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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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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638g | 145*225*30mm
ISBN13 9788960903326
ISBN10 896090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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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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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초여름에 걸쳐서 이즈 방면에라도 놀러 가는 모양인 단체와 같은 열차에 종종 함께 탄다. 단체라고 한마디로 말해도 각종 잡다한 유형이 있다. 언젠가 ×××표 모기향 소매인 초대객이라는 단체에 섞여든 적이 있다. 아직 이른 봄이었기 때문에 과연 선전이 위용을 떨치는 세상, 상인의 채비가 훌륭한 데는 감탄도 했고, ×××표 모기향이라고 염색한 파랑·빨강의 작은 깃발을 치켜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것, 땅콩, 오징어포로 제각각 작은 연회를 펼치는 모습이 말 그대로 우스워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그중에서 간사 역할인 듯 보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와서 이쪽으로 술은 건너왔는지 모르겠다며 두 홉들이 병을 넘겨준 적이 있다. 그 속에 끼어든 나를 동행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물론 나는 사양 않고 받았다. 그 모기향을 사용하고도 모기에 시달린 기억이 있는 걸 보면, 모기도 안심하고 추천할 만한 모기향이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모기향 판매인으로 나를 봤다는 것에는 스스로도 황송해서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든 것이었다. 초봄 모기향의 은덕으로 취기를 맛본 나는 그 일 이후로 추운 계절에 촌 상인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21~22쪽

어머니는 아침도 이르고 밤도 이르고, 나는 그 반대니까 집에 있어도 좀처럼 밥도 같이 먹지 않는다. 작년 무렵까지는 어지간히 건강해서 혼자서 식사 준비부터 덧창문 여닫기, 내 이불 펴고 개는 것까지 해주었지만, 올해부터 적이 힘이 빠져서 가정부를 드나들도록 하고 있다. 무리도 아니다. 여든넷이다. 인간도 쓰면 쓸 수 있는 거로구나, 하고 절실히 느낀다. 그렇다고 해도 쉰다섯이나 예순의 정년은 너무 이르다.
-25쪽

요즘 매일 박고지, 표고버섯, 톳, 고사리를 먹고 있다. 육군은 잘도 내가 싫어하는 것만 알고 있구나 하고 심히 감탄하고 있다. 최근 얼마간 목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 냄새도 나서 난처하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목욕을 하고 싶다.
-30쪽

지금도 동문 쪽을 공격하는 적의 총성이 자꾸 들립니다. 하지만 연청보라색 하늘에는 낮달이 떠 있고, 지붕 위의 민들레가 열심히 민들레씨를 바람에 실어 날려 보내고, 병사는 참마 껍질을 벗겨 저녁밥에 먹을 도로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다들 허둥거리지 않고 총소리에는 전혀 무관심한 채입니다. 이것은 얼핏 엄청난 실수로 녹음된 소리를 잘못 튼 게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정경입니다.
-40쪽

인간의 엉덩이의 구멍은 둥글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에 와 노천 곳곳에서 대변을 보면 아무래도 인간의 엉덩이의 구멍은 둥글다고만 한정할 수 없다. 없을 뿐만 아니라, 둥근 것은 심히 적다. 세 장 날개로 구성되는 콤퍼 셔터에서 짜낸 듯한 삼각에 사각 등 갖가지 잡다한 모양인 것 같다. 그 색채도 빨간 것에 호랑이 무늬 같은 것 등 제각각으로, 벙부에서는 오이를 너무 먹어서 파란 똥에 놀랐던 기억도 있다. 전쟁과 군량과 위생과 생리와 배설과 누군가 고현학적으로 조사하는 녀석은 없는가.
-75쪽

실패에는 질려버려서 이건([도쿄의 합창]) 느긋하게 찍기로 했어요. 촬영은 여름이었는데 날씨 좋은 날에는 야외촬영도 안 하고 말이지. 아니, 더우니까 말이야─그 당시였어요, 영화라는 건 어떤 걸 해야 좋은지 알 수 없게 돼버렸어. 감독의 일이라는 게 결국 나중에 남는 것도 아니고, 영화라는 건 시시하다는 기분이 들어서요. 뭐, 지금은 오히려 깔끔하게 안개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버리는 게 영화의 매력이라고까지 생각하지만…….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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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늘 오즈 야스지로를 떠올린다. 보고 또 봐도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는 데다, 인생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동시에 발견하게 하는 오즈의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는 없으니깐. 그래서 늘 궁금했다. 일평생 그런 독자적이고 놀라운 작품을 고집스레 만들어온 오즈는 실제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매일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갔을까. 그런데 드디어 이 책을 통해 인간 오즈를 만난다. 그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진짜 생활을 엿본다. 자신의 일상과 세계를 차분히 관찰해 담담한 어조로 기록한 오즈의 글을 읽다 보면 때로는 은근한 미소가 떠오르고, 또 때로는 복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 그도 모두와 같은 실수를 하고, 모두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보통의 인간이라는 사실에 왠지 모를 위로와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늘 여유와 유머를 간직하면서도 일관되게 사려 깊고 진지한 그의 시선과 태도에는 새삼 경탄하고 만다. 역시 오즈다.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윤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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