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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는 건 좋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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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북스 시선집-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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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84g | 140*210*20mm
ISBN13 9791187490104
ISBN10 11874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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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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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집에서
암만 배가 곱파도
밥 달라고 하면
왜 안 되나요
아버지는 나의 손목만
거머쥐었다가 놓았다가
허공을 바라보고 서서
대답이 없습니다
나는 우리 집에서
암만 배가 곱파도
내 손으로 밥 찾아 먹으면
왜 도둑놈 새끼가 되나요
---「배곱픈 아이」중에서

그래도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
해가 지면
먼 삼 리 외로운 고갯길에서
이 자식이 생각나
가슴속 주머니에 국화빵 몇 개
싸 감추어서 오시고선
식구들 몰래
숨어서 꺼내주었어요
나중엔 너하고만 살으마, 하고
자식의 목을 끌어안아도 주었어요
---「국화빵」중에서

가을은 깊어서
헤진 옷 속으론 바람만 차가운데
어째서
나는 가도 가도 배곱푼 설움뿐

밤이면 또
어느 전등불 깜박이는 마을 근처
다리 밑 같은 데서 불불거리며 불불거리며
저 달이 다 하도록
벌레들과 울어야만 하나요
---「어째서」중에서

담 밑에 귀뚜라미가 끼루루 울듯이
내 가슴 속에서도 끼루루 우는 듯한 슬픔 있어
지난날의 나를
별빛으로 헤쳐보고 울곤 하다가
날이 샐 즈음에사
물수건 이마에 동이고
겨우겨우 얻어 든 옅은 잠을
난데없는 빈대가 와서 물고 간다
날 놀라게 해놓고선
뀌떨어진 말도 없이
어느 독살스런 여자의 독백처럼
서늘한 마루 사이 틈으로
잘도 물고 간다
저놈의 빈대를 잡아
그 잠을 도로 뺏을 수는 없을까
---「가을밤」중에서

산꼭대기 초소
공기가 맑아서 좋다
이따금 새들이 와서 지저귀줘서 좋다
종일 오가는 사람 하나 없어
산 위를 걸으며 묵주 기도도 할 수 있고
녹음테이프 귀에 꽂아
성경 말씀도 들을 수 있고
성가도 따라 부를 수 있으니
피정이 따로 없다
마누라가 싸준 쥐눈이콩밥
민들레 장아찌랑 해서 먹고
산불 감시도 열심히 하자
우리나라 좋은 나라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젖은 날 말고는
일당도 하루 4만5천 원 준다고 하니
---「산불 감시원」중에서

뻘 속에서 자랐습니다
뻘물만 먹고 살았습니다
한 송이 물 위에 빼어문 것은
나의 눈물입니다
나의 시입니다
---「연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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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한 편이 가슴을 울렸어요. 참으로 귀한 글입니다. 배운 사람들은 사회에서 지위도 있고, 가진 것도 좀 있어서 같은 시대를 산 사람들보다 형편이 나아요. 그 사람들이 쓰는 글은 우리 세대 대다수가 살아온 삶을 대변하지 못했어요. 서툴기 짝이 없는 그의 글 곳곳에 우리 세대가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아픔이 절절히 배어 있습니다.”
-국어학자 김수업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시인이란 그저 바보처럼 외롭고 눈물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눈물로 세상을 적시고 싶은 사람이라고. 시집 원고를 한 장 한 장 넘겼습니다. 내가 겪은 일도 아닌데 마치 내가 겪은 일처럼 가슴이 저립니다. 문득 ‘아, 이게 살아 있는 시구나!’ 싶었습니다.”
-서정홍(농부시인)

“삶에서 우러난 진실한 이야기가 수수하고 서툰 문장 속에서 맑게 빛나고 있음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이 있길 바랍니다.”
-신정숙(한겨레신문사 교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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