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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리뷰 총점9.2 리뷰 130건 | 판매지수 59,619
베스트
소설/시/희곡 69위 | 국내도서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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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433g | 140*209*20mm
ISBN13 9788925554990
ISBN10 8925554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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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떤 부분은 스러지고, 어떤 부분은 굳건히 남는다
도서1팀 김성광(comma99@yes24.com)
2015-03-02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한 인물의 출생에서 사망까지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1891년 출생, 1956년 사망이니 60여 년 정도를 다루는 셈이다. 미주리 주립대학 영문과 교수이며, 실존인물은 아니다.

한 사람의 일생만으로 소설의 기승전결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인공에게 굴곡진 인생을 선물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대공황과 두 번의 세계대전이 스토너의 생에 함께 한다. 시대의 출렁임에 인생의 출렁임을 기대놓으면 그 자체로 소설의 역동적인 뼈대가 세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 소설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기까지 오래 숨죽였다.

전쟁과 대공황을 비롯해 이 소설의 많은 사건들은 큰 긴장감이나 감정의 고조를 유발하지 않는다. 그 사건들이 인생을 출렁이게 만들기엔 부족했다기보다, 스토너라는 캐릭터가 사건을 수용하는 방식이 남달랐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 대학이 온통 술렁거려도 무심하다. "전쟁 때문에 대학의 일이 중단되"자 비로소 화가 난다. "1개월만에 이 결혼은 실패라는 걸 깨달았"지만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는 사람이 아니다. 그의 감정은 매우 작은 폭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인생을 잘게 쪼개는 것에 익숙하다. 성공한 진학인지, 성공한 취업인지, 성공한 결혼인지, 성공한 재테크인지. 그리고 그 각각의 성패를 둘러싼 감정의 진폭이 크다. 훗날 돌아보면 정작 평생의 성패를 따질 만한 무엇은 아니었음에 열쩍다. 스토너는 세속적인 기준에서는 스스로 말하듯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 다들 매달리는 매순간의 과제들에 무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죽는 날까지 일관되게 놓지 않았던 자신만의 '한가지'가 있었다. 그의 감정은 그 대목에서만 유독 고조된다. 우리의 인생이 잘게 여러 번 평가된다면, 그의 인생은 전 생애를 통으로 평가되어야 온당할 것이다. 다소 심심하다 느꼈던 소설인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약간의 존경심도 싹터오른다. MSG를 치지 않은 대신 천천히 깊게 배어나오는 감동이 분명 있는 인생이고 소설이다.


"때로는 안뜰 한복판에 서서 밤이 내려앉은 서늘한 잔디밭에서 불쑥 솟아오른 제시 홀 앞의 거대한 다섯 기둥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는 이 기둥들이 원래 대학의 주요 건물이었던 곳의 잔해임을 알고 있었다. 그 건물은 오래 전 화재로 무너졌다. 달빛 속에서 알몸을 드러낸 채 회색을 띤 은빛으로 빛나는 그 순수한 기둥들은 신전이 신을 상징하듯, 스토너 자신이 받아들인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스토너의 삶이 그렇듯 인생의 어떤 부분은 스러지고, 어떤 부분은 끝까지 살아남아 우리 자신을 상징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굳건히 지켜갈 우리 인생의 기둥은 무엇인지, 이 소설은 묻고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오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료들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중세 문헌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 문헌은 지금도 희귀서적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명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영문과 교수 윌리엄 스토너를 추모하는 뜻에서 그의 동료들이 미주리 대학 도서관에 기증.”
가끔 어떤 학생이 이 이름을 우연히 발견하고 윌리엄 스토너가 누구인지 무심히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노장교수들에게 스토너의 이름은 그들을 기다리는 종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젊은 교수들에게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일깨워주지 않고 동질감을 느낄 구석도 전혀 없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슬론의 시선이 윌리엄 스토너에게 되돌아왔다.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한참 동안 숨을 멈추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허파에서 숨이 빠져나갈 때마다 옷이 움직이는 것을 세심하게 인식했다. 그는 슬론에게서 시선을 떼어 강의실 안을 둘러보았다.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온 햇빛이 동료 학생들의 얼굴에 안착해서, 마치 그들의 안에서 나온 빛이 어둠에 맞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한 학생이 눈을 깜박이자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가 뺨에 내려앉았다. 햇빛이 뺨의 솜털에 붙들려 있었다. 스토너는 책상을 꽉 붙들고 있던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 갈색 피부에 감탄하고, 뭉툭한 손 끝에 꼭 맞게 손톱을 만들어준 그 복잡한 메커니즘에 감탄했다. 작고 작은 정맥과 동맥 속에서 섬세하게 박동하며 손끝에서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가 느껴지는 듯했다.

