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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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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1쪽 | 410g | 140*215*20mm
ISBN13 9791188635108
ISBN10 118863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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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_ 만약 그때 그 약이 없었더라면

01 의약품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원숭이와 곤충도 약을 사용한다고?
참혹한 ‘쓰레기 약’의 시대
불로불사의 약 ‘금단’이 당나라를 멸망시킨 주범이다?
불멸의 작곡가 슈베르트는 매독 치료에 사용한 수은 중독으로 죽었다는데
통계학 발전이 의약품 효능 판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이유

02 세계사의 흐름을 결정지은 위대한 약, 비타민C

대항해 시대에 바다 사나이들이 풍랑이나 해적보다 두려워한 것은?
괴혈병 예방법이 수백 년 동안 대중에 퍼져 나가지 못한 이유
괴혈병이 만든 비극을 영원히 종식시킨 영웅, 제임스 린드
비타민C가 좀 더 일찍 발견되었다면 대영제국은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에게 ‘기독교 성배’처럼 여겨졌던 비타민C 발견 이야기
위대한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인생 말년에 비타민C 연구에 빠져든 이유

03 인류 절반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 말라리아 특효약, 퀴닌

중국 최고의 명군 강희제의 목숨을 구한 약, 퀴닌
말라리아, 절대권력자 투탕카멘 왕과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쓰러뜨리다
훈족의 위협으로부터 서로마 제국을 구한 일등공신, 말라리아
퀴닌이 ‘예수회 가루’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까닭
천재 소년 화학자 윌리엄 퍼킨과 퀴닌 인공 합성에 얽힌 이야기
태평양 전쟁의 판도를 바꿔놓은 말라리아
21세기, 새롭게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 말라리아

04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지닌 약, 모르핀

스위스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양귀비 재배 흔적이 발굴되었다는데
미국 남북전쟁 동안 아편중독자가 급증한 이유
인체 복잡 시스템을 파괴하는 힘을 지닌 원자 40개 덩어리, 모르핀
중국인들이 아편의 약효와 함께 독성과 해악도 알았더라면
청나라와의 천문학적 무역 적자를 벌충하기 위해 아편을 이용한 영국 정부
헤로인이라는 ‘악마’의 탄생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지닌 약, 모르핀

05 통증과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은 약, 마취제

의학 진보를 가로막은 결정적 장애물, 통증
전신마취 수술을 가능케 한 하나오카 세슈의 쓰센산 처방
‘역사상 최초 마취 기술 개발자’라는 타이틀은 누구에게?
빅토리아 여왕의 무통 분만 성공을 도운 마취약, 클로로폼
마취제를 둘러싼 역사상 최대 미스터리, 마이클 잭슨의 죽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마취의 수수께끼

06 병원을 위생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 소독약

인류 역사를 은밀히 뒤바꾼 작은 원인, 산욕열
임산부 사망률을 낮춘 ‘제멜바이스 손 씻기 방법’
19세기 의학계가 ‘제멜바이스 가설’을 배척한 이유
영국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 소독의 대명사 되다

07 저주받은 성병 매독을 물리쳐준 구세주, 살바르산

16세기 한때 파리 시민 3분의 1이 매독 환자였다는데?
천하의 영웅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공포에 떨게 한 질병, 매독
매독 환자를 말라리아에 걸리게 하여 매독을 치료한다고?
‘황당한’ 실수가 빚어낸 ‘위대한’ 발견
매독 환자의 구세주, 살바르산의 탄생

08 세균 감염병에 맞서는 효과적인 무기, 설파제

1,0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을 불러온 두 발의 총성
전쟁에서 100만 대군보다 무서운 감염병
갖가지 병원균의 온상, 불량한 참호
세균 감염병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 설파제의 탄생
1941년 미국에서만 50만 명의 생명을 구한 기적의 약, 설파제
나치 정권 패망이 설파제 때문이었다고?
설파제는 페니실린의 페이스메이커?

09 세계사를 바꾼 평범하지만 위대한 약, 페니실린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 페니실린의 탄생
알렉산더 플레밍의 콧물에서 탄생한 깜짝 발견
1928년 9월 어느 날, 플레밍의 연구실에 푸른곰팡이 포자가 날아들지 않았더라면?
신이 플레밍을 통해 인류에게 내려준 은총, 페니실린
페니실린이 실용화하기 어려운 이유
페니실린, 세계사를 다시 쓰다
페니실린이 목숨을 구한 세계 최초의 인물은 누구?
플레밍이 처칠의 목숨을 두 번 구했다고?
만화 주인공 닥터 진과 페니실린
항생물질을 투입해도 죽지 않는 세균, ‘내성균’의 등장

