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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

: 정조의 이상정치, 그림으로 실현하다

리뷰 총점9.1 리뷰 14건 | 판매지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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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922g | 170*210*28mm
ISBN13 9788952233608
ISBN10 895223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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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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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정치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피를 보게 되니 서로 힘의 균형이 맞추어졌을 때 비로소 나라가 안정된다 할 수 있다. 첫 그림에서 본 개처럼 집 밖을 나가 경계 없이 날뛰게 되면 집에 도둑이 들고 화를 입지 않겠느냐? 그러니 주인인 내가 그러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어두고 본분을 망각하지 않도록 단속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그림에서는 배부른 개가 자기 몸을 긁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다는 얘기일 터 백성도 다를 바가 없다. 궁핍함 없이 저마다의 삶에 흡족하니 이럴 땐 군주가 관여할 바 아니다.”
세손(정조) “소손, 할바마마의 깊으신 뜻을 가슴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 p.46「영조, 그림 속의 개를 꾸짖다」(1763) 중에서

정조는 우호세력인 노론 시파를 염두에 두고 노론 벽파, 소론 남인까지 고루 중용하는 탕평책을 이어가며 정치 안정을 도모하였다. 이즈음 주목해야 할 점은 정조의 사람들이다. 1772년부터 왕세손 교육을 맡았던 남인 출신 채제공을 발탁하여 곁에 두고 규장각의 핵심 역할을 하게 하였고, 화원 김홍도를 불러들여 [규장각 조망도]를 그리게 함으로써 정조가 쏟고자 했던 위민정치의 의미를 새겨두고자 하였다. 이러한 정조의 고뇌와 정치 역량을 곁에서 지켜봐온 김홍도는 자신을 총애하는 주군을 위한 일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 p.98「[군선도]로 경하드리다」(1763) 중에서

정조 “내가 보고 싶었던 그림들이 바로 이것이다. 놀라는 얼굴 표정을 곁에서 보는 듯하고 밥 한술과 한 사발 탁주에 만족해하는 너털웃음 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것 같구나. 길거리에서 송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어떤 판결이 내려지는지 한번 참견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처럼 서로 부대끼며 백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수령이 있으니 과인이 바라던 바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이토록 자세히 읽어내고 그려내다니, 마치 백성들이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 같구나. 더욱이 표암이 유려한 필치로 느낌까지 적었으니 그 강평이 날카롭게 풍자되어 읽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만 하다.”
강세황 “전하께서 풍속화를 보시고 이리 즐거워해주시니 소신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이 노상송사의 핵심은 형리에 두고 있사옵니다. 갓을 삐딱하게 쓴 것으로 보아 치기가 어느 정도 올라 있는 모양이옵니다. 수령이 탄 가마 앞뒤로 수행인들이 물건을 이고 지고 있어 행색이 초라하지 않으나 판결문을 적고 있는 형리는 취기가 오른 듯해 판결문을 기술하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는 있을까 걱정되어 조금 강평을 하였사옵니다.” --- p.154「서민들의 숨결을 그려오라」(1783~1786) 중에서

정조 “관아재가 그린 속화는 궁궐에서 일어난 익살스런 장면을 그려낸 것이라면, 서민들이 살아가는 사실적 모습들을 그려낸 것은 김홍도로구나. 과인은 백성들이 어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였다. 그러나 자유로이 궁 밖을 출입할 수 없으니 어찌해야 백성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가 고민하였었는데 오늘에야 그 답을 찾았다. (……)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의 고충도 헤아리며 과인의 정치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그림을 통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구나.” --- pp.156-157「서민들의 숨결을 그려오라」(1783~1786) 중에서

정조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른 체한다면 한 나라 군주로서 말이 되겠는가? 회화란 오해받지 않는 문화를 통하여 잘못된 점을 풍자하고 그 의미까지 전달할 수 있는 일이기에 가히 사회 혁명이라 불러도 되지 않겠느냐. 굳이 창을 앞세워 시위하지 않아도 방패를 내세워 방어하지 않아도 평화적 대항마가 될 수 있어 과인에게는 큰 무기가 될 것이다.” (……)
김홍도 “전하의 깊은 뜻을 잘 알겠사옵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 사이에 느끼는 전달력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사옵니까? 전하! 소신이 그림을 그릴 때면 스스로에게 엄격히 정한 기준과 가치가 있사옵니다. 그것은 그림에도 생명력이 담겨 있어서 보는 이에게 반드시 이야기를 건네는 그림이라야만 살아 있는 그림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옵니다.” (……)
정조 “이야기를 건네는 그림이라. 단원의 그림 속의 비밀이 여기 있었구나. 단원!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마음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자 애쓰는 성군 정치를 하고 싶다. 네 붓끝에 내 꿈을 실어도 되겠느냐? 과인과 단원의 인연은 백성에서 시작된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그대를 내게 보낸 이유라 생각한다. 그러니 이 나라 백성들의 숨결을 그려오라. 백성들이 어찌 살아가고 있는지 숨김없이 고스란히 담아내어라.” --- pp.156-157「서민들의 숨결을 그려오라」(1783~1786) 중에서

정조 “단원! 올해는 과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구갑일에 맞추어 어머니 혜경궁 마마의 회갑연을 화성에서 성대하게 베풀 것이다. 그리고 관련된 내용들을 기록하기 위하여 활자를 만들고 삽화를 그려 넣는 의궤를 편찬할 것이다. 주요 장면장면을 그린 삽화가 있어야만 행사의 전모를 한눈에 볼 수 있지 않겠느냐?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전달하는 힘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는 것을 과인이 알고 있고 기록 문화에 대한 과인의 애정은 누구보다 그대가 잘 알 터이니 그대가 이 일을 맡아주어야겠다. 행차는 여드레 동안 이루어질 것이니 수행하면서 주요한 장면을 그려내거라.” --- pp.360-361「회갑연을 의궤와 그림으로 남게 하라」(1794) 중에서

처음 도화서에 등청하던 젊디젊은 날의 큰 꿈과 최고의 화원을 향한 부단한 노력들이 기억 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경복궁 강녕전에서 [군선도]를 펼쳐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선왕 정조의 따뜻한 미소가 아직도 가슴 아리게 남아 있고 풍속화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림에 담긴 해학과 풍자를 예리하게 잡아내던 주군의 호기심 가득했던 눈빛과 환한 웃음이 아직도 허공을 가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은혜하고 존경하던 정조의 체취를 찾기 위해 대궐 구석구석을 그리움의 눈길로 되짚는 김홍도의 머리 위에도 세월이 내려앉아 하얗다. --- p.416「속 붉은 단매화丹梅花를 그리다」(1804) 중에서

김양기 “아버님과 많은 교유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이룬 업적에 대해 혹 제가 모르는 부분을 일러주실 수 있으신지요?”
홍석주 “어찌 그 사람됨을 다 안다고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자네의 선친을 대할 때면 늘 느끼는 일이었지만 외모는 선계仙界에서 내려온 듯 수려하였고 단정하며 청정한 손놀림으로 붓을 잡으셨지. 특히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묘사한 풍속화는 신의 조화라고 말하고 싶다네. 게다가 산수화·도석화道釋畵·어진御眞을 비롯한 화조花鳥·계회도契會圖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능한 분이셨지. 오늘 이렇게 첩을 대하고 보니 단원은 그림에만 머물지 않고 서체까지 이처럼 유려하였음을 새삼 알게 되었네.”
--- pp.477~478「단원의 아들 양기」(18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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