스토너는 딱딱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건 용서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닐세. 그저 우리가 학생들과 우리 학과의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서로를 대하면 되는 문제야.”
“내 아주 솔직히 말하겠네, 스토너.” 로맥스가 말했다. 이제 분노가 잦아들어서 목소리가 차분하고 냉정했다. “내 생각에 자네는 교육자가 되기에 적함한 사람이 아닐세. 재능과 학식보다 편견이 앞서는 사람이라면 절대 안 되지. 내게 그럴 힘이 있다면 십중팔구 자네를 해고했을 걸세. 하지만 우리 둘 다 알다시피 내게는 그럴 힘이 없지. 우리는…… 자네는 종신교수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네. 나도 그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그렇다고 내가 위선을 떨 필요는 없네. 난 이제 무슨 일에서든 자네와 얽히는 건 사양일세. 절대로, 그렇지 않은 척 가식을 떨지도 않을 거야.”
스토너는 한동안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알겠네, 홀리.” 그는 피곤한 목소리로 말하고 나서 몸을 돌리려고 했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조용하고 절망적인 생에 관한 소박한 이야기,
그러나 50년의 시차를 지나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위대한 이야기!

내셔널 북 어워드(NBA) 수상작가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스토너》
★2013 워터스톤 올해의 책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전 유럽 베스트셀러

출간 후 50년,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사로잡은 위대한 소설,《스토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자 했던 한 남자의 삶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금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지난 2013년, 영국 최대의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작가라는 줄리언 반스의 책도, 케이트 앳킨스의 책도 아니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문학을 사랑했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던 내성적인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 소박하기만 한 이야기,《스토너》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새삼스러운 이슈로 주목받은 것도 아니었다. 언뜻 초라한 실패담에 불과해 보이는 이 책은,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방식으로 슬픔을 받아들이는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유럽 독자들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힌《스토너》는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출판계와 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50년의 시차를 가볍게 뛰어넘어, 작가 존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만에 비로소 제대로 된 세상의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늦고도 새로운 감동’을 전한 베스트셀러.《스토너》가 드디어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몇 번의 성공과 실패가 아닌, 반드시 ‘일생을 걸고’ 무언가를 증명해내야 하는 삶이 있다.
이것이 평범하고 조용한 스토너의 삶에 귀 기울이는 이유이자 뜨거운 감동의 근원이다.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는 열아홉 살에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했던 길. 그런데,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접한 셰익스피어의 일흔세 번째 소네트가 그의 인생을 온통 바꾸어놓는다. 문학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대학에 남아 영문학도의 길을 택한 스토너.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교수가 되어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교내의 정치나 출세보다는 학문에 대한 성취에 더 열중하고 가정을 사랑한 그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학에서도 집에서도 그의 위치는 불안하기만 하다. 가족과 동료들로부터 고립되어 슬프고 쓸쓸한 그의 삶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실패와 다름없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대공황 속에서도, 개인적인 불행과 사랑의 실패에 시달리면서도, 갑작스러운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는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한다. 일생을 바친 그의 연구처럼 자신의 일생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듯.

