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놈한테 폭약이 잔뜩 있다!”
그러자 키 큰 남자가 자폭했다. 그에 따른 충격으로 매기는 몸이 뒤집힌 채로 거세게 뒤로 내동댕이쳐졌다. 잠깐 의식을 잃은 매기는 옆으로 누운 채 의식을 되찾았다. 매기가 방향감각을 잃고 혼란스러워할 때 흙먼지와 잔해가 그녀의 털 위로 떨어졌다. 매기의 귀에는 고음의 낑낑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고, 코는 인공적인 화염에서 나는 톡 쏘는 악취 때문에 화끈거렸다. 몸을 일으키려고 기를 쓰는 동안 매기의 흐릿한 시야가 서서히 또렷해졌다. 그녀의 뒤에 있는 해병들이 고함을 쳐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뱉는 말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매기의 왼쪽 앞발이 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꺾였다. 매기는 어깨로 땅을 밀어 곧바로 다시 일어섰다. 매기는 개미들에게 물린 것처럼 따끔거려서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 세 개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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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은 피격당한 이틀 후에 그날 밤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는 채로 의식을 되찾았다. 수사를 담당한 강력반 특수팀 형사들의 강도 높은 심문을 받는 3주 동안 스콧은 최선을 다해 총잡이 다섯 명을 묘사했지만, 그 남자들에 관한 한 아무 특색 없는 실루엣을 제외하고는, 식별에 필요한 세부 정보를 더는 제공할 수 없었다. 다섯 명 전원이 마스크와 장갑 차림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있었다. 절뚝거리거나 팔다리가 불구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스콧은 그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고, 눈동자나 머리카락이나 피부색, 눈에 잘 띄는 문신이나 장신구, 흉터, 몸단장 같은 식별 가능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없었다. 탄피와 켄워스 트럭, 그리고 불과 여덟 블록 떨어진 곳에 버려진 포드 그랜토리노에서는 지문이나 써먹을 만한 DNA가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LAPD의 강력반 특수팀에서 파견된 엘리트 수사진이 담당한 사건이었음에도 용의자는 한 명도 밝혀지지 않았고, 단서는 모두 고갈됐다. 그런 탓에 수사는 불가피하게 잠정 중단 상태가 되고 말았다.
스콧 제임스가 총에 맞고 9개월 16일이 지난 후, 그를 쏘고 스테파니 앤더스를 살해한 다섯 남자는 자유로이 세상을 활보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저 밖에 있었다.
스테파니를 살해한 다섯 놈.
살인자들.
--- p.43
“얘가 매기입니까?”
“그래.”
“우리 개입니까?”
“아니, 기증받은 개야. 오션사이드에 사는 가족이 우리가 그녀를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기증했지. 하지만 릴랜드는 이 아이를 돌려보낼 거야.”
창백한 줄을 살핀 스콧은 그것들은 흉터라는 결론을 내렸다.
“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메이스는 호스를 옆으로 치우고는 출입문 쪽에 있는 스콧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상처를 입었어. 거기 흉터들은 수술 자국이야.”
(……) “장난 아니군요.”
“그렇지. 이 아이는 두 발을 맞았어. 릴랜드한테 들은 얘기야. 그래도 자기 핸들러 위에 몸을 얹은 채 그곳을 떠나려고 하지를 않았다는군. 아마 그를 보호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 다른 해병들이 접근하는 것조차 못 하게 막았다더군.”
스콧은 그 저먼 셰퍼드를 응시했다. 메이스와 사육장의 존재가 흐릿해졌다. 그의 귀에 그날 밤의 총성이 들렸다. 자동소총이 마구 쏟아내는 천둥소리와 채찍처럼 탁탁거리는 권총 소리가 뒤이어 들렸다. 그러고 나자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는 다시 사육장으로 돌아갔다.
스콧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기 전에 목을 가다듬었다.
“저 아이는 그 위험한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거군요.”
--- p.79
스콧은 그녀를 불렀다. “매기.”
그녀는 그를 힐끔 보더니 다시 건물을 지켜봤다. 그는 매기가 자신에게 반응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매기는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로봇이 아니었다. 그녀는 명령을 내리는 그의 속내를 알아보려고 애쓰는 듯했다. 그는 매기의 눈에 감도는 따스한 총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있으면 어떤 느낌일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들은 함께한 지 겨우 24시간밖에 안 된 사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같이 있어서 더 편안해하는 기색이었고, 그는 그녀와 함께 있어서 더 편안했다. 묘한 일이었다. 스콧은 매기와 함께하면서 자신이 더 차분해졌다고 느꼈다.
“너는 내 첫 개야.”
--- p.130
흔한 녹. 시곗줄에 묻은 녹이 옥상에 있는 연철 난간에서 묻은 것인지를 SID가 알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매기는 시곗줄의 냄새를 맡고, 맡고, 또 맡았다. 이번에 그녀가 보여준 호기심에 스콧은 미소를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어떤 놈이 지붕에 있었다는 생각, 아니면 내가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
매기는 머뭇거리다가 스콧의 얼굴을 핥았다. 그녀의 귀는 뒤로 젖혀져 있었고, 따스한 갈색 눈동자는 슬퍼 보였다.
“나도 알아. 나는 제정신이 아니야.”
스콧은 시곗줄을 봉지에 넣고 봉한 다음, 바닥에 큰대자로 누웠다. 어깨가 아팠다. 옆구리가 아팠다. 다리가 아팠다. 머리가 아팠다. 온몸이, 그의 과거가, 그의 미래가 모두 아팠다.
그는 벽에 꽂혀 있는 도면들과 사진들을 올려다봤다. 그것들을 위아래가 뒤집힌 모습으로 봤다. 스테파니의 사진을 응시했다. 스테파니의 시신을 에워싼 흰색 선이 그녀가 누워 있는 피 웅덩이와 대비되면서 더 환하게 두드러졌다. 그는 그녀를 가리켰다.
“내가 가고 있어.”
그는 매기의 등으로 손을 낮췄다. 매기의 따스함이, 그리고 숨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몸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 p.178
그녀는 남자와 눈을 맞췄다. 그의 눈에서 사랑과 인정(認定)을 보았다! 남자는 그녀가 가죽의 냄새를 맡았다는 이유로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서 매기는 냄새를 다시 맡았다.
“나도 알아. 나는 제정신이 아니야.”
그녀는 냄새들로 코를 가득 채웠다. 남자를 기쁘게 해주면 안전하다는 느낌과 흡족한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서 매기는 그의 옆 가까이에 몸을 말고는 잠잘 채비를 했다.
잠시 후에 남자는 그녀 옆에 큰대자로 누웠고, 매기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평온함을 느꼈다.
남자가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다. 그의 호흡이 일정해지고 심장박동이 느려졌다. 남자는 잠들었다.
매기는 남자의 안정적인 심장박동에 귀를 기울이면서 남자의 온기를 느꼈다. 그러면서 그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그의 냄새로 채우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함께 살고 먹고 놀고 잤다. 그들은 안락함과 활력과 즐거움을 공유했다.
매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절뚝거리면서 방을 가로질러 남자의 녹색 공을 물었다. 그녀는 그걸 남자에게 가져가 떨어뜨리고는 다시 한번 잠들 채비를 했다.
녹색 공은 남자에게 기쁨을 줬다. 그녀는 남자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들은 무리였다.
---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