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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자주 집을 본다.
어떤 날은 따뜻한 해가 집 안으로 조용히 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물이 들어와 내 무릎까지 차오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덩굴나무가 집의 벽을 휘감고 커다란 하얀 꽃을 피웠다. 꿈속의 집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 걸까? 몇 년에 걸쳐 같은 집을 찾아가는데도 나는 아직 모든 방문을 열어 보지 못했다. 집의 구조가 궁금했다. 바깥에서 보이는 집의 아름다움보다 그 집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평온한지가 궁금했다. 그 집에서 나는 날개를 접지 않고 날아다니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춤을 추며 뛰어다니고 싶었다. 그리고 아마 당신도 그럴 것이다 --- p.4 오늘은 월요일이다. 월요일은 정말 싫다. 월요일은 아침부터 매주 실적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나는 제일 두렵다. --- p.15 두 번 다시, 그런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았다. 이 회사는 내가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두 번째 회사였다. 너무 작은 스타트업 회사라서 나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기지 않고, 쉽게 망하거나 월급을 체납하지 않는 큰 대기업이어야 했다. 만약 여기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면, 사회 부적응자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이상한 세계에서 더 버텨 보기로 했다. 엉뚱한 오기가 나를 여기에 일 년 넘게 머무르게 한 것이다. --- p.59 “제 고객님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습지만, 지금 제가 가구를 팔고 있는 게 잘살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잘 서지 않아요.” “곰 사원, 너무 초조해하지 말아요. 시간은 가능성이니까요. 내가 곰 사원의 나이라면, 그 젊음으로 정말 하고 싶은 거 뭐든지 다 하고 살 텐데. 불안하거나 초조해지면, 한쪽 손을 심장 위에 올려 두고 천천히 이렇게 말해 봐요. 괜찮다. 괜찮다.” --- p.177 나는 심장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놓아야 했다. 자신에게 진실한 것을 꺼내 놓을수록 더 진실한 관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내가 인생에서 가장 찾고 싶은 것들은 그런 것들이 아닐까? 내가 하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고 그 이야기가 있어서 좋다고 말해주는 것. 어린 시절 하굣길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친구의 조용한 미소 같은 것. 그런 것들이 내가 가장 그리워하고 가지고 싶었던 것 아닐까? 나는 용기를 내서 지금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 pp.184~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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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지만 다시 꿈꾸는 당신에겐 어떤 가구가 필요한가요?
외로움과 허전함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 가구를 파는 곰 사원은 오늘도 가구를 팔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를 나선다. 윽박지르는 남편 때문에 원하는 식탁 하나도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새,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쓰지도 않는 찻잔을 모으는 멧돼지, 성공에 목마른 소설가 펭귄, 나이가 들자 찾아오는 이가 없는 성공한 사업가 사자를 만나며 곰 사원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가구와 그 쓰임을 통해 고객에게 가구보다 더 필요한 것은 따로 있음을 짐작하게 되고, 더 나아가 실적 때문에 점점 변해가는 자신에게는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에 빠진다.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는 남들에게 쉽게 내보일 수 없는 속사정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다양한 삶과 꿈을 보여 준다. 무엇이든 참고 살았던 새가 남편 앞에서 원하는 식탁 하나도 사지 못하는 모습과,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잠을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캥거루가 기타를 연주할 때 앉을 소파를 고르는 모습처럼 그 안에서도 방황하는 인물과 꿋꿋하게 선택을 이어가는 인물의 이야기가 대조되며, 곰 사원이 이들과 나눈 대화는 실적이 쌓일수록 가구를 파는 일에 자꾸만 회의감이 들던 곰 사원에게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허전함을 채우려면 가구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들어 한 사람이 필요한 존재들의 이야기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이다.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싶어서 그렇게 잠도 미뤄 두는 걸까?”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듣는 '꿈'의 시간 실적 압박에 힘들어하던 곰 사원은 언제부터인가 꿈에 낡고 허름한 ‘집’이 등장한다. 꿈에서조차 이 집의 주인에게 어떤 가구를 팔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고객이 부르면 잠을 미루면서까지 한밤중에 달려가 실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꿈속에서의 곰 사원은 여전히 집을 청소하고 가꾸며 수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달의 우수 사원’으로 뽑힌 이후에도 곰 사원의 꿈에는 여전히 ‘집’이 등장하고, 이번엔 처음 보는 지하실 문을 발견한다.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극심한 답답함을 느끼며 꿈에선 깬 곰 사원은 마침내 방치된 그 집이 ‘나’였음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더 알고 싶다.” -208쪽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이 가장 자신이 바라던 삶이라고 생각한 곰 사원은 꿈속에서 집을 청소하고 페인트를 칠하며 열심히 일을 한 것처럼 가구 판매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하지만 고객에게 가구를 팔기 위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 때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곰 사원은 가구를 판매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진심을 다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에 점점 못마땅함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 속의 꿈은 곰 사원이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찾는 고요한 세계이며, 열리지 않는 지하실은 곰 사원이 정말로 의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로 안내하는 문이다. 문 너머에는 꿈을 지킬 확신이 없던 어릴 때 포기한 작가라는 길이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었던 친구처럼 그때의 다정함을 회복하는 시작이 펼쳐질 수도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사실, 정상이 아닐지도 몰라요. 혼란스러운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아요.” -179쪽 긴 고민 끝에 남편을 설득해 식탁을 사기로 한 새가 말했던 것처럼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무가치한 일이란 없듯이, 곰 사원이 최선을 다해 우수 사원이 되고서 일을 그만두었기에, 어릴 적에 꿈꾸었지만 그때는 확신이 없어서 포기했던 그 길을 이제야 걸어가 보겠다는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밀도 높은 서사와 아름다운 그림으로 이수연 작가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는 실적이 없는 곰 사원과 실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오렌지 여우 사원, 곰 사원이 만나는 각양각색의 고객들과 회사에서 유일하게 곰의 변화를 알아보는 개 사원처럼 인물들의 역할뿐 아니라 관계도가 치밀하게 구성되어 이야기의 몰입을 한층 끌어올리며, 이를 탄탄하게 끌고 가는 완성도 높은 그림으로 또 한 번 독자들을 만족시킨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동물’의 외형을 갖고 있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활용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늘날의 인간 군상을 새롭게 표현하였다.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는 이수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진정한 행복을 위해 가구가 아닌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인 그림책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아 220페이지에 걸쳐 꿈과 행복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다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풀어냈다. 작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어려움을 알아주고, 꼭 꿈이 없더라도 오늘을 힘껏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불완전한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길 응원하는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