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타킹스의 최대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사회를 위해 행동하는 이들에게 장소를 제공한다. 특히 진보적 가치와 관련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서점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추구하거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리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독립서점들도 이벤트를 진행한다. 대부분 저자와의 만남 등의 이벤트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 경우 저자는 독자 및 잠재 독자를 만난다. 이런 행사가 매출에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을 원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자신의 이상을 알리고 직접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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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낼리 잭슨이 베스트셀러를 대하는 태도는 다른 독립서점과 조금 다릅니다. 평대에 인기 도서를 진열할지언정 ‘베스트셀러’ 표지를 놓거나 굳이 티내지 않는 다른 독립서점과 달리, 이곳에서는 베스트셀러를 순위까지 매겨서 진열합니다. 하지만 이 베스트셀러는 아마존이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참고하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전월 팔린 책의 수치를 토대로 합니다. 자체 데이터만으로 50위가 넘는 순위를 매길 수 있다는 것은 이 서점의 도서 판매량이 꽤 높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매월 베스트셀러를 꼼꼼히 체크해서 진열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상업 서점이지만, 과연 판매가 될까 싶은 독립출판물도 많이 보입니다. 특히 한쪽에 마련해 놓은 챕북(chapbook) 코너가 그렇습니다. 챕북은 짧은 이야기나 시를 담은 가벼운 책으로, 보통 8~24쪽의 얇은 책자 형태에 가격은 5달러 내외로 저렴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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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아 매직은 운이 좋은 서점입니다. 35년 동안 지역 사회를 책임지던 서점이 없어지면서 대체할 곳이 절실했고, 마침 그곳에서 일했던 작가가 남편과 멋진 서점을 만들어 기존 고객을 흡수했습니다. 특히 2010년 1,651개였던 미 전역의 독립서점이 2016년에는 2,300개 이상으로 늘어나, 미국 독립서점의 재 부흥기라고 불릴 정도였던 2017년의 흐름을 보면 타이밍도 무척
좋았습니다. 이 부부는 중간에 헤어지지 않고 서점을 끝까지 잘 지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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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있다. 서점에서 10퍼센트 이상 할인해서 팔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해서, 작은 서점과 출판사의 생존을 돕겠다는 의도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떨까? 좋아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규제가 좋다고 생각한다. 관건은, 정가를 온전히 다 내고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게 핵심일 것이다. 나는 책의 가치를 훨씬 더 높게 생각하고, 지금 책 가격은 저렴해 보이기까지 한다. 따라서 찬성이다. 얼마 전, ‘황금나침반(Golden Compass)’을 지은 영국의 소설가 필립 풀먼Philip Pullman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할인된 가격에 책을 사 버릇해서 그런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다. 물론 종이, 인쇄, 제본을 포함해 책 한 권을 만드는 비용은 몇 달러밖에 안 되는데, 30달러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는 게 말이 안 되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책은 단순히 종이와 활자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누군가가 노력해서 글을 쓰고 편집하는 비용을 꼭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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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술을 빼면 설명이 안 되는 공간입니다. 우선 서점에 바가 있다는 것부터가 남다릅니다. 술 가격도 저렴해, 버드와이저가 4달러, 그 외 맥주는 5달러, 레드와인 6달러, 화이트 와인이 7달러입니다. 바 뒤쪽 선반에 각종 술병과 잔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해피아워(오후 6~8시)에 맞춰 가면 술을 더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도 있습니다. (...) 저녁에 벌어지는 이벤트 또한 독보적입니다. 출간 기념회와 낭독회는 물론, 디제잉 파티와 동네 체스 대회, 가라오케의 밤, 공짜 헤어컷 같은 이벤트도 열립니다. 주인 맘에 내키거나 커뮤니티에서 원하는 이벤트면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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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곳은 직원들이 책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스트랜드에서 직원으로 일하려면 책과 관련된 퀴즈를 맞혀야 합니다. 200명에 달하는 직원은 모두 퀴즈 관문을 통과한 검증된 사람들입니다. 공간 군데군데 붙은 ‘우리에게 물어보라(ASK US)’는 표지에서 이러한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이 직원들은 ‘북러버들의 활기찬 서점’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만듭니다. 다른 서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책이나 저자의 사진이 올라오는 반면, 스트랜드의 계정에는 직원들이 등장합니다. 힙스터 직원이 책을 들고 춤추는 영상, 바닥에 누워 웃는 직원의 사진, 할로윈 데이를 맞아 제이슨(영화 [13일의 금요일]에 나오는 연쇄 살인마)으로 분장한 직원이 한 손에는 책을, 한 손에는 칼을 들고 휘두르는 영상도 올라옵니다. 고루하게 느낄 수 있는 책과 서점을 쿨한 이미지로 풀어내려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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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북스의 매장에는 소설, 인문, 사회과학, 에세이, 경제경영 등 전통적 분류 외에 독특한 카테고리가 보입니다. ‘독자 평점 4.8 이상인 책’, ‘사전 예약이 많이 된 책’, ‘뉴욕에서 제일 많이 팔린 소설’, ‘굿리즈(Goodread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고전’, ‘아마존의 위시리스트에 가장 많이 담긴 책’, ‘킨들 독자들이 3일 만에 읽은 흡인력 있는 책’ 등입니다. 온라인 회원의 구매 히스토리와 평점, 리뷰, 판매량 등의 데이터를 가지고 얼마나 기발하고 재미있는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서 큐레이션의 변주가 무궁무진합니다. 아마존 북스는 온라인 서점의 판매 추이를 분석해 신간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특정 책을 읽은 독자들의 공통 구매 목록과 이들이 선호하는 저자 혹은 장르를 고려해,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보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자서전 옆에 ‘타이탄의 도구들(Tools of Titans)’과 ‘보이지 않는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 ‘슈독(Shoe Dog)’이 함께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 바로 옆에 비슷한 장르와 스타일의 도서가 진열되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신간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습니다.
--- p. 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