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책 여러 군데서 강조한 부분이지만, 의사란 직업은 수학 못지않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을 기대합니다. 그동안 상담하면서 숱하게 본 사례가 ‘수학과 과학은 내가 전교 1등이니까 무조건 의대에서 뽑아 줄 거야’라며 현역 때 수시 학종으로 의대를 썼다가 고배를 마신 학생들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전 과목을 고루 잘하면서, 비교과를 토론, 글쓰기, 독서 등으로 골고루 챙긴 학생들에 밀리곤 하죠. 의사란 직업은 아픈 사람을 고치는 직업이지만, 고친다는 건 치료만 포함하는 게 아니라 치유의 행위입니다. 전문성 못지않게 도덕성이 중시되는 직업이 의사이며, 의대 교수들은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집단입니다.
--- p.8 「프롤로그」 중에서
또 하나 여러분들이 의대 수시 학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N수생과 현역의 의대 입학 코스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N수생은 80%가 정시로 의대에 진학합니다. 고 3은 반대입니다. 80%가 수시이고, 그중 학종은 95%가 현역입니다. 49명 뽑는 서울대 일반 전형에 재수생은 1명 정도이고, 39명 뽑는 지균 전형은 N수생이 아예 지원조차 못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기부의 경쟁력입니다. 점점 더 새로워지고 심화되는 생기부의 창체와 세특을 이미 학생부가 완료된 재수생이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의대 입시에서는 수능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이 학교 내신이지만, 현역이라면 당연히 1학년 때부터 생기부를 챙겨야 합니다. 즉 높은 내신과 좋은 생기부를 같이 챙겨야 내가 갈 수 있는 의대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법입니다.
--- p.25
영재고 출신으로 완전히 이과 성향의 한 학생을 컨설팅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이 학생에게 서울대 자소서에 넣을 책 3권 모두 인문학적 성찰을 담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이과적 지식과 문과적 성찰의 균형감을 증명하여 마침내 서울의대에 합격시킬 수 있었는데요, 당시 그 학생이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책 중 하나가 《죽음의 중지》였습니다. ‘죽음이 중지되면 의사의 역할도 중지될까?’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면서, 소설 곳곳에 담긴 풍경을 활용했습니다.
--- p.48 「죽음의 중지」 중에서
이 책을 세특에 녹이는 방법
★화법과 작문 : 대부분의 학생들이 세특을 지나치게 진로와 전공과 연계해서 적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칭찬 일색이 되든지 그 전공을 위해 뼈까지 갈아서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는 열정 보여 주기식이 되기 쉽다. 하지만 의료인문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과잉 진로는 득보다 실이 많다. 억지로 모든 과목을 의학과 연결시키기보다는 다양한 관심을 드러내는 게 좋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가장 잘 통할 과목은 화법과 작문이다. 화법과 작문 시간에는 창의적 글쓰기에 대해서 배우는데, 창의적 글쓰기란 결국 우리가 아는 통념에 대한 회의에서 시작된다. 의학이 문과와 관계가 적은 이과 학문이라는 편견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 책을 사례로 활용하면 좋은 세특이 될 것이다.
--- p.66 「BOOK4, 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이 책을 창체에 녹이는 방법
★진로 활동 : 의대를 희망할 경우, 진로 활동은 우선적으로 질병에 대한 연구 그리고 화학적인 실험을 적으려고 한다. 그리고 일부는 컴퓨터와 연관지어 의료 인공지능을 논한다. 하지만 이어령 교수는 산업에도 관심이 많은 인물로, 이 책의 5번 시의 경우 ‘생각은 언제나 문명의 속도보다 늦게 온다’라는 산업 공학적 의미를 지닌다. 자동차가 생겨나도 그 힘을 재는 것은 말이고, 전등이 생겨나도 그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는 촛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시집에서 얻은 발상을 토대로 실제 기술과 기술을 재는 단위 표준의 관계에 대해서 탐구해 보자. 인문학으로 시작해서 공학까지 가면, 그 사이에 의학의 길이 있다.
--- p.102 「BOOK9, 눈물 한 방울」 중에서
저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사회학자에 가깝다고 소개합니다. 의사들이 폐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는 폐암과 담배의 관계, 폐암 환자들이 겪는 사회적 차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죠.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사회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래야만 의학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CT나 MRI 검사만으로 그 환자의 건강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고용 문제를 포함해 환자가 겪는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거시적으로 볼 줄 알아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 p.125 「BOOK13, 아픔이 길이 되려면」 중에서
이 책을 세특에 녹이는 방법
★경제 : 이 책은 경제 과목에도 쓰일 수 있다. 후성유전학과 행동경제학이 만나 행동후성유전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이 반복되면 유전자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경제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후성유전학적 변화는 위험한 투자를 하거나 중독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후성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경제적 정책을 개선할 수 있으며, 경제적 환경이 개인의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정책을 개선한다면, 개인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 p.227 「BOOK28,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중에서
저는 이 책을 읽은 뒤 정말 많은 의대 준비생들에게 추천했고 그들이 합격하는 것을 봤습니다. 책의 저자는 올리버 색스만큼이나 의대 적합성이 높은 인물인데요, 그는 바로 노벨상을 받은 의사 버나드 라운입니다. 특히 수학과 과학 쪽으로 편향된 학생이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많이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질 겁니다. 소통 능력이 강화되는 것이죠. 그의 책은 인간과 치료, 그리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통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이 말은 정말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이 평생을 지녀야 할 금과옥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유물론적 지식에 입각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막힌 배관 파이프를 뚫어 주는 배관공의 행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 p.275 「BOOK36,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중에서
이 책을 창체에 녹이는 방법
★동아리 활동 : “의학은 탈인간화의 길을 걸어왔고, 기술이 우선시되었으며 환자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현대 의학에 대한 날카로운 그의 비판은 토론 동아리 활동에서 탐구할 만한 소재이다. ‘의학은 기술을 우선해야 할까, 환자를 우선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토론을 해 보자. 물론 이 주장에는 흑과 백이 있는 게 아니며, 환자를 위해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균형적인 시각도 가능하다.
--- p.278 「BOOK36,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중에서
그 학생의 생기부에는 1학년 때 부터 3학년 때까지 한 작가(본업은 의사)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바로 36세의 나이에 미국의 명문 의대인 클리블랜드 의대 심장내과 교수로 임명된 에릭 토폴입니다. 그 학생은 어린 시절 체험 캠프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귀에 꽂은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와 수업하는 도중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의사에게 청진기가 의미하는 것은 의료 행위 그 자체였어요. 가운보다 청진기가 더 멋있어 보인 적도 있었죠. 그런데 에릭 토폴은 이미 10년 전에 의사들이 청진기 대신 컴퓨터를 들고 환자를 볼 거라고 예상한 게 놀라워요. 좋은 의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의료를 기술적 관점에서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학은 진보하는 학문이니까요.”
--- p. 317 「BOOK42, 딥메디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