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 이 말 꼭 하고 싶어요. 나, ‘메이드 인 베트남’ 아니에요. 나는 ‘나’예요. 공짜로 돌릴 수 있는 기계 아니에요. 사고 싶은 게 있고, 먹고 싶은 게 있고, 가고 싶은 게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어요. 내 친구들도 똑같아요. 그래서 우리, 잘 살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내 하루가, 내 삶이 ‘있는 그대로’, 당신하고 똑같이 ‘잘 살고 싶은 사람’으로 대우받길 바라요. 그러려면 내가 부엌에 있어도, 깻잎하우스에 있어도, 공장에 있어도, 이주민 도와주는 일을 해도 모두 중요한 ‘일’로 여겨지고, 돈도 받으면 좋겠어요. 이건 우리가 함께 잘 사는데 소중한 ‘일들’이니까요. 이 글 그래서 쓰는 거예요. 저를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보지 않는 모든 분이 함께 고민하면 좋겠어요. 다시 한번 말할게요. “나, 함께 잘 살고 싶어요.”
--- 「‘메이드 인 베트남’ 아녜요, 나는 나예요」 중에서
그거 아세요? 이제 게임업계 평균연령이 예전 같지 않아요. 삼사십대가 주축이 되어가고 있죠. 이제 좋은 게임 하나만 바라보며 나를 갈아 넣던 청년에서 누군가의 배우자, 아빠, 엄마가 되기도 했죠. 이분들이 최소한 내 아이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에 퇴근해서 아이와 소중한 시간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건,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국가 경제 순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사는 저 같은 국민의 행복이 최우선되는 것이 아닐까요?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당장 생각이 안 나시면 우리와 이야기하며 더 좋은 방법을 찾으면 어떨까요? 우리는 일을 하는 노동자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기도 하니까요. 어려운 시기에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기억해보셨으면 해요. 노동조합 출신이시니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거라 믿어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일 조금만 하세요.
--- 「재미를 위해서는 쉴 틈이 없다」 중에서
고용창출이라는 명목으로 국가가 주는 온갖 혜택을 받아온 외국인투자기업이 청산 방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노동자를 해고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단 것인가. 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은 원래 그래 왔다’고 얘기하는 대신 어떻게 할지 답을 만들어야 한다. 이 투쟁을 하기 전에 열두살 딸아이가 물은 적이 있다. “엄마, 세금은 왜 내야 해?” 잠시 생각하다 “국민의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국가를 잘 운영하라고 세금을 내지”라고 답했더랬다. 그 대답을 기억하던 딸아이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엄마를 보더니 “세금 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윤석열정부가 답해줬으면 좋겠다.
--- 「외국인투자기업은 무법지대인가」 중에서
“저는 우리나라 축산물이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밥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도축 단계에서 철저하게 검사하는 도축검사원입니다!”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부심 넘쳤던 14년 전 나의 다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나의 직업을 묻는다면 “도축장에서 일해요……”라고 말끝을 흐리며 자리를 피하곤 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이 일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직업이, 소속이, 신분이 부끄럽고 창피해지기 시작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아침 출근길, 굽이굽이 좁은 도로를 달려가다보면 불쾌한 냄새와 가축들의 비명이 차 안으로 스멀스멀 전해진다. 근무지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검사관실에 마련된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고 일과를 시작한다. 나와 같은 도축검사원들은 소속 사무소가 있지만, 도축장에서 상시 근무를 하기에 도축장이 내근지다.
--- 「나는 언제부터 내 일터가 부끄러워졌나」 중에서
나는 현대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다. 주위에서 현대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라고 하면 대기업 다닌다고 다들 부러워한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정규직 영업사원과 비정규직 영업사원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잘 모른다. 자동차 영업사원도 모두 정규직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현대자동차는 경영난을 이유로 정규직 영업사원에게 위로금을 주고 비정규직 영업사원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했고, 이후 현대차 판매전시장은 정규직 영업사원이 근무하는 지점과 비정규직 영업사원이 근무하는 대리점으로 이원화됐다.
--- 「자동차 영업사원도 계급이 있다」 중에서
우리가 헤어진 지 벌써 2년이 지났네요. 난 여전히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당신이 돌아오라고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여전히 날 아프게 하지만, 우리에게 좋았던 날도 난 기억하고 있거든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마봉춘씨, 사람들은 당신을 ‘만나면 좋은 친구’라고 하던데, 이제는 내게도 좋은 친구가 돼줄 순 없나요?
--- 「마봉춘씨, 10년 인연이 어쩜 그렇게 잔인한가요」 중에서
재판장님!
저는 2018년 한국서부발전 하청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김용균의 엄마 김미숙입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단체교섭권 청구 소송 사건’이 대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듣게 돼 대법관님들께 호소하고자 합니다. 2018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하청노동자들은 하청회사와 교섭하라며 이를 거부해, 수년째 재판을 하고 대법원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겪어보니,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는 하청회사보다 원청회사가 더 큰 권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을, 안전을 하청회사가 알아서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용균이와 같은 죽음이 다시는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해 원청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원청회사가 이를 정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용균이 엄마가 호소합니다」 중에서
번역일에 붙은 조사 ‘이나’에는 번역을 아무나 할 수 있는 하찮은 노동쯤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담겨 있다. 혹은 흔히들 번역가를 작가보다 못한 존재쯤으로도 생각해서, 거의 반평생을 번역가로 사는 내게 이따금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번역은 그만하고 책을 쓰라”고. 이런 말에도 번역가를 용이 못 된 이무기쯤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번역가는 무엇이 채 못 된 존재도 아니고, 번역은 무엇이 되기 위한 수단도 아니다. 번역가는 번역가다.
--- 「잊혀야 하는 존재, 번역가는 번역가다」 중에서
지금도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업체에서 알려준 식당으로 찾아가 “대리운전 부르신 분 계세요?”라고 외칠 때 심장이 쿵쾅거렸고, 식당 안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짧은 거리를 운전하면서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집으로 가는 길을 설명해주는 고객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장거리, 그러니까 타 지역으로도 나가기 시작했다. 자주 다니는 지역이 아닌 데다 한밤중이라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에 서 있는 경우가 잦았다. 혼자 고립됐다는 생각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슬퍼지기도 했다. 낮과 밤을 바꿔 살면서 세상일에 점점 무덤덤해지고 이웃이나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져가니 더욱 외로워졌고 나 자신이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대리운전 부르신 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