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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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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78g | 145*210*20mm
ISBN13 9791186748947
ISBN10 11867489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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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같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폴록의 작품에서 색채와 상징을 걷어내면 분명 자신이 보고 있는 이 사진의 혈흔과 똑같은 형태의 선과 면이 드러날 거라고 확신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 본성에 내재한 악의의 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폴록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항상 자기 안에서 꿈틀거리는 무질서한 방임과 잔혹한 파괴로의 갈망을. 무언가 헝클어뜨리고 망가뜨리고 부숴버리고 싶은 욕구에 휩싸인 열 오른 자신의 붉은 얼굴을, 폴록은 매일 밤 핏발 선 눈빛으로 바라봐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혼의 주체할 수 없는 열망을 거대한 캔버스 위에 흩뿌림으로써 자신의 악의를 잠재웠겠지. 예술의 원형이란 언제나 그런 형태로 시작하기 마련이니까. --- p.8~9

총기에 의한 살인. 이마에 남은 탄흔 두 개.
단지 그 이유만으로 동일 인물의 범행이라고 짐작할 뿐, 다른 증거나 자취는 조금도 찾지 못했다. 살해 동기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피살자들 간의 접점이 전혀 없었고 그 어떤 연관 관계도 확인하지 못한 까닭에 경찰의 수사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다.
누군가는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데 범인의 행적은 물론이고 동기조차 밝혀내지 못하는 경찰을 국민은 더는 신뢰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연쇄살인의 패턴처럼, 피살 대
상이 주로 이십 대 여성이라든가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라든가 부유층 노인이라든가 하는 유사점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라도 피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이 대보름의 둥근달처럼 어둠 한가운데를 덩그러니 밝히고 있었다. 국민의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했다. 결국, 누리꾼들이 나섰다. --- p.11~12

커서를 따라 움직이는 그의 시선 끝으로 실시간 검색어의 맨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오물충의 만행’이란 제목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밑에 열린 몇 개의 창이 모두 그 제목을 클릭한 결과물들인 것 같았다. 마우스의 주인이 상위에 열린 창을 닫자 그 밑으로 또 무수한 기사와 사진들이 범람했다. 그의 동료는 또 다른 기사를 클릭해서 새로운 창을 열었다.
길거리 화단 옆에 바지를 엉거주춤하게 걸친 채 모로 누워 잠든 사람의 사진이었다. 그의 옆에는 흥건한 변과 점점이 떨어진 토사물들이 있었다. 물론 그의 얼굴과 반쯤 벗겨진 아랫도리와 각종 오물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으나 적어도 그 자신만은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본 그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뒤 허둥지둥 자리로 돌아온 그의 심장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뛰었다. --- p.30~31

시끄럽긴 했어도 그 나물에 그 밥인 정도의 회원이 갑론을박을 펼쳤던 이전 상황에 비하면, 일곱 번째 피살자가 밝혀진 이후에 늘기 시작한 회원의 수는 거의 기하급수적이었고 오십만을 순식간에 넘어섰으며, 그들 대부분이 저스티스맨에게 그리고 킬러에게 열광하는 자들이었다.
그간 팽배했던 마땅히 죽었어야 할 놈들이 죽었다는 의견과 어떤 이유로든 폭력이 인정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이제 구 대 일 정도로 패가 갈렸고, 그 바람에 후자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찍소리도 내지 못하는 형국이 되었다. 찍소리라도 냈다가는 순식간에 피살자들처럼 무뢰배로 취급받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갑론을박 중에 단 하나의 사안, 누리꾼들의 마녀 사냥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게 응징하고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견에 예외 없이 입을 모았던 그들이었음에도, 흡사 빠가사리라도 되는 양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을 다시 쥐 잡듯이 구석으로 몰아 결국에는 씨를 말려버렸다.
--- p.1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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