10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약, 아스피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 아스피린
아스피린이 버드나무에서 태어났다고?
“견디기 힘든 고통을 달래주는 건 아스피린밖에 없다”
바이엘 vs. 바이엘
70년 만에 밝혀진 아스피린의 수수께끼
아스피린이 알츠하이머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11 악마가 놓은 닻에서 인류를 구한 항 HIV 약, 에이즈 치료제

에이즈 치료제 개발자가 노벨상을 못 받은 이유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기이한 질병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필리핀 출신 에이즈 환자
병원성 바이러스를 둘러싼 끝없는 암투
에이즈는 악마가 인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설치한 덫이라고?
에이즈 치료제를 최초로 개발한 일본인 의사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저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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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BC 4000년경부터 3000년경 기간 동안 점토판에 550종이나 되는 의약품 목록을 빼곡히 기록해 놓았다. 그 의약품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누구나 자기 눈을 의심하게 될 정도다. 소똥과 말똥, 썩은 고기와 기름, 불에 태운 양털, 돼지의 귀지 등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약은커녕 쓰레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온갖 물질들이 버젓이 기록되어 있다.
왜 그런 ‘쓰레기 약’ 목록이 기록으로 남았을까? 이는 당대를 산 사람들의 생각, 즉 신념 및 종교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들은 질병이란 악마가 몸속에 침투하여 만들어내는 나쁜 현상이라고 믿었다. 그러므로 몸속 악마를 쫓아내려면 악취를 풍기는 동물의 똥이나 오줌, 썩은 고기, 심지어 돼지의 귀지 같은 악마가 싫어하는 더러운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 점에서는 고도의 문명을 이룩했던 고대 이집트도 예외는 아니다. 고대 이집트에도 온갖 종류의 ‘쓰레기 약’이 존재했다. 실제로 동물의 피나 똥, 빵이나 나무에 핀 곰팡이 등 듣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 이상한 물질을 환자의 몸속에 투여했다는 기록이 공식문헌에 남아 있다.
악마를 쫓아낸다는 퇴마 약품은 외과수술에도 적극적으로 이용되었다. 그 증거가 고대 이집트와 잉카 유적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유적지에서 두개골에 구멍이 뚫려 있는 미라가 여러 구 발굴되었다. 고고학자들은 그 구멍이 머리로 들어온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외과수술로 구멍을 뚫은 흔적이라고 추정한다. 구멍 주위 뼈에 상처가 아문 흔적이 남아 있는 사실로 미루어 한동안 머리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p.24~25

쿡 선장은 선원들의 심리를 활용한 특별 방법을 썼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간부용 식단에만 사우어크라우트를 메뉴로 올렸다. 그러고는 사우어크라우트를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그의 예상대로 ‘우리에게도 사우어크라우트를 달라’는 거센 항의가 선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쿡 선장은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악하고 교묘히 조종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위의 일화 역시 그런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그는 선원들의 심리를 정확히 간파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여 단 한 명의 괴혈병 사망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기나긴 항해를 마쳤다. 그 결과 그는 하와이 제도를 발견했고, 뉴질랜드를 측량했으며, 유럽최초로 남극권에 진입하는 등 눈부신 업적을 세웠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바스쿠 다 가마와 마젤란 일행이 쿡 선장처럼 괴혈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세계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마도 그들은 인명 손실 없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더 많은 신천지를 발견했을지 모른다. 그들의 고국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향신료 무역에서 막대한 부를 얻어 세계를 제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대영제국’이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조차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p.48~49

그러나 바티칸은 본래 늪지대, 모기가 발생하기 딱 좋은 서식 조건을 갖추고 있다. 늪지대 위에 세워진 성당에 먹잇감이 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글거리고 있는 셈이니, 모기들에게는 잘 차려진 잔칫상이나 다름없었다. 콘클라베라는 행사 자체가 말라리아가 창궐하기 안성맞춤인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말라리아에 희생된 비극의 주인공 중 하나로 1048년에 선출된 교황 다마소 2세가 있다. 그는 교황으로 선출된 후 불과 23일 만에 말라리아로 선종했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1590년 우르바누스 7세는 교황에 선출된 지 2주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떴다. 이로써 그는 역대 최단 교황 재위 기록을 달성했다. 최대 비극은 1623년 콘클라베에서 발생했다. 선거를 위해 모인 추기경 중 10명이 말라리아에 걸렸고, 그중 8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보르게세 추기경도 중태에 빠져 입후보를 단념하며 사람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최종적으로 선출된 우르바누스 8세도 말라리아에 걸리기는 했지만, 어찌어찌 살아남아 재선거 위기를 모면했다. 아마도 다른 추기경들은 그 덕분에 말라리아를 피해갈 수 있게 되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았을까? 말라리아의 ‘바티칸 사랑’은 애틋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노켄티우스 3세, 알렉산데르 6세, 율리우스 2세, 레오 10세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교황들이 모두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이 밖에도 몇 명 더 있지만, 그들의 경우 암살설도 분분하다).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는 10세기 이후의 교황 약 130명 중 말라리아 또는 열병이 사인으로 추정되는 교황은 22명이 넘는다고 한다. ‘신의 대리자’도 말라리아의 위협만은 비껴가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p.72~73