때로 세상은 너무나 쉽게 ‘성공한 삶’과 ‘실패한 삶’을 나누어놓는다. 스토너 또한 몇 번의 소소한 성공과 실패를 겪지만 세상의 기준에서 그의 삶은 실패자의 그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작가 존 윌리엄스가 스토너의 삶을 그리는 방법은 조금 달랐다. 작가는 특유의 집요하리만치 세밀한 서술로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자의 인생을 진실하고 강렬하게, 인간에 대한 연민을 품고 펼쳐 보인다. 주인공 스토너에 깊이 공감하며 책을 읽어나가는 독자들이 그가 작은 성공을 거두는 순간에조차 처연함을 느끼는 것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이야기는 스토너의 탄생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생에 인생의 모든 빛나고 특별한 순간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통찰과 감동은 책을 덮은 후 갑자기, 한꺼번에 독자의 마음에 찾아온다. 그것은 ‘쓸쓸한 삶’이었으나 우리는 누구나 철저히 혼자라는 인생의 진리, 그럼에도 자신의 고독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성취한 이의 묵묵한 투쟁이 전하는 감동이다. 남보다 특별한 주인공을 설정하고 극적 성공과 화려한 몰락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이야기 하는 대부분의 고전 문학과는 대조적인 접근, 서술이지만 전하는 감동은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깊고도 비밀스럽다. 이것이 평범이 쌓여 만들어내는 비범함이자 소설 《스토너》를 50년의 세월이 지나 주목받게 한 원동력은 아닐까.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자신의 길을 걷는 당신과 닮은 이야기.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1965년 출간 당시 문단과 평단의 호평에도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긴 세월 동안 잊힌 소설 《스토너》. 가치를 아는 작가들이나 교수들만 어렵게 구해 읽던 책이 50년의 세월이 지나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뜨겁게 읽히기까지 눈 밝은 작가와 출판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프랑스의 여류작가 안나 가발다가 작품을 프랑스어 판으로 번역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영미권 최대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계열사 ‘빈티지 클래식스’ 출판사는 스콧 피츠제럴드의《위대한 개츠비》 전자책에 《스토너》의 1장을 넣는 방법으로《스토너》를 홍보했다. 담담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꽉 찬 문장으로 섬세하게 묘사된 이야기와 조용하고 내성적인 ‘스토너’라는 인물은 놀랍게도 화려한 삶, 막대한 부, 성공에 대한 열망이 넘치는 주인공 개츠비와는 정반대의 매력으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배우 톰 행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그저 대학에 가서 교수가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매혹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 존 윌리엄스가 그리는 주인공 스토너의 모습이 이토록 지금, 여기,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공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더 큰 이른바 ‘피로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현대인들에게 스토너가 겪었을 좌절과 슬픔, 외로움이 더 깊고 절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은 아닐까.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용서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살았던 윌리엄 스토너. 그의 존재가 전하는 위안과 용기에 마음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회원리뷰 (130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주간우수작 [서평] 스토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개 | 2021.09.11 | 추천29 | 댓글24 리뷰제목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STONER)/RHK/김승욱 옮김』는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힌 작품’이었다가 50년 후, 작가 존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만에 비로소 제대로 된 세상의 평가를 받게되었다.(출판사소개) 초판이 출간 1년 만에 절판되었지만 2010년대에 와서 유럽 전역에서 재출간되며 역주행 베스트셀러 신화(출판사 소개)를 일으킨 작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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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의 『스토너(STONER)/RHK/김승욱 옮김』는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힌 작품’이었다가 50년 후, 작가 존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만에 비로소 제대로 된 세상의 평가를 받게되었다.(출판사소개) 초판이 출간 1년 만에 절판되었지만 2010년대에 와서 유럽 전역에서 재출간되며 역주행 베스트셀러 신화(출판사 소개)를 일으킨 작품이라는 특이점은 비현실적이다. 이 비현실성이 저자인 존 윌리엄스를, 그리고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를 사라진 흔적으로써가 아니라 시간을 초월해 숨쉬는 인물로 불러낸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p.8) 작품의 첫 문장은 책의 줄거리이자 그의 일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작은 농가에서 농부의 외아들로 태어나 아주 어려서부터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던 스토너는 ‘집에서 하는 어드렛일보다 조금 덜 피곤한 허드렛일을 하듯이 학교에서 공부’(p.10)를 한다. 날로 척박해가는 땅의 수확에 도움받기 원하던 아버지는 그를 컬럼비아의 농과대학으로 보낸다. 그는 처음 캠퍼스에 들어섰던 때를 잊지 못하듯 아처 슬론 교수의 영문학 개론 시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질문받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후, “모르겠나, 스토너 군?”(p.31)하고 물었던 슬론 교수는 스토너를 새로운 세계, 문학의 세계로 이끈다. 문학은 이제 그에게 새로운 소명이 된다. 슬론 교수 덕분에 ‘처음 시작한 곳에서 다시 출발’(p.42)하는 기회를 잡고 ‘땅’에 메였던 부모의 기대와 행로로부터 다른 길로 들어선다.

