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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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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44g | 128*188*30mm
ISBN13 9791159312151
ISBN10 11593121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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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모일
“다이세쓰산국립공원[大雪山國立公園] 안에 ‘도무라우시’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렇게 좋다네.”
도무라우시? 뭐야, 그건. 어딘가에서 들은 적 있는 듯한 이름이지만,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찾아보았다. 도무라우시. 아이누(홋카이도와 사할린 등지에 분포하는 소수민족으로 눈이 깊고 코가 오똑해서 다른 일본인과 뚜렷이 구분된다?옮긴이) 말로 ‘꽃이 많은 곳’이란 뜻이다. 한자는 없고, 일본의 100대 명산 중 유일하게 가타카나 이름을 쓰는 산이라고 한다.
지리적으로는 홋카이도 한복판, 즉 홋카이도에서 가장 중심에 해당하는 곳에 있다. 다이세쓰산국립공원 안의 해발 2,141미터, 홋카이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들은 적 있는 듯했던 것은 몇 년 전에 거기서 대규모 조난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저체온증으로 등산객이 잇따라 쓰러졌다는 무시무시한 조난 사고. 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 p.9

4월 모일
공기가 맛있다. 제일 처음 공기를 ‘맛있다’고 표현한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공기에는 정말로 맛이 있다. 맛있는 물처럼 순한 맛이 난다. 음표로 말하자면 도레미파솔 같은 맑은 맛. 이곳 공기는 맛있다.
“앗.”
짐승의 냄새가 섞였다.
“이건 북방여우 오줌 냄새네.”
당당하게 말하니 남편이 부러운 것 같았다.
“괜찮아, 당신도 곧 알게 될 거야.”
다정하게 위로해주었다.
--- p.48

6월 모일
대회 그 후
형제는 매일 아침 일찍 등교했다. 교장 선생님과 상담해서 수업 시작 45분 전부터 아침 훈련을 허락받았다고 한다. 어쩐 일이냐, 형제여. 호, 혹시 이게 의욕이란 거냐. 의욕이 생긴 거냐……? 태어난 뒤로 의욕을 가진 형제를 본 적이 없어서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점심 시간에도 체육관에서 연습을 한다고. 고문과 부고문, 각자의 담임 선생님까지 같이 어울리는 것 같다.
대회장에서 만난 전설의 코치(20년쯤 전, 도무라우시 중학교를 도 대회에까지 이끈 명 코치)가 연습 목록을 팩스로 보내주었다. 오싹하다. 두 아들의 의욕. 수치를 무릅쓰고 대회에 출전하길 잘했다. 이 학교에 오길 정말 잘했다.
--- p.97

7월 모일
계류낚시
시간표를 보고 놀란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야외 수업이 많다. 삼림교실, 골프, 수영. 어떤 날은 평일인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낚시였다. 중학생들은 도시락을 들고 산속 계류로 나갔다. 이런 곳을 정말로 가요? 묻고 싶은, 불안해 보이는 조릿대나무숲을 헤치고 도착한 계류에서, 흐르는 물이 다리를 당길 것 같은 가운데, 중학생 다섯 명과 선생님과 강사인 베테랑 낚시꾼이 종일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었다고 한다. 옥새송어, 산천어, 곤들매기(연어과 물고기로, 한정된 지역의 아주 맑은 물에만 산다) 등을 잡아서 돌아왔다. 게다가 손질까지 다 해서 왔다. 물고기를 손질하는 법까지 가르쳐주다니 멋지다.
--- p.109

8월 모일
울트라의 어머니
가족끼리 온천에 갔다. 절대 과장하지 않고 이곳은 정말로 멋지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탁 트여 있어서 아주 상쾌하다. “다시 젊어진 것 같아~” 그랬더니, 딸이 천진난만하게 “몇만 살 정도?”라고 물었다. 일단 이만 살 정도로.
178쪽
10월 모일
눈 온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영하 4도. 어쩐지 정전은 피한 것 같다.
길은 복구되지 않아서 고립된 육지의 섬 상태는 계속됐다. 아, 오늘은 생협 님 오시는 날이었는데. 급식 조리사들도 올라오지 못해서 도시락으로 대체. 그러나 눈은 이제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 p.137

11월 모일
인터넷 환경
이 지역은 빠른 인터넷 회선이 들어오지 않는다. 휴대전화로 테더링하여 인터넷에 연결하지만, 휴대전화 회선 자체가 느리다.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휴대전화 전파도 터지지 않을 때가 있다. 불편하지만, 몇 년 전까지는 완전히 전파권 밖에 있었다고 하니 이것도 많이 편리해진 것이다.
차남 보기가 컴퓨터 앞에서 느린 회선에 애를 태웠다.
“더 뜨거워져!”
컴퓨터를 질타, 격려한다.
“더 빠를 수 있잖아! 나는 믿어.”
그래서 통신 속도가 빨라진다면 얼마든지 격려하겠다. 가족 모두 컴퓨터를 향해 계속 격려하겠지.
--- p.199

12월 모일

영하 18도. 차창이 얼어서 그 무늬가 아름답다. 얼음에도 결정結晶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나 창 바깥쪽이 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도 안쪽까지 얼어붙는 것은 어째서인가.
페트병을 차 안에 두면 얼어서 터진다고 해서 주의했지만, 물휴지가 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뜯어서 꺼내려고 하는 순간 파삭파삭 부서졌다.
--- p.216

3월 모일
졸업식
졸업생과 재학생과 선생님 전원의 합창은 평온하고 밝게, 작은 체육관을 가득 채우며 울렸다. 장남의 인사 중 “이 자리를 빌려 이곳으로 데리고 와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는 한 마디에 남편이 울컥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퇴장하는 줄 알았던 장남이 곧장 우리 쪽으로 와서 꽃을 내밀 때 울컥했다.
“이 학교 졸업생의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장남이 그렇게 말했다. 정말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훌륭한 졸업식이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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