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erico Axat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토목기사. 1975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의 주도인 라 플라타에서 태어났다. 추리소설novela negra 애호가인 부모의 영향으로 소설에 깊은 흥미를 갖고 성장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후 중앙아메리카로 건너가 통신사업 분야에서 6년 동안 일하며 틈틈이 글쓰기 워크숍을 수강, 어린 시절부터 갈망하던 창작을 시작했다. 그리고 4년 동안의 습작 끝에 2012년 소설 『벤저민Benjamin』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듬해 두 번째 소설 『나비의 습지El Pantano de las Mariposas』를 발표했고, 두 작품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프랑스, 중국 등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페데리코 아사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출세작이자 영미권 데뷔작인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배경을 미국으로 설정한 것은 영미권 출간을 위한 포석인 동시에 수년 동안 미국에서 살며 할리우드 영화와 팝 음악에 심취해온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사트는 여러 번의 인터뷰에서 스티븐 킹과 마이클 코넬리의 팬이라고 밝혔는데, 흥미롭게도 프랑스의 매거진 [상프루아]는 그를 ‘스티븐 킹의 적자’로 명명하기도 했다. 주인공 테드의 현실과 착각을 담은 『다음 사람을 죽여라』는 주인공은 물론 독자마저 미로에 가두는 듯한 구성과 필력으로 ‘정신 착란 스릴러’라는 별명을 얻었 다. 전세계 33개국에서 출간, 베스트셀러에 진입했으며 [레버넌트]와 [스포트라이트] 등을 제작한 ‘어나니머스 컨텐트’에서 영화화에 돌입했다.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토목기사 일과 집필을 병행하고 있다.
역자 : 한정아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속죄』 『소피의 선택』 『앤젤스 플라이트』 『나인 드래곤』 『줄리언 웰즈의 죄』 『미시시피 미시시피』 『스테이션 일레븐』 등이 있다.
테드 매케이가 자신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으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끈질기게. 그는 멈칫했다. 현관 앞에 사람이 있는데 방아쇠를 당길 순 없다. 가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초인종. 그다음엔 남자의 목소리. “문 열어요! 듣고 있는 거 다 압니다!” --- p.10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테드 자신의 글씨였다. 그런데 그에겐 이 글을 쓴 기억이 전혀 없었다.
문을 열어. 그게 네 유일한 탈출구야.
오른손에 쥔 브라우닝의 무게가 1톤은 되는 듯 느껴졌다. “빨리 문 열어요, 테드!” 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방금 자기 이름을 들은 거 맞나? --- p.12
테드는 극도로 치밀하게 자살을 준비했다. 삶이 잘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다가 막판에 충동적으로 한 결심이 아니었다. 애처롭게 관심을 호소하면서 일을 망치는 한심한 자살미수자는 되지 않을 작정이었다. 적어도 테드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신중했다면 린치가 어떻게 그의 계획을 알았겠는가? 완벽한 옷차림을 하고 환하게 웃는 이 낯선 청년은 테드가 가진 권총의 구경과 권총을 놓아둔 장소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테드가 자살하려 한다는 말이 즉흥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혹시 그냥 던진 말이었다면 상당히 운 좋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린치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렇게 말했다. --- p.17
“이 사람도 자살을 계획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당신처럼, 이 사람도 자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 가족이 알면 얼마나 고통스럽고 이해하기 힘들지를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해요, 테드. 당신이 블레인을 죽이는 거예요. 그렇게 함으로써 아만다 허드먼의 가족에게 마음의 평화와 정의가 실현됐다는 느낌을 선사하는 거죠. 그렇게 해주는 대가로 우린 당신을 사슬의 일부로 받아줄게요. 웬델이 하나의 연결고리이고 당신이 그다음 연결고리가 되는 거죠.” 테드는 잠깐 생각했다. 그러고는 곧 이해했다. “블레인을 죽인 다음에 웬델도 죽이라는 얘기야?” “바로 그거예요. 웬델도 이 계획을 알고 있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당신도 일을 끝낸 다음엔 집에 돌아와서 사슬의 다음 연결고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 돼요. 한번 생각해봐요, 테드. 낯선 자가 침입해서 당신을 총으로 쏴서 죽인 것과 당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가족들이 느낄 차이를 생각해보라고요.” --- p.29
“이미 다 고려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지금 우린 훨씬 더 좋은 탈출구를 제안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총에 맞으면 당신은 비극적인 희생자로 기억되겠죠. 딸들이 당신의 죽음을 극복하고 살아가기에 어느 쪽이 더 쉬울지 한번 생각해봐요. 이런 통계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아이들이, 특히 어린 아이들이 부모의 자살에 따른 충격에서 결코 회…….” “됐어, 그만해! 알아들었으니까.” “그럼, 어떡할 거예요?” “생각 좀 해보고. 웬델은 무고한 사람이잖아.” “왜 이래요, 테드. 난 이 일을 수십 번도 더 해왔어요. 당신은 이미 대답을 알고 있잖아요. 이 거래는 당신만 이롭게 하는 게 아니에요. 웬델도 돕는 거죠. 웬델은 지금 호숫가의 집에서 당신이 마지막 소원을 실현시켜주기만 기다리고 있다고요.”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