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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세이셔널한 예술가 패티 스미스의 마음 기록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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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90g | 135*205*25mm
ISBN13 9788960902732
ISBN10 896090273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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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도 모르게 어느새, 경미하지만 쉽게 낫지 않는 병에 걸려버렸다. 우울증은 아니고, 그보다는 멜랑콜리아에 대한 현혹이랄까. 줄무늬 그림자가 진 터무니없이 푸르른 작은 행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마음의 병病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굴려본다.
--- p.35

나는 볼라뇨를 기리는 100행의 시를 쓰기로 결심했다. 짧았던 삶의 마지막 시간을 숨 가쁘게 위대한 걸작 『2666』을 완성하는 데 바쳐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는 나 나름의 방식이었다. 신의 특별한 은총이 있어 그가 삶을 허락받을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쉰 살의 나이, 필력이 정점에 올랐을 시기에 죽음을 맞는, 그런 서글픈 불의가 하필이면 아름다운 볼라뇨를 찾아와야 했다니. 그와 그가 쓰지 못한 글을 잃은 우리는 적어도 세상의 비밀 하나를 끝까지 알지 못하게 되었다.
--- p.39

타이프라이터와 채널 돌리는 리모컨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커피 머신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무생물이라도 다른 것보다 훨씬 더 정이 가는 게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한다.
--- p.47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천사들에 대한 백일몽을 꾸었다. 천사를 만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일까,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금세, 나도 이미 천사를 만나보았다는 걸 깨달았다. 성 미카엘 같은 대천사는 아니었지만, 오버코트를 걸치고 찰랑거리는 갈색 머리에 물빛 눈동자를 갖고 있던 디트로이트 출신의 내 인간 천사를.
--- p.57

야트막한 하얀 벽에 에워싸인 구석 자리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실시간’을 유보하고 과거와 현재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다리를 자유롭게 노닐었다. 나의 모로코. 내가 타고 싶은 기차는 무조건 따라갔다. 글을 쓰지 않으면서도 글을 썼다.
--- p.89

어떻게 읽을 책이 없을 수가 있는 거지? 아마 책이 없는 게 아니라 열정이 부족한 것이겠지.
--- p.112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데 뭔가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이 끝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나는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심란해져서 앞뒤로 책장을 뒤적거리며 단서를 찾아 헤매거나, 어디 걸어볼 전화번호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아니면 누구한테 편지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불평하거나 따지려는 게 아니라, 그저 약간의 해명이나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은 거다. 그래야 내가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p.119

얼마나 쉬운 일인지 몰라, 동물과 사랑에 빠진다는 건 말이야.
--- p.145

우리한테 당신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우리는 그저 부랑아일 뿐이오.
작가들은 다 부랑아지요, 나는 중얼거렸다. 나도 언젠가는 당신네 패거리로 쳐줬으면.
--- p.227

나는 움직임을 믿는다. 세계를 믿는다. 자정과 정오의 시각을 믿는다. 그러나 내가 또 무엇을 믿고 있을까? 가끔은 모든 것을. 가끔은 아무것도. 나는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 잃어버릴 삶을 믿는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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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삶의 입자를 증폭해서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예술가인 패티 스미스 역시 그렇다. 찻잔 속 황금빛 카모마일 잎을 보고 죽음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고, 끊임없이 시를 쓰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순간을 노래하고, 몇십 년 전 일을 어제처럼 떠올리고, 현실보다 생생한 꿈을 적어내려간다.
패티 스미스의 글은 그녀처럼 자유로워 옆으로 새고 그 덕에 우리는 예술가의 머릿속 아름다운 미로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고양이와 분실물의 계곡과 실비아 플라스의 무덤과 철제 책상과 커피가 있는 그 미로는 놀랍게도 몇십 년째 초여름이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는 수밖에 없다고, 빛을 머금은 푸른 잎은 노랗게 물들고 그 후엔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제까지도 그렇게 믿었지만 오늘 생각이 바뀌었다.
70세의 패티 스미스가 이 책에서 내내 이렇게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과거도 현재도 환영까지 똑바로 응시할 것이라고, 나는 소중한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은 전부 여기에 있다고, 나는 여전히 나라고, 세상은 아름답고 공허하고 외로움은 날 껍데기처럼 감싸고 있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글’을 쓸 것이라고.
나는 변치 않는 여름의 마음을 읽었다.
오지은(음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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