를 죽이는구나, 물고기야.’
노인이 생각했다.
‘하지만 너도 권리가 있지. 너보다 더 대단하고 아름다우며 침착하고 고귀한 것을 본 적이 없구나, 형제여. 어서 날 죽이렴. 누가 누구를 죽이든 상관없으니.’
--- p.96

‘모르겠다.’
노인은 생각했다. 그는 매번 자신이 의식을 잃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난 모르겠어. 하지만 한 번 더 시도해봐야겠어.’
그는 한 번 더 시도했고 물고기의 방향을 돌려놓았을 때 다시 자신이 의식을 잃는 것을 느꼈다. 물고기는 이번에도 몸을 바로 세우고 커다란 꼬리를 허공에 휘저으며 천천히 헤엄쳐 나아갔다.
‘다시 시도할 거야.’
--- p.97

노인은 훼손된 큰 물고기를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물고기가 공격당했을 때 그는 마치 자신이 공격받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 물고기를 공격한 상어는 내가 죽였잖아.’
그는 생각했다.
‘게다가 그놈은 내가 본 중에 가장 큰 덴투소였어. 큰 놈들이라면 나도 많이 봤는데도 말이야.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야.’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꿈이라면 좋겠어. 물고기를 낚은 적도 없고 신문지를 깔고 혼자 자고 있는 거라면 좋겠구나.’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지.”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어.”
--- p.108

그는 더는 물고기에게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물고기가 너무 심하게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문득 노인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반쪽 물고기야.”
그가 말했다.
“너도 온전한 물고기였는데. 내가 너무 멀리까지 나와서 미안하구나. 나 때문에 우리 둘 다 망가져버렸어. 하지만 우린 상어를 여럿 죽였잖니, 너와 나 둘이서 다른 놈들을 많이 망가뜨렸어. 물고기야, 넌 몇이나 죽였니? 대가리에 그 창 모양의 주둥이가 괜히 있는 건 아니겠지.”
--- p.121

하지만 손도끼도 없었고, 이제는 칼도 없었다.
‘하지만 창 같은 주둥이를 노 끝에 묶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훌륭한 무기가 되었을까. 그러면 우리가 함께 싸울 수 있었을 텐데. 놈들이 밤에 다시 오면 어떻게 할까? 무얼 할 수 있을까?’
“싸워야지.”
그가 말했다.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 p.122

어부 여럿이 작은 배 주위에 모여 뱃전에 묶인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부 하나는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물속에서 낚싯줄로 물고기 뼈대의 길이를 쟀다.
사내아이는 내려가지 않았다. 이미 가보았기 때문이다. 어부 중 하나가 그를 위해 배를 살피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떠시니?”
어부 한 명이 소리쳤다.
“주무세요.”
아이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이는 우는 모습을 사람들이 보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
“아무도 깨우지 마세요.”
“코에서 꼬리까지 오 점 오 미터였어.”
--- p.129

“저건 뭐죠?”
그녀는 웨이터에게 이제는 해류에 쓸려나가기를 기다리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거대한 물고기의 긴 등뼈를 가리키며 물었다.
“티부론이.”
웨이터가 말했다.
“그러니까 상어가.”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려던 참이었다.
“상어 꼬리가 저렇게 멋지고 아름다운지 몰랐어요.”
“저도 몰랐어요.”
그녀와 함께 온 남성이 말했다. 길 위쪽 오두막에서는 노인이 다시 잠을 자고 있었다. 여전히 얼굴을 바닥에 댄 채 잠들어 있는 그를 사내아이가 곁에서 지켜보았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 p.13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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