 

 

‘무남독녀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고독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p.79)던 이디스 보스트윅을 향한 스토너의 구애와 결혼은 자연스럽게 진행된 듯 보였다. 이디스의 어머니 보스트윅 부인을 보았을 때 스토너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아차렸다.’(p.85) 습관적 불만과 앙심과 절망이 베어나오는 목소리까지. 그날 밤 ‘그는 어둠 속을 빤히 바라보며 자신의 삶이 왠지 낯설고 이상해졌다는 생각을 했다.’(p.88) 자신의 행동이 현명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던 그가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닫는데는 한 달이 걸리지 않는다. 그녀와의 결혼 생활은 살얼음판처럼 위태롭고 낯설고 두려운 무엇으로 변해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슬픈 것은 딸 그레이스 스토너, 태어나 처음 1년동안 오직 아버지의 손길과 목소리, 사랑으로만 자랐던 아이,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얼굴에 ‘그 내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성이 드러나’던 아이, 스토너의 서재에서 온전한 충만함으로 서로에게 기쁨이었던 아이와의 분리다. 이디스는 두 부녀를 있는 힘껏 떼어낸다, 전략적으로, 철저히.

 

 

이디스는 적의 얼굴을 하고 스토너를 공략한다. 그의 거처를 서재에서 일광욕실로, 결국 학교의 좁은 공동 연구실로 몰아내기까지 수위를 높여가는 행동은 충격적이다. 결국 ‘그래서 그는 가끔 이만하면 살 만하다고, 심지어 행복하기까지 하다’(p.180)고 생각하는 스토너의 포기와 수용과 합리화의 단계들은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적의 얼굴이 이쯤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스토너의 세미나 추가 수강을 요청하던 찰스 워커, 그의 지도교수이자 노골적으로 워커를 변호하면서 기이할 정도로 스토너에게 적대적이던 로맥스 박사까지 스토너를 이중 삼중으로 애워싼다. 부모님의 쓸쓸한 죽음 또한 물론이다. ‘이제마흔 두 살인 그의 앞날에는 즐겁게 여길 만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뒤를 돌아보아도 굳이 기억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었다.’(p.254) 그런 가운데 그의 세미나를 들었던 젊은 강사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만남은 위안이고 다행이고 슬픔이며 그럼에도 다시 다행이 아니었나 하는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p.274) 캐서린과의 마지막 선택 또한 서로에게 최선이었고 다른 여지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고든 핀치의 사무실을 나선 순간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 존재의 작은 중심에서 자라난 무감각한 공간 속 어딘가에서 자기 인생의 일부가 끝나버렸음을, 자신의 일부가 거의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이라서 다가오는 죽음을 거의 차분한 태도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p.301) 스토너는 ‘일이 망가질 것’을 ‘우리 자신이 파괴될 것’과 동의어로 생각한다. 그만큼 어느날 그에게 다가왔던 문학은 모든 것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할 가치이자 유일한 삶의 의미다. 그는 공격을 회피하는 법이 없다. 고통을 호소하는 법 없이 시선을 고정하고는 묵묵히 견뎌낸다. 그의 딸 그레이스 또한 그녀가 될 수 있었을 모든 가능성에 도달하지 못한 채 도망치는듯한 삶을 감수한다. 인간이 인간을 해롭게 하는데는 이유도 끝간데도 없어보인다. 작품의 마지막, 작가는 ‘죽음’을 묘사한다. 노쇠와 쇠약, 병과 죽음으로의 긴밀한 바통터치는 익숙하고 보편적인 경로를 보여주면서도 특별한 대단원의 막을 그려낸다. 이 마지막 장면들, 그 먹먹함은 『타타르인의 사막(디노 부차티/문학동네)』‘ 의 끝 페이지들을 연상시킨다. 조반니 드로고가 ’인류 공동의 적‘을 대면하는 순간의 밀폐된 공간, 드로고의 마지막 몫인 ’별들‘처럼 스토너는 ’그 자신의 책‘에 손을 뻗는다.