그 요시쓰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다며 깊은 우정을 과시했던 인물이 바로 이시다 미쓰나리였다. 어느 차 모임에서 무장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요시쓰구의 얼굴에 생긴 종기에서 고름이 찻잔으로 방울방울 떨어졌다. 찻잔 하나로 돌려 마시며 친교를 다지는 차 모임에서 고름이 들어간 차를 마시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자 미쓰나리가 나서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찻잔을 비웠다고 한다. 두 사람의 깊은 우정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세키가하라 전투가 벌어졌을 때 요시쓰구는 병세가 악화하였지만, 절친한 벗 미쓰나리의 권유로 아픈 몸을 이끌고 참전했다. 요시쓰구는 서군의 중심으로 분투했으나 고바야카와 히데아키의 배신으로 패배한 뒤 자결한다. 오타니 요시쓰구의 죽음에 그가 속한 진영 전체가 술렁거렸고, 서군은 총공세를 당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편 동군을 총지휘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매독이 두려워 윤락 여성들 근처에도 가지 않는 등 평소에도 지나칠 정도로 몸을 사렸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천하 통일의 판도가 매독이라는 병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p.155

1922년 플레밍은 이 편리한 물질을 뜻밖의 곳에서 찾아냈다. 바로 자신의 콧물에서였다. 그는 뿌옇게 흐려질 정도로 세균이 대량 번식한 배양액에 자신의 콧물 한 방울을 희석해 떨어뜨렸다. 그러자 세균이 사멸하고, 불과 몇 분 만에 배양액이 투명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도대체 플레밍은 이 기묘한 현상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플레밍이 우연히 재채기했을 때 세균을 배양하던 샬레에 콧물이 튀었다. 다음 날 샬레를 살펴보니, ‘콧물 주위만 세균이 증식하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이 발견이 정말로 그렇듯 극적이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심지어 후세의 전기작가가 창작한 이야기라는 설까지 있을 정도다. 어쨌든 플레밍은 이 살균 성분이 눈물과 침, 혈청 등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그 성분을 효소라고 추정했으며, 이 살균 성분을 ‘분해 효소’라는 의미를 담아 ‘리조팀(Lysoteam)’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리조팀은 플레밍의 기대와 달리 질병 치료제로 활용할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리조팀은 특별한 해가 없는 몇몇 세균만 죽일 뿐 병원성이 높은 티푸스균, 연쇄구균, 폐렴구균 등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인체가 강력한 항균제를 갖추고 있다면 감염증에 걸릴 사람은 없을 테니까. 플레밍은 학회에서도 리조팀 발견을 보고했지만, 콧물이 무해한 세균을 죽인다는 이야기에 학자들은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다. 그러나 리조팀 발견은 이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항균작용을 하는 물질의 존재를 플레밍이 깨달았을 뿐 아니라 그 물질이 존재하면 세균은 어떠한 상태가 될지를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원래 플레밍은 “나는 세균을 가지고 논다”라고 말할 정도로 세균 배양 등의 실험조작을 사랑했으며 관찰에 희열을 느끼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뇌리에 ‘항균작용’이라는 현상이 또렷하게 새겨진 것이었다. ---p.189~190

