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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무민 바다에 가다

아빠 무민 바다에 가다

: 즐거운 무민가족

소년한길 동화-1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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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3쪽 | 651g | 166*234*30mm
ISBN13 9788935600670
ISBN10 8935600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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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 진지한 반음 내림
--- 김병희(http://blog.yes24.com/cbang36)
글만큼이나 삽화가 유명한 동화들이 있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나, '우산을 타고 온 메리 포핀스'가 그렇다. 여기에 이 동화, 무민 시리즈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는 정말이지 멋지다. 하지만, 그게 그렇다. 동화에 들어간 삽화는 성인 독자들에게는 뭔가 우습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애들 읽는 동화'라고 선뜻 뽑게 되질 않으니 말이다. 삽화 때문에라도 쉽게 뽑았다가 가슴에 얼얼한 일격을 맞게 되는 동화가 '무민 시리즈'다.

『마법사의 모자와 무민』을 시작으로 모두 여덟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을 선뜻 사게 된 것은 어릴 때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인데, 보색대비가 찬란한 총천연색의 그 그림 동화책은 이 『마법사의 모자와 무민』이었다. 거기엔 기압계에 집착하는 흐믈흐믈들과 무민 엄마 핸드백을 훔쳐 집으로 삼은 나팔 주둥이 아이들이 나온다.
무민은 북구의 도깨비 비슷한 아이들인데, 이 동화에 나오는 것은 무민들뿐이 아니다. 여러 가지 생물군이 뒤섞여 사는 이 동네엔 스너프킨, 그로크, 꼬마 미 등이 사는데 종종 이름과 종명을 헷갈리게 된다. 무민은 종명이고, 주인공은 무민 트롤인데, 아빠 무민은 그냥 아빠 무민이다. 무민 트롤을 부를 땐, '트롤아'라고 부르지 않고, '무민 트롤'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무민 트롤은 주인공의 이름이자 해당 생물군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릴 때에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등장인물은 스너프킨이다. 피리 불기가 특기이며, '모든 조그만 짐승은 화살 꼬리를 가지고 있네'라는 노래의 작곡자인 그는 '푯말 뽑기'가 취미이며, 어려 보이는 용모에 어울리지 않게 파이프 담배를 피운다. 무민들이 겨울잠에서 깨났을 때쯤 찾아와서 함께 놀다가, 무민들이 겨울잠에 들 때 무민 골짜기를 떠난다.

이야기는 스너프킨이 오지 않은 어느 해 어느 날에 시작된다. 그 무렵 아빠 무민은 더 이상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살던 곳을 떠나 섬 하나를 가지기로 결심한다. 제목은 '아빠 무민 바다에 가다'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아빠 무민 탓에 엄마 무민, 무민 트롤, 꼬마 미와 그로크가 등대섬에 가다'가 된다.
줄거리는 분명하지 않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등대섬에서 아빠 무민은 집에 돌아가고 싶어지고, 엄마 무민은 그림을 그리게 되고, 꼬마 미는 석유로 개미를 죽이고, 등대지기는 등대로 돌아오고, 무민 트롤은 해마보다 그로크와 친해지며, 그로크는 따뜻해진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는 훑어낼 가지도 따로 추려 특별 대우를 해야 할 뼈대도 없다.

알고 보면, 인생은 모두 단조다. 내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이 동화에 감응하는 것은 그 진지한 반음 내림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 책 뒷표지에 꽤나 진지한 말이 씌어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때로는 떨어져 있고 싶을 때가 있어요'. 어른도 이해하기 힘든, 이런 메시지를 동화에 온전히, 그것도 아름답게 담은 무민 시리즈에 축복 있으라. 더불어 그걸 읽어낼 줄 알고, 즐길 줄 아는 아직 어린 어른들에게도 축복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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