 

 

작가가 그려낸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물은 무엇보다 ‘투명하다’는 단어의 인간화처럼 보인다. 그가 열정적으로 소망하는 순간이나 무기력하게 구석으로 내몰리는 순간이나 스토너는 외부의 것들을 투명하게 통과시킨다. 스토너를 통과해 곧바로 독자에게 닿는 충격은 그래서 더 이상 캐릭터의 것, 작중 인물의 것이 아니고 아림과 통증으로 되살아나고 증폭된다. 왜 이런 일이,이럴때는 어떻게 등의 대안과 처방과 방책을 끌어모으다가도 기대했지만 헛될 수 있고 헛되리라는 ‘인간 조건’을 인정하게 만든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p.388)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의 마지막 성찰은 시처럼 노래처럼 유연하게 흐른다. 어쩌면 그를 처음 이끌었던 ‘소네트’만큼이나 완벽하다. 역자가 인용한 작가 인터뷰에처럼 스토너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애정을 갖고 있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다(p.395)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가는 그를 ‘진짜 영웅’으로 생각했다고 밝힌다. ‘진짜 영웅’,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사랑이었건 고난이었건 불평도 핑계도 없이 감당했던 스토너는 그런 면에서 영웅이었음은 분명하다. 또 한 편의 시처럼,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가 적절한 인사인지 모르겠다.


 

 

문학, 언어, 정밀하고 기묘하며 뜻밖의 조합을 이룬 글 속에서 그 무엇보다 검고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그는 마치 위험하고 부정한 것을 숨기듯 숨겨왔지만, 이제는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대담하게, 종내는 자랑스럽게.(p.159)