페니실린은 세계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약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일화가 전해진다. 그중 재미있는 일화를 몇 가지 소개할까 한다. 페니실린이 목숨을 구한 세계 최초의 인물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고마키·나가쿠테 전투(일본 전국시대 후반인 1584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진영과 오다 노부카쓰, 도쿠가와 이에야스 진영이 맞붙었던 전투?옮긴이)에서 다쳤고, 상처 부위에 황색 포도상구균으로 추정되는 균이 들어가 등에 큼직한 종기가 생겼다. 이에야스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해 갔다. 한데, 주군의 용태를 걱정스레 지켜보던 이에야스의 가신 중 하나가 오사카에 있는 가사모리이나리 신사로 가서 ‘종기에 효험이 있다’는 환약 한 알을 받아 돌아왔다. 가사모리이나리 신사는 당시 ‘종기의 신’을 모신 신사로 매독을 비롯한 온갖 질환으로 종기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신의 영험을 믿고 찾아가던 곳이었다. 신사에서 받아온 푸른곰팡이가 슨 그 환약을 등에 바르자, 종기에서 고름이 터져 나왔고 부기가 빠지며 치료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푸른곰팡이에 들어 있던 페니실린 덕분에 이에야스가 치료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론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환약을 약간 바르는 정도로 푸른곰팡이가 이에야스의 몸속에 번식한 세균을 박멸시킬 정도의 페니실린을 만들어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이에야스의 페니실린 전설은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p.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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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약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다양한 기록과 연구 자료, 정황들을 근거로 추정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언제, 어떻게 약이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분명한 것은, 약의 발견과 활용이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인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렇게 말하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에 약이 존재했다면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들도 약을 사용했다는 건가?’ 그렇다. 이 책의 저자는 약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약을 ‘발견’하고 ‘활용’한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들의 사례를 들어보자. 남미에 서식하는 꼬리 감는 원숭이(카푸친 원숭이)가 대표적이다. 이 원숭이들은 노래기를 발견하면 잽싸게 잡아서 자기 몸 여기저기에 문지른다. 노래기가 방출하는 화학물질 벤조퀴논(Benzoquinone)을 몸에 바르면 뱀이나 해충 등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을 ‘발견’하고 ‘활용’할 줄 아는 똑똑이는 곤충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불나방 유충이 그런 똑똑이 중 하나다. 녀석은 어떻게 약을 ‘발견’하고 ‘활용’할까? 가생파리라는 곤충은 애벌레에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은 애벌레 몸속에서 성장한다. 이윽고 애벌레가 번데기가 될 무렵, 기생파리 유충은 숙주의 외피를 아귀아귀 뜯어먹고 바깥세계로 나온다. 이처럼 녀석은 〈에일리언〉 같은 SF 영화나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무시무시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기생 당하는 쪽, 즉 숙주인 불나방 유충도 기생파리 유충에게 아무 대책 없이 무기력하게 잡아먹히지는 않는다. 불나방 유충은 기생파리가 제 몸에 알을 낳으면,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나도독미나리속의 독당근(Conium) 같은 독성식물을 찾아 먹는다. 이렇게 독성식물을 뜯어 먹은 불나방 유충은 독초를 먹지 않은 녀석들보다 생존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즉, 불나방 유충은 제 몸속에 둥지를 튼 기생충을 퇴치하기 위해 ‘약초’를 이용하는 셈이다. 야생동물이 본능적으로 자연계에서 약을 찾아 이용하는 사례는 이 밖에도 무수히 많다. 초기 인류는 원인(原人)이나 원인(猿人, Australopithecine)이라 불리던 시대부터 이른바 ‘약’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참혹한 ‘쓰레기 약’의 시대

“인류는 독과 약을 기록하기 위해 문자와 점토, 종이 등의 기록 수단을 발명한 것처럼 보인다.” 『독과 약의 세계사』의 저자이자 일본 약과대학 교수인 후나야마 신지의 말이다. 실제로 초기 문명인들은 파피루스, 점토판 등의 필기구에 다양한 약이나 독약 등에 관한 특징과 사용법 등을 문자로 남겼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무엇을 먹으면 병에 걸리는지, 또 무슨 약을 먹으면 병이 낫는지에 관한 정보는 어쩌면 왕의 이름이나 전쟁의 승패를 기록하는 일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초기 인류는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들을 약으로 사용했을까? 놀랍게도, ‘도대체 누가 이런 걸 약으로 사용할 엄두를 냈을까’ 싶은 황당한 사례로 넘쳐난다. 예를 들어,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BC 4000년경부터 3000년경 기간 동안 점토판에 550종이나 되는 의약품 목록을 기록해놓았는데 소똥과 말똥, 썩은 고기와 기름, 불에 태운 양털, 돼지 귀지 같은 것들이다. 오늘날 상식으로는 약은커녕 쓰레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물질들이다.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고대 이집트도 예외는 아니어서 동물 피나 똥, 빵이나 나무에 핀 곰팡이 등 이상한 물질을 환자의 몸속에 투여했다는 기록이 공식 문헌에 남아 있다.
그렇다면 메소포타미아인들과 고대 이집트인들은 왜 ‘쓰레기 약’을 사용하고 기록으로 남기기까지 했을까? 이는 당대를 산 사람들의 신념 및 종교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들은 질병이라는 악마가 몸속에 침투하여 만들어내는 나쁜 현상이라고 믿었다. 그러므로 몸속 악마를 쫓아내려면 악취를 풍기는 동물 똥이나 오줌, 썩은 고기, 심지어 돼지 귀지 같은 악마가 싫어하는 더러운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쓰레기 약’이라는 악습이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의학의 성인’ 히포크라테스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질병이 악마의 소행이 아닌 자연현상의 하나임을 깨달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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