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다고 거기가 끝인 건 아니었습니다. 다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 큰 방향으로의 전환이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를 다르게 보내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나를 선택하라고 눈앞에 와 있었습니다.
물론 그 결과도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여러 차례 경험해 보니,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넓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끊임없이 있으니까요.
--- 「프롤로그」 중에서
오랫동안 현역 선수로 뛰며 중요했던 건, 내가 뭘 잘하는지를 찾는 일이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며 실력이 느는 시기가 있고, 그동안 쌓은 실력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 깊어져야 하는 시기가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의 세계에 나오고, A매치를 뛰면서는 경험하는 것은 전부 새로웠다. 배울 것투성이였기에 열심히 흡수하려 했다. 그러나 경험이 쌓인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하는 게 필요하기도 하지만, 선수도 사람이기에 계속해서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는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내가 잘하는 기술을 다른 사람이 아예 못 쫓아올 수준까지 만들어 보자고 다짐한 것은 파란만장한 이십 대를 보낸 뒤였다.
……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남들이 따라올 수 없게끔 만들어 내야 한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단점을 보완해 봐야 그게 내 장점을 극대화하지는 못한다. 장점으로 누구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자.
---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오래 하고 싶다면」 중에서
스스로 한계를 정해둘 필요는 없다. 일단 해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내가 어림잡아 생각하는 나의 한계가 진짜 한계는 아닐 것이다. 도전이 꼭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도전만으로도 의미 있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분명하게 있고. 나는 그 배움의 순간들이 기회였고 행운이었다.
…… 사람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을 흔히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해야 부든 명예든 성공이든 뭐든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기회는 그렇게 자주 오지 않는다며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그때 그 물살을 타고 시간만 흐르면 2002년 월드컵 무대에 당연히 서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내게는 그 물살을 감당하고 조절할 힘이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쉬지 않고 가야 하는지 몰랐다. 그 당시에 대해 누가 내게 물어보면 항상 이야기한다. “내가 받을 인기나 관심 그 이상을 받았던 시기예요.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문에 내 능력보다 더 큰 인정을 받아서 도취 되어 살았던 것 같아요.” …… ‘진짜 나’와 ‘사람들이 보는 나’ 사이에 실력 차이가 있었다.
--- 「우연히 발견된 재능, 예상치 못한 기회」 중에서
너무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수많은 시선들 속에서 휘청거릴 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흔들리지 않게 잡아 주는 것들이 필요했는데, 군대가 그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 스물셋, 나는 충분히 다시 시작해도 되는 나이였다.
…… 우연히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을 때, 마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온 기회는 쉽게 위기로 바뀌었다. 2002년 월드컵 엔트리에서 제외되었을 때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내 자리를 잃은 기분이었다. 궁지에 몰린 기분으로 군대에 갔다. 그러나 그 덕분에 노력의 가치, 준비의 중요성, 팀플레이에서의 역할, 긍정적인 생각법에 눈을 떴다. 빠르게 프로의 세계에 들어가 너무 일찍 스타가 되었던 내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도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무너졌다가도 다시 헤쳐 나올 힘이 있음을 그 안에서 배웠다.
--- 「나를 키운 고통」 중에서
그라운드 안에서의 조직력과 경기장 밖에서의 응집력은 연결되어 있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팀의 분위기가 엉망이고 기록이 나오지 않으면, 실력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스트라이커가 골을 많이 넣어도 수비가 뚫려버리면 승리를 가지고 올 수 없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로 도와주고 받쳐주지 않으면서 함께 뛰는 동료를 신뢰할 수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정신적으로든 체력적으로든 무리가 간다.
…… 경기를 가면 11명은 선발로 뛰고 벤치에 6명 정도가 앉아서 대기한다. 그중 3명이 교체로 들어가면 나머지 3명은 같이 경기장까지 갔지만 뛸 수가 없다. 그들이 어떤 불만을 가지게 되는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 적어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대부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뛰었지만, 독일과 영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한참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나 역시 그런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 「시작과 끝은 모두 소통이다」 중에서
기회는 종종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준비된 순간 기회가 온다면 결정이 쉽겠지만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선택은 해야 한다. 도전할 것인가, 더 준비할 것인가.
…… 선택은 어렵다. 그렇지만 두렵지는 않다. 아무리 준비하고 잘 판단해서 선택해도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선택 하나로 모든 일이 엉망이 되지는 않는다. 조금 다른 길로 갈 뿐이다. 그 덕에 세상이 더 넓어질 수도 있다. 인생이라는 책에 담을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성공담만 가득한 책은 너무 지루하다.
…… 다른 선수들도 다 그렇지만 기록을 목표로 “내가 200골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뛴 적은 없다. 그랬다면 벌써 포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냥 한 골 한 골, 한 경기 한 경기 신경을 썼을 뿐이다. 매번 앞에 있는 경기를 준비하며 달리다 보니 기록에 근접해 있었다. 기록을 축하받을 때면 그동안 같이 뛰었던 선수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골을 넣기까지 같이 뛴 선수가 얼마나 많고, 내게 어시스트를 해 준 선수도 얼마나 많겠는가. 축구선수 이동국으로 은퇴를 하는 날, 그라운드 밖에서도 내게 어시스트를 해 준 이들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 「선택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중에서
쉽고 편안한 날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속에서도 포기하거나 멈추는 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말들에도, 어떤 시선들에도 흔들리지 않고 저 자신에 더욱 집중하며 보냈습니다. 그리고 내 곁에 가족이 있어 계속 달릴 수 있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팀에서, 리그에서 팬들과 뜨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짚어보며 다시 그 에너지가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누구보다 행복한 선수였구나, 마음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꿈결 같았던 순간들,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은 시간입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습관은 중요하다. 습관이 된 능력은 의식적이지 않아도 필요한 순간 발휘된다. 다만 습관이 되기까지 반복의 시간이 오래 쌓여야 한다. 뭐든 처음에는 쉽지 않다. …… 나는 마음의 움직임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도 습관이고, 그걸 시도하고 노력하는 것도 습관일 수 있다. 내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은 가능한 무의식에도 튀어나올 수 있게 몸과 마음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 대단한 명예와 부가 어느 날 갑자기 쏟아지는 것보다, 흘린 땀이 사라지지 않고 노력이 그 몫을 하는 일이 진짜 행운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힘든 시기에도 다시 땀 흘려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은퇴를 하고 선수 생활을 그만두더라도 그동안 했던 노력이 어딘가에는 남아 있다가 또 내게 힘이 되지 않을까.
…… 축구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마지막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딱 한두 명이다. 하지만 내가 그 빛을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 팀에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면 스스로 만족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꼭 골을 넣지 못했더라도 실망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같다. 하나의 목표를 가진 팀의 경기력이 좋다면, 내일도 좋은 컨디션으로 그라운드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골을 넣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니 중요한 건 일상을 지내는 생각과 패턴이란 걸 잊지 말자. 그렇게 잘 지내기만 한다면 중요할 때 골든골을 넣는 건 언제든지 가능하니까.
--- 「마음가짐은 습관이, 습관은 실력이 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