그는 다시 숨을 쉬었지만, 그의 몸 안에서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차이가 느껴졌다. 자신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지식 같은 것을. 세상 모든 시간이 자신의 것인 양 느긋해도 될 것 같았다.(p.390)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원한다면 그들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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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향한 기대는 언제나 평행 선상을 달린다.『스토너』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깽*l | 2015.03.06 | 추천15 | 댓글10 리뷰제목
  어떤 이의 지난한 삶이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의 삶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하고 고단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남의 것이 커 보이지만 고난과 역경은 내 것이 더 크게 보이는 까닭이다. 고귀하고 특별한 삶을 바라지만 종래에는 고만고만하게 시류에 휩쓸려 살아왔음을 다행으로 여기기도 한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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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지난한 삶이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의 삶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하고 고단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남의 것이 커 보이지만 고난과 역경은 내 것이 더 크게 보이는 까닭이다. 고귀하고 특별한 삶을 바라지만 종래에는 고만고만하게 시류에 휩쓸려 살아왔음을 다행으로 여기기도 한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삶에는 언제나 기대라는 몹쓸 녀석이 따라붙는다. 때로는 희망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해서 기대치를 한껏 상승시키기도 한다. 그게 우리가 삶에 임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아니 그렇게 믿어왔다. 윌리엄 스토너,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렇게 단조로운 삶도 있을까. 소설을 읽는 독자의 시선으로 보이는 그의 삶은 지극히 단조로웠다. 물론 그 나름대로는 자신의 삶에 치열하게 임했던 건 사실이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영문학 조교수로 책과 공부에 파묻혀 살아갔던 사람이다. 이 삶 안에 학문을 향한 신념과 불꽃같이 타오르던 사랑, 동료 간의 암투(거의 일방적인)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스토너라는 사람에게 투과되면 소소하고 평면적인 인생의 한 '과정'이 될 뿐이다. 철저하게 자기 신념으로, 그저 지극히 자연스럽게 거쳐 가야 하는 하나의 여정쯤으로 여기고 마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는 내가 오히려 슬퍼질 뿐이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죽음을 앞에 두고 스토너는 자문한다. 묻고 싶었다. 그래, 당신은 뭘 기대한 건가. 아니면 아무런 기대도 없었기에 인생의 굴곡을, 평생을 따라다녔던 동료 교수의 시기와 위협을, 아내의 히스테릭을 아무렇지도 않게 참아내고 견뎌냈던 건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골의 농부로 살아갈 뻔했던 스토너였다. 그런데 영문학개론 수업을 통해 '문학'에 눈 뜨고 새 삶을 살기를 결심한다. 누구에 의해 정해진 삶의 길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갈고 닦는 삶의 길을 택한 것이다. 단지 좋아하고 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고 충실한 삶을 살아갔을 뿐이었다. 첫눈에 반한 아내 역시도 그의 선택에 의한 결정일뿐이었다. 하나 그가 선택했던 것들이 주는 시련은 몇 배의 고통과 절망의 무게로 삶의 뿌리까지 뒤흔들고는 했다. 적어도 내가 바라보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스토너는 이 모든 것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묵묵히 받아들이고 감수한다. 어떻게 보면 삶에 대한 열의가 없기에 모든 일에 초연할 수 있었던 건가, 같은 섣부른 생각을 하게도 한다. 아니었다. 누구보다 삶을 뜨겁게 바라보고 신념이 투철했기에 가능했던 인내였다. 부귀영화를 바라지도 않고 드높은 명성과 권력을 바라지 않았다. 원하고 좋아하는 문학에 투영된 삶을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래서 자기가 습득한 것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는, 괜찮은 삶을 살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스토너다.

 

그래서 한 달 만에 실패했다고 결론 내린 결혼일지라도 아내가 있는 그가 캐서린과 사랑에 빠졌을 때 참으로 놀라웠다. 모든 일을 그저 묵묵하고 담담하게 수긍하며 인내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본인도 미처 알지 못했던 열정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으니까. 책을 읽으며 가장 감정 이입이 됐던 부분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알던 스토너라는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끝은 결국 그답게 끝맺지만 말이다. 삶을 뒤흔드는 순간은 언제나 가까이 근접해있다. 가만 보면 스토너의 평생, 그의 의지대로 오롯이 이뤄진 일은 학업과 지도자의 길을 향한 신념 정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길의 여정도 녹록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토록 태연한 양반이라니! 마치 삶의 모든 과정을 초월한 사람처럼, 담담히 인내하는 그가 참 많이 답답해 보인 것도 사실이다. 왜 아니겠는가. 누가 보아도 자기 삶과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도 주변 사람 대부분이 훼방만 놓았으니 말이다. 그조차도 삶의 과정처럼 껴안는 모습이 미련해 보이면서도 대단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하겠다. 나는 과연 스토너의 상황에 놓인다면, 그처럼 태연하게 참아낼 수 있을까. 아니 삶에 있어 지나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받아들이고 승복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른 후에는 가능하겠지만 직접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처럼 수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상실감에 사로잡혀 한없는 심연 속으로 침잠하고 말 것 같다. 삶을 향한 기대와 정반대로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할 게 뻔하니까 말이다.

 

 

삶을 향한 기대는 언제나 평행 선상을 달린다.

