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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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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68g | 138*196*19mm
ISBN13 9788954438605
ISBN10 8954438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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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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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몇 살이지?”
미요코는 여전히 오른손으로 난간을 잡은 채 몸을 뒤로 뻗친 상태였다.
“열여섯 살이지? 나는 쉰여섯이야. 너보다 40년은 더 살았지.” 1미터 정도 거리를 좁혔다.
“그래도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수두룩해. 60세 정년 때까지 일하다가 퇴직하면 아내와 온천 여행이나 다니고 싶어. 우리 집에는 아이가 없거든. 아내나 나나 해외여행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어서 하와이든 어디든 가봤으면 하는 바람이야.”
고구레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틀렸지. 의사한테 말기 암 선고를 받았거든.”
“네?”외마디 소리를 지른 이가 미요코였는지 레이코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 p.30

“아들인 히데키를 자신의 손으로 처벌하기 위해서죠. 아즈마와 오바처럼 말입니다.”
머릿속에서 엄청난 파리 떼가 소용돌이치며 날아다니는 듯했다. 외부의 소리는 모조리 사라지고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소음만 남았다. 광기, 그것은 어느 곳도 아닌 바로 레이코 안에 존재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구라타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제 생각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이곳을 수차례 오가면서 차츰 정리된 내용이죠. 경위님은 이 동네를 그렇게 찾아오면서 단 한 번도 히데키를 면회하지 않으셨습니다. 면회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담장 밖에서 거닐기만 하셨습니다. 아드님과 한 번이라도 만났다가는 그만 용서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나요? 자칫 히데키에게 갱생할 기미가 엿보이기라도 하면 본인 손으로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무너질까 봐 두려웠던 것 아닌가요?” --- p.77

“내가 여기 올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열차가 지나가고 빛이 멀어지자 여자의 표정은 다시 사라졌다. 하지만 내 망막에는 선명하게 남았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예언자 같은 눈빛. 짙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 그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 말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힘. 지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다.
“저라면 그랬을 것 같아서요.”
내가 잠자코 있자 그녀는 난간으로 다가갔다. 추락 방지용 철조망을 양손으로 잡고 철컹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흔든다. 손뿐 아니라 온몸의 힘을 실어 흔든다.
“만약 제가 범인이었다면 이런 밤에는 현장을 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목이 바싹바싹 탄다. 숨을 쉬기만 해도 기도가 막히는 느낌이다. 쪼그라들 것 같다.
제발, 누가 좀 살려줘! --- p.131

미쓰요의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이가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었어요.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났어요. 코를 찌르는 화약 냄새 같은 거예요. 그이는 제가 냄새를 맡았다는 걸 눈치챈 얼굴이었어요.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더니 옷을 입은 채로 소매도 걷지 않고 철퍽거리며 손을 씻기 시작했어요. 씻으면서 손에서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고 아직도 냄새가 남아 있다며 아무리 해도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며…… 그러더니 철수세미를 가져와서 손을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손을 문지르고 또 문질렀어요. 피가 나는데도 오른손을 계속 문질러서…… 자기야, 제발 그만둬 하며 제가 매달려 말렸는데도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며 울었어요. 그래서 저도 알게 되었죠. 그이가 무슨 일을 하고 돌아왔는지.”
레이코가 손수건을 내밀자 미쓰요는 고개를 젓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 p.235

“괴롭힘을 당했군요.”
이번에는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탁자 위에 눈물이 떨어졌다. 떨어진 눈물은 별 모양으로 번졌다.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나요?” 다케다의 표정이 괴로움으로 일그러졌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게 옳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그래서 선불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일을 꾸민 거고요.”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고 레이코를 노려보았다.
처음으로 보는 다케다 유키의 강렬한 표정이었다.
“제가 스기모토를 죽인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후회도 하지 않고요.”
--- p.27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원조 교제를 하는 여고생을 취조하면서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는 레이코 특유의 화술이 돋보이는 「오른손으로는 주먹을 날리지 말 것」, 초능력자로 소문난 피해자를 죽인 범인을 뒤쫓는 다소 심령소설 같은 여운을 남기는 「왼쪽만 보았을 경우」, 두 전과자의 수상한 죽음 뒤에서 레이코가 한 전직 형사의 존재를 알아채는 「지나친 정의감」, 동거남이 죽자 신고 후 바로 모습을 감춘 호스티스와 그 진상을 파헤친 「나쁜 열매」, 레이코의 옛 동료 형사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사람과의 만남이 있는 「도쿄」, 범죄 가해자도 곁에 있는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으로 얼마든지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편지」, 법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정의에 개인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다룬 「시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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