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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의 작게 걷기

이다의 작게 걷기

: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좋아 먼곳이 아니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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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2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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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84g | 153*224*20mm
ISBN13 9788901204321
ISBN10 890120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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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이 아니라도 좋아.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좋아. 훌쩍 떠나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바빠서, 돈이 없어서, 혹은 마음이 괴로워서 떠나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나의 가난뱅이 근성을 최대한 활용해,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재능을 열심히 갈고 닦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고 믿는다. -저자의 말

이곳, 포항시 남구 영일군 중산리도 곧 사라진다. 여기에 공장이 들어서게 된다. 내가 다섯 살까지 자라난 집도, 밤을 까던 뒷산도, 할매 따라 산 너머 고구마 캐러가던 밭도, 수없이 돌을 던졌던 저수지도, 발로 쾅쾅 얼음을 깨던 논들도, 새카만 오디나무도, 집 앞에 피어난 접시꽃도 공장으로 변해버린다. 나는 한참 ‘떠나보내는 그림’을 그리며 바라보았다. 그려놓자. 기억하자. 잊지 말자. 138쪽

그 후부터는 여행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사진을 보며 그리는 것보다 여행지에서 그리는 것이 훨씬 생동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보니 어쩔 수 없이 한 장소에 오래 있게 되었다. 같은 장소, 같은 사물도 훨씬 오래 바라보아야 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많이 보고, 많이 다닌다고 꼭 좋은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다. ‘내가 선택한 것 외에도 더 좋은 것이 있을텐데…’ 라는 미련을 버리고 내가 선택한 것에 집중하고 만족하는 것. 그걸 아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었다. -164쪽

“학생 어디까지 가? 몇 살이야? 무슨 대학 다녀? 전공이 뭐야? 아버지 뭐하셔? 내가 옛날엔 어쩌고저쩌고… 요즘 애들이 어쩌고저쩌고…그래가지고 내가 이랬는데 저랬는데…” 이보세요, 아저씨…. 지금 대화하시는 거예요, 대화를 빙자한 호구조사와 (조금도 관심 없는) 자기 자랑 하시는 거예요? 그런 식의 ‘대화 테러’를 하도 당해 기차에 타면 이어폰으로 1차 방어, 팔짱으로 2차 방어, 눈감고 자는 척으로 3차 방어해 겨우겨우 말 시키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을 무찔러 온 거다. -204쪽

정말 이곳 소나무는 마치 신령처럼, 영혼이 깃든 것처럼, 용처럼 아름답다. 하나하나 아름다운, 늘씬하고 미끈한 적송 아가씨들이 끝없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그 아래에 돗자리 깔아놓고 철퍼덕 드러누워서 보는 풍경은 더 예술. 여기저기 다닐 것 없이 한 군데에 돗자리 펴고 드러누워 과자나 까먹으며 아무 것도 안하고 낮잠이나 한숨 자는 것이 바로 경주 최고의 기쁨이다. - 208쪽
__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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