 

삶에 기대를 품지 않으면 열정은 모습을 감춰버린다. 반면 기대를 품을수록 높은 이상향에 허우적대는 광경을 보게 된다. 하지만 기대감이 있기에 추동하는 삶이 된다는 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누구나 마음으로 바라는 이상향의 삶이 있다. 어디까지나 이상적으로 상상하는 풍경 같은 삶 말이다. 때로 이 이상향은 세상의 흐름과 맞물려 마찰하고 날개를 꺾여버리기도 한다. 소설이 그리는 시대적 상황인 양차 대전과 대공황 상황이 그러하다. 스토너는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동료가 자원입대하는 순간에도 대외적인 수순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길을 향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동료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말이다. 보통의 사람은 대외적 명분을 따르기에 급급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스토너의 삶은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삶과는 간극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특별하게 명성을 얻은 삶도 아니고 행복한 삶도 아닌 건 분명하다. 가까이서 바라보면, 그러니까 스토너 개인의 영역 안에서 바라보면 자기 자신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삶이었기에 나쁘지 않은 삶이었나 보다 정도가 된다. 먼 훗날, 삶의 끝에서 내 삶을 바라봤을 때 이런 만족과 받아들이는 자세가 된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떤 풍파에도 휩쓸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죽을 때까지 하면서 살았다는 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그래서 출간된 지 50년이 지난 뒤에야 입소문을 타고 현대인의 삶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 내게는,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삶이 있고 현실의 삶이 있다. 하지만 기대와 상상은 어디까지나 기대치로 남아 있을 뿐이다. 삶을 향한 기대는 불가항력이며 그 기대치가 한껏 충족되기도 어렵다. 다만, 언제까지나 삶과 함께 평행 선상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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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별**기 | 2015.06.26 | 추천12 | 댓글4 리뷰제목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 2015)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혀졌다. 작가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1922년에 태어나 세계 1,2차 대전을 직·간접 적으로 겪었다. 특히 세계2차 대전은 공군으로 참여했다. 전쟁을 참여하면서도 덴버대학에서 학사와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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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 2015)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혀졌다작가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1922년에 태어나 세계 1,2차 대전을 직·간접 적으로 겪었다특히 세계2차 대전은 공군으로 참여했다전쟁을 참여하면서도 덴버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미주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덴버대학으로 돌아와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 <스토너외에도 3권의 소설과 두 권의 시집을 발표했다그리고 94년에 세상을 떠났다작가의 삶 이후에 스토너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스토너가 독자들의 삶을 바라보게 했기 때문이다.

 

스토너는 윌리엄 스토너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문학을 사랑했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던 내성적인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다주인공의 강력한 무기는 근면과 성실이다아버지의 권유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농과대학에 입학하지만셰익스피어가 말을 걸어오는 것을 뿌리치지 못하고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꾼 후 대학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산다이를 두고 미국 배우 톰행크스는 이것은 그저 대학에 가서 교수가 된 사람의 이야기 일 뿐이다하지만 무엇보다도 매혹적인 이야기다.”라 밝혔으며이 밖에도 유명·문인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스토너에게 대학은 도피처와 같았다부모님에 의해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도 하지만친구들이 전쟁에 참여할 때도 스토너는 대학을 지켰다첫 눈에 반해 시작한 결혼생활은 한 달 만에 실패를 인정했다실패를 인정하면서 그는 침묵을 배웠다그리고 한 발자국 떨어져 가족을 지켜본다그의 아내 이디스는 토너를 남편이 아닌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는 한 사람으로 보는 듯하다이디스가 자신만의 세상에서 나오지 못한 탓도 있지만스토너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인한 피해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스토너는 지적 호기심으로 영문학 연구와 교수법으로 이어졌고 저술활동까지 하게 됐고대학에서 조교수로 활동한다도피처였던 학교는 스토너를 배신하지 않은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스토너가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바뀌었다자신의 딸 그레이스를 가르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스토너는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p.55)도 했다이는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바뀌었고 이러한 과정은 스토너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었다하지만딸에게 가르침은 이디스에 의해 단절됐다딸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엄마가 질투한 것이다이디스는 딸에게 집착한다자신의 삶을 되물림 해주고 싶은 마음인가보다가족관계가 단절될수록 스토너는 학업에 집중할 뿐이다.

