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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세 자매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9건 | 판매지수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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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소설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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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10g | 128*182*20mm
ISBN13 9788932912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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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안드레이치!」 그가 조용히 말했다. 갑자기 그의 살진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고, 검은 눈동자에는 한때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매력적인 표정이 번득였다. 「파벨 안드레이치, 자네에게 친구로서 말하겠네. 성격을 바꿔야 해! 자네와 같이 있기가 힘드네! 정말 그래, 힘들다네!」
---p.28

「당신은 자신이 고결하다고 생각하니까 온 세상을 미워해요. 신앙이 있는 사람은 그 믿음이 무지와 미숙함의 표현이라며 미워하고, 신앙이 없는 사람은 믿음과 이상이 없다며 미워하죠. 노인은 보수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싫어하고, 젊은이는 자유분방하다고 싫어하죠. 농민과 국가의 이익은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개인적으로 농부를 만나면 혹시 도둑이나 강도가 아닐까 의심하면서 미워해요. 스스로 옳고 항상 원칙의 토대 위에 서 있다고 여기기에 소작농이나 이웃을 끊임없이 심판하려 들지요.」
---p.56

한겨울 시골에 살아 봐서 개조차 너무 지루한 나머지 짖지 않고 시계도 제가 재깍재깍하는 소리에 지쳐 가는 길고 지루하고 고요한 저녁을 알며, 그런 저녁이면 갑자기 양심이 깨어나 평정을 잃고 하염없이 서성대면서 자기 양심의 소리를 외면해 보려다가 결국 듣게 된 사람이라면,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 작고 아늑한 방에 울려 퍼진 아내의 목소리가 내게 선사한 쾌감과 해방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57

부티가와 나 사이에는 얼마나 무서운 차이가 있는가! 무엇보다 부티가는 견고하고 근본적인 물건을 만들었고 자기 일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았다. 그는 인류의 영속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죽음은 생각하지 않았으며, 아마도 죽음의 가능성마저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수천 년을 버티고 존재해야 할, 철과 돌로 된 다리를 만들면서 〈이게 오래가기나 할까……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p.69

마샤: 그래도 의미라는 게 있지 않을까요?
투젠바흐: 의미라……. 지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p.138

이리나: 모스크바로 가야 해! 모스크바! 모스크바!
---p.156

이리나: 어디로 갔어? 죄다 어디로 갔냐고? 어디에 있어? 오, 어떻게 하면 좋아, 난 어떻게 해! 다 잊어버렸어, 잊어버렸어…….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야……. 이탈리아 말로 창문이 무엇인지, 저 천장이 무엇인지도 기억나지 않아……. 다 잊어버렸다고, 매일 잊어 가고 있어. 인생은 가면 다시 오지 않을 텐데, 우리는 모스크바로 갈 수 없을 거야…….
---p.175

마샤: 음악 소리가 들려! 다들 우리를 떠나나 봐. 한 사람은 영원히, 영원히 떠나 버렸고, 우리만 남았어. 다시 우리의 삶을 시작해야 할 텐데. 살아가야 할 텐데……. 살아가야 할 텐데…….
---p.212

이리나: 시간이 흐르면, 왜 이 모든 일이 일어났고 무엇 때문에 이토록 고통스러운지 모두 알 수 있을까. 어떤 비밀도 없이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살아야겠지…….
---p.212

올가: 오, 하느님! 세월이 흐르고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우리는 잊힐 거야. 우리의 얼굴도 목소리도, 우리가 세 자매였다는 것도 잊힐 거야. 하지만 우리의 시련은 우리 뒤에 살아갈 사람들에게 기쁨으로 바뀌어 지상에 행복과 평화가 찾아올 거야. 그러면 우리 후손들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을 좋은 말로 기억하며 고마워할 거야. 오, 사랑하는 내 동생들, 우리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살아가야 해! 음악이 저렇게 밝고 즐겁게 울려 퍼지는 걸 들으니, 이제 조금만 지나면 우리가 왜 사는지, 왜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걸 알 수만 있다면, 알 수만 있다면!
---pp.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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