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인생은 그렇게, 서른다섯 살이 되면 새로 시작되기도 하는 것일까? (…) 그녀의 생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외려 마침내 안정권에 이르고, 페달보트는 지금 그녀 앞에 펼쳐져 있는 것과 같은 호수 위로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미끄러져간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란다. 그들은 떠나갈 것이다. (13쪽)
그리고 그들의 꿈은 너무나도 거세고, 음악을 통해 삶에 대한 저 따분한 예측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은 너무나도 난폭한 것이어서, 귀청을 찢을 듯한 기타 소리와 쉬어빠진 그 목소리들이 벨륀에게는 종종 사람 살려 하고 내지르는 구조의 외침으로 들리곤 했다. (35쪽)
이리하여 그의 부모의 삶을 떠받치는 중력중심과도 같았던 두 장소가 이제는 더이상 존재하지도 않게 된 것이다. 고통으로 그는 땅바닥에 못박히는 기분이었다. 건물 벽면들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위로 천천히 무너져내리고 있었고 그 끝없는 붕괴가 일으키는 구름 같은 먼지로 그는 숨이 막혔다. (88~89쪽)
그녀 자신도 그토록 대담한 스스로의 태도에 놀랐다. 그러나 갑자기 더이상 그 어떤 사람도 무서울 것이 없을 것만 같은, 소심함이라든가 거리낌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다 녹아 없어져버려서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125쪽)
램프의 불빛이 오딜과 루이를 강하게 비추고 있었고 두 사람은 소파에 매우 가깝게 붙어앉아 있었다. 하워드와 액스터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나비 수집가가 천 위에 핀으로 고정시켜놓은 두 마리의 나비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190쪽)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하고 루이가 말했다. 조금 전부터 그 방에서 그는 옛날 학교에 다닐 때, 그리고 군대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예속과 질식의 감정을 맛보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잇따라 지나가고, 내가 도대체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언제나 무엇에 사로잡힌 수인이 되어 살 것만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200쪽)
그 무엇이, 훗날 그게 다름아닌 자신의 청춘 시절이 아닌가 자문하게 될 그 무엇이, 그때까지 그를 짓누르고 있던 그 무엇이, 마치 어떤 바윗덩어리 하나가 천천히 바다를 향해 굴러떨어지다가 마침내 한 다발의 물거품을 일으키며 사라지듯이, 그에게서 떨어져나가고 있었다. (2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