 

건조한 스토너 일상에도 단비가 내린다진짜라고 느끼는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금지된 사랑일 수 있다자신의 제자였기 때문이다제자 캐서린 덕분에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p. 272)라 알게 된다주인공은 사랑을 통해 인간적인 따스함을 느끼지만때는 늦었다학교와 이디스가 그들을 놔두지 않았다스토너는 캐서린의 퇴장으로 이유 없는 열병을 앓게 된다.

 

소설은 스토너의   죽음을 암시하며 끝난다. 소설 속에 죽음은 네 번 등장하는데첫 번째는 그의 동료였던 우리는 실패자라 말한 매스터스다전쟁에 참여한 매스터스의 죽음은 인정하기 싫을 만큼 충격적‘(p.59)라 밝힌다두 번째는 스토너를 강단에 세운 독일 교수 아처 슬론의 사망이다독일의 폐망소식이 후 쇠약해져 자신의 의지로 심장을 멈춘 것 같다고 표현한다교수의 사망은 세상에 뿌리부터 배신당해 더 이상 참고 살아갈 수 없게 된 그의 마지막 선택”(p. 127)이었다고 생각한다세 번째는 자신의 부모님이다부모님은 즐거움 없는 노동에 평생을 바쳤다그들의 의지는 꺾이고머리는 멍해졌다.”(p.153)이라 말하며 부모님은 자신들이 일군 땅의 무의미한 일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죽음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다그렇기에 스토너의 주변 사람들의 죽음은 유의미했다그가 책과 함께 교수의 삶을 살았지만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그는 지식에 다가갈수록 공허함과 무지를 느꼈다고 말한다이처럼 표현에 서툴고관조적인 삶을 사는 스토너를 바라보면서 답답하거나 비겁하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그렇다면 작가는 왜 스토너라는 인물을 설정했을까이에 작가는 윌리엄 스토너는 젊은 동료들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알고 있었다그의 마음속 깊은 곳기억 밑에 고생과 굶주림과 인내와 고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그가 분빌에서 농사를 지으며 보낸 어린 시절을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지만무명의 존재로서 근면하고 금욕적으로 살다 간 선조들에게서 혈연을 통해 물려받은 것에 대한 지식이 항상 의식 근처에 머무르고 있었다선조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세상을 향해 무표정하고 단단하고 황량한 얼굴을 보여주자는 공통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p.309)라고 말한다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65년에 발표된 소설이 왜 지금에 읽히는 것일까스토너는 누군가의 삶을 대신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또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있지만 외부 조건에 의해 끊임없이 타협하는 독자일 수도 있다어쩌면 작가가 추구한 삶이 스토너 일지도 모른다혹은 무언가를 향해 더 열심히 성실하게 달려온 독자일 수도 있다스토너는 매스터스가 말한 실패한 삶을 살았을까작가는 삶에 실패와 성공을 말하지 않는다개인의 선택이 주어지지 않은 죽음 앞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묻고 있다그리고 죽음은 이기적이라며죽어가는 사람은 혼자만의 순간을 원한다.”(p. 390)고 말한다스토너는 죽음 앞에서 자문한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p. 282)라고이에 독자는 어떤 삶을 살고있는지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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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함과 아쉬움이 남는 주인공의 생은 우리네 인생이라네.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5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5
s*****6 | 2015.01.23
구매 평점5점
인생을 통찰하는 명작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YES마니아 : 로얄 책*사 | 2022.04.26
평점5점
나이들어 마누라가 맘에 안들고 괜찮은 여자가 왔을땐 이혼하는 것도 괜찮다는걸 알려준 소설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h*****5 | 201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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