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맞는 친구 몇몇이 공동으로 투자해 식당을 하려고 하는데?
다섯 명이 투자했다고 해서 다섯 명 모두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려고 나서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전문 운영자 한 명을 세우고, 그 한 명에게 식당의 모든 운영을 맡겨야 한다. 월요일은 내가, 화요일은 다른 사람이, 수요일은 또 다른 사람이 나와서 도와주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것은 도와주는 게 아니라 방해하겠다는 말과 같다. 단, 영업은 도와줄 수 있다. 값은 값이면 내가 투자한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냥 잘 아는 음식점, 음식을 참 맛있게 하는 곳 정도로 소개하고 손님을 보내는 것이 좋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지 말라. 투자자와 사장 대접을 모두 바라면 안 된다. --- p.279~280
주방장이 그만두었다. 맛도 맛이지만, 주방장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다.
음식점을 하려면 자신이 하는 업종의 음식은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 주방장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음식을 나보다 조금 더 잘하는 사람 정도의 개념으로만 생각하는 게 맞다. 또 같은 업종의 다른 음식점에 들어가 두 달 이상 일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으면 좋다. 자신이 하려는 음식을 모르면 주방장에게 의존하게 되고 끌려 다니게 되어 문제가 생긴다. 주방장이 없으면 장사 못한다 할 정도면 안 된다. 주방장이 바뀔 때마다 음식 맛이 변하는 음식점이라면 손님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 p.185~186
분식집을 하려고 하는데, 떡볶이 판은 어느 정도 크기를 구입해야 할까?
떡은 고추장이나 양념을 넣고 두 시간 이상 졸이면 군내가 나고 퍼진 맛이 난다. 고추장의 재료도 쌀가루요, 떡의 재료도 쌀가루니 오래 졸이면 이 두 가지 성질이 섞여 군내가 심해진다. 또한 오랜 시간 졸이다 보면 국물이 줄어 다시 물을 붓고, 다시 졸고, 물 붓고를 되풀이하므로, 아무리 맛있는 양념이라 할지라도 그 맛이 뻔해진다. (중략)
중앙시장에 나가면 떡볶이판은 하나같이 대용량이다. 초보 분식집 주인에게 필요한 떡볶이판은 보통 크기의 2분의 1만 한 떡볶이판이다. 매장 안에 들어가 모양은 똑같지만 크기가 반만 한 떡볶이판을 달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십중팔구, 그릇 가게 매장의 직원이 물어볼 것이다. “무엇에 쓰시게요?” “예, 떡볶이집을 하려구요” “에이, 아주머니, 그러면 저걸 사가지고 가셔야죠. 이건 작아서 못 써요” 이렇게 말하는 그릇 가게 점원은 그릇만 팔아 봤지, 떡볶이를 팔아 본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큰 판을 자신 있게 권한다. 그러나 그릇 가게 점원이 권하는 대로 큰 떡볶이판을 사가지고 나오면 얼마 못 가 낭패를 보게 된다.--- p.226~228
고기를 구울 때마다 가게에 연기가 꽉 차서 손님들이 아우성이다.
연기를 뽑아내는 닥트에는 상향식과 하향식 두 가지가 있다. 상향식은 위에서 연기를 뽑아내는 것이고, 하향식은 불판 옆에서 빨아들여 아래로 연기를 뽑아내는 방법이다. 상향식은 아무리 완벽하게 설비를 한다 해도 80퍼센트의 연기만 뽑아내기 때문에 닥트 외에 또 다른 환기 시설을 하지 않으면 실내에 연기가 찰 수밖에 없으며, 반면 하향식은 연기를 거의 100퍼센트 가까이 뽑아낼 수 있다. 이렇게 연기만 생각하면 하향식이 나을 듯도 싶지만, 고기 맛은 이 닥트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상향식 닥트는 훈연을 시키며 고기를 구울 수 있기 때문에 연기가 나더라도 맛있게 고기를 구울 수 있고, 하향식 닥트는 고기를 감싸 훈연하기도 전에 연기를 모두 뽑아내기 때문에 훈연이 되지 않고, 고기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말라 버려 쾌적한 분위기는 유지할 수 있지만 고기 맛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양념구이가 주 메뉴일 경우에는 하향식 닥트를 다는 게 적당하다. 양념이 고기 자체에 배어 있기 때문에 약간 말라도 고기 맛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하향식보다는 상향식 닥트를 권하고 싶다. --- p.329~331
주변 식당들보다 밥값을 싸게 하면 장사가 더 잘되지 않을까?
자장면이 3,000원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장면을 만들어 팔면서 거기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 등을 고려해서 나온 가격이다. 그래서 자장면은 3,000원을 받아야 한다. 많이 팔겠다고 1,500원 정도로 값을 내리는 것은 가장 하수의 장사속이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될지 모르지만 결국 음식점을 하는 재미를 못 느끼고 그만두게 된다. 다른 집에도 영향을 주어, 그 결과 자장면 가격을 내리게 하는 고통을 줄 수도 있다. 상술로서 가격을 1,000원, 500원 깎아서 이득을 보려 하지 마라. 그러면 주변 음식점들도 덩달아 가격을 내리게 되고, 결국 음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상술은 전체 음식점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 --- p.204~205
라면만큼은 끝내주게 끓여낼 자신이 있다. 분식집이라면 잘할 것 같은데……
분식집을 하고 싶다면 적어도 라면을 150개에서 200개 정도는 끓여 먹어 보아야 한다. ‘난 라면은 잘 끓인다. 친구들도 내가 끓여 주는 라면이 맛있다고 한다’ 정도의 수준으로 라면 장사를 시작할 순 없다. 절대로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중략) 얼마나 바쁘고 정신없는지 실제로 경험해 봐야 안다. 더군다나 정신없이 라면 아홉 개를 끓였는데도 매상이 2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니 이 얼마나 허탈한 노릇인가. 그런 허탈감을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실전에서는 많은 도움이 된다.
마치 줄서서 기다렸다는 듯이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한 사람씩 들어와서 차례로 주문하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에는 두 명 들어오고, 금방 세 명이 따라 들어오고, 또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들어온다. 10분 동안 10명 이상이 들어오기도 한다. 두 명이 들어와서 “라면 하나, 김밥 하나 주세요”라고 한다. 먼저 시킨 음식이 채 나가기도 전에 또 세 명이 들어와, “라면 하나, 쫄면 하나, 카레라이스 하나, 떡볶이 하나 주세요”라고 주문한다. 이처럼 분식집에서는 앞서 주문한 손님의 음식을 만들어 내기도 전에 또 다른 주문이 밀려온다.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 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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