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첫 글자를 딴 약어라는데, 솔직히 이것만으로는 ESG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가 어려워. 대체 ESG가 무엇이기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며, 기후위기 시대의 필수사항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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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의 우수 사례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기업이 있다. 해마다 매출의 1%를 '지구를 위한 세금'으로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우리 기업의 최대 주주는 지구'라고 선언하며 2022년 가을부터 순수익 100%를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한다.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힘쓰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오래 입을 수 있는 의류를 만들기 위해서도 고민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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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유즈(재사용)는 리사이클(재활용)과 뭐가 다를까? 리사이클은 기존의 물건을 녹이거나 분해하는 등 한 번 가공한 뒤에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거고, 리유즈는 물건의 원형을 보존하며 처음 의도대로 다시 사용한다는 의미를 가져. 리사이클은 가공과정에서 추가적인 연료(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리유즈는 수선해서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더 환경친화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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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인류 역사상 역대급 발명이었다. 편리하고 저렴하며 접근성이 좋아 누구나 쉽게 만들어 사용했다. 그리고 쉽게 버릴 수 있었다. 아니, 쉽게 버려도 되는 줄 알았다. 플라스틱이 더는 인류의 우호적인 친구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난 뒤, 사람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딱딱하고 실효성 없는 규제는 실제 사용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바로 이 위기의 시점에 트래쉬버스터즈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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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쓰레기를 0(zero)에 가깝게 만들어 보자는 말이야.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단어지. 하지만 촌각을 다투며 새로운 물건이 만들어지고 일회용품이 개인의 일상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범람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제로웨이스트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질 수 있어. 그런데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꽤 열심히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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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이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때, 제로웨이스트숍 '더피커(thePicker)'가 문을 열었다. 더피커는 '건강한 자원의 순환과 지속가능한 소비문화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2016년부터 시작한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브랜드다. 더피커에서는 포장 폐기물 감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쓰레기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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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후 버려진 제품을 다시 사용하는 방식을 흔히 '재활용', 영어로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이라고 하잖아. 물론 재활용도 환경에 유익하지만, 재활용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세련된 멋까지 챙기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어. 바로 버려지는 제품에 디자인을 새롭게 하거나 활용도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야. 이걸 '새활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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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7kg. 이 어마어마한 숫자의 정체는 바로 한 브랜드가 업사이클링한 플라스틱의 무게다. 그 주인공은 바로 끊어진 자원순환 고리를 회복하고 플라스틱 쓰레기의 지속가능한 순환구조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노플라스틱선데이'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이라는 말을 들으면 얼핏 딱딱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요일의 환한 햇살을 닮은 노란색의 브랜드 컬러를 보면, 노플라스틱선데이를 한껏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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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가 정말 빠르게 변하는 요즘, 백화점에 가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옷이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어. 또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이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하지. 이렇게 번개 치듯 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것을 '패스트 패션'이라고 해. 그런데 요즘 이 단어가 환경오염과 연관되어 급부상하기 시작했어. '빠르게 만들어서 빠르게 소비한다.' 언뜻 들으면 아주 효율적인 방법 같은데, '패스트 패션'과 '환경오염'이 함께 등장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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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시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 특히 젊은층이 열광하는 장르다. 그러나 그들 중 의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우리나라의 의류 폐기물은 약 8만 2천 톤이며, 공장에서 나오는 폐섬유까지 합산하면 그 양은 4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다시입다연구소'의 정주연 대표에게 현재의 의류산업과 환경오염의 깊은 연관관계와 함께, 이에 따른 다양하고도 힘찬 대안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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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이라는 단어가 아직 낯선 사람도 있겠지만,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미디어나 웹상에서 자주 들어본 단어일 거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를 제거·흡수해 온실가스의 순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을 탄소중립이라고 해.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의 양을 같게 만들어 탄소의 순 배출을 0으로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넷제로(Net Zero)라고도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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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g vs 0g. 1km 주행 시 자동차와 자전거의 탄소배출량이다. 알다시피 자전거는 주행을 할 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물론 자전거를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는 탄소가 발생한다. 다만 자전거의 경우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마저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중고자전거를 사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중고자전거 거래를 통해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시키고, 탄소중립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해주는 기특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라이트브라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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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커뮤니티'는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관계를 위해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형태의 조직을 말해. 에코 커뮤니티는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인 탈중앙화 자율조직 네트워크 DAO의 영향을 받고 있어. DAO는 회원 모두가 주체가 되고, 균등한 발언권을 가지며, 공동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조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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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 한 브랜드 디렉터가 토종꿀 브랜딩 작업을 맡게 됐다. 그는 브랜딩 작업을 위해 전국의 밀원지를 찾아다니다 커다란 문제를 발견했다. 꿀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꿀벌 멸종의 배후에는 기후위기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살충제의 남용, 낭충봉아부패병 등의 전염병, 벌에게 설탕을 무리하게 주고 꿀을 갈취하는 양봉방법 등이 두루 겹친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다. 벌을 통해 환경을 살피며 인간의 삶과 성장도 함께 독려하는 조직, 댄스위드비의 윤성영 대표를 만나 벌의 초개체의 신비로운 구조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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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활발해지면서 소셜 네트워크나 소셜 미디어와 같은 말은 익숙해졌지만 '소셜 캠페인'이라는 단어는 아직 좀 생소할 거야. 소셜 캠페인이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대중참여형 활동이라고 보면 돼. 소셜 캠페인은 환경·인권·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SNS의 확산으로 그 영향력도 커지는 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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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환경보호' '소셜' '액션' '연대'등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크게 괘념치 않았던 이 단어들이 우리 사회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관련된 커뮤니티와 스타트업도 여기저기에서 생겨났다. 그 가운데에 선명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베이크(VAKE)가 눈에 띈다. 베이크는 우리 주변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직접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소셜 액션 네트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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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떤 농부가 땀 흘려 정성껏 기른 채소와 곡물인지 우리는 알 수 없어. 이때 만약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 마주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시장이 있다면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재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게 닿는지 훨씬 리얼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도시 근교에서 지은 농산물을 도시의 소비자와 연결하는 시장을 '농부시장'이라고 해. 그중에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친환경 농부시장'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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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먹는 밥상에 대해 잘 모른다. 누가 재배하고 어떻게 유통되어 밥상까지 전달되었는지, 음식에 담긴 저마다의 이야기를 도무지 알 수 없다. 대양을 넘어 탄소마일리지를 잔뜩 쓰고 유통되는 대량생산의 농산물이 우리 밥상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끊임없이 굴러가는 식탁의 잔혹사에 희망찬 브레이크를 12년 동안 밟아온 시장이 있다. 2013년 10월에 시작한 마르쉐@은 '돈과 물건의 교환만 이루어지는 시장' 대신 '사람, 관계, 대화가 있는 시장'을 지향하는 친환경 농부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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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게 많아. 최근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리사이클링 테크'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거든. 리사이클링 테크는 다양한 신기술을 통해 리사이클링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 기술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경제 선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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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한민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1,400만 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해마다 이렇게 많은 새 휴대폰이 판매되고 있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폰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로 폰을 집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민팃은 바로 이러한 중고폰 유통구조의 맹점을 파고들어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민팃은 중고 ICT 기기 거래 플랫폼으로, ATM에서 손쉽게 현금을 인출하듯, 무인매입기에서 비대면으로 중고휴대폰을 거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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