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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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54g | 135*210*20mm |
ISBN13 | 9788993690569 |
ISBN10 | 8993690561 |
발행일 | 2018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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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54g | 135*210*20mm |
ISBN13 | 9788993690569 |
ISBN10 | 8993690561 |
저자 서문: 깨어난다는 것 제1장 ‘인류세’라는 균열 지구 역사의 균열 │ 자연의 의지 │ 지구 시스템 과학 │ 그릇된 과학적 해석 │ 에코모더니즘의 허울 │ 이름을 둘러싼 논란 제2장 새로운 인간중심주의 모든 것을 의심할 것 │ 인간중심주의의 귀환 │ 인류세의 이율배반 │ 새로운 인간중심주의 │ 세계를 만드는 존재 │ 신인간중심주의 vs 에코모더니즘 │ 기술을 찬양하며 제3장 친구와 적 다시 부활하는 거대서사 │ 포스트휴머니즘 이후 │ 자연의 이상현상 │ 잘못된 존재론적 전회 │ 우주론적 감각 되살리기? 제4장 행성의 역사 인간의 중요성 │ 역사에는 의미가 있을까? │ 계몽적 우화 │ “정치는 운명이다” 제5장 인간의 흥망성쇠 자유는 자연에 엮여 있다 │ 책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유토피아 없이 살아가기 주 │ 찾아보기 |
2018년은 전 지구적인 폭염, 반구를 가리지 않는 홍수, 슈퍼 태풍과 허리케인, 가뭄과 사막화, 이어지는 기후난민들로 얼룩졌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411ppm을 넘어섰고, IPCC는 지구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금 가난한 나라들은 기상재난에 방어할 힘도 없이 발가벗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에도 허리케인은 있어왔다면서 급격하게 강해지는 기상재난에 눈을 감는다. 돈이 있으면 이런 기후변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강대국의로의 책임은 상관없다는 거다. 이런 이기적인 부분들을 작가는 우리에게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블랙스완적 기상현상, 글로벌 위어딩, 기후이탈등의 새로운 용어들은 지구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대변해준다. 클라이브해밀턴은 책 '인류세'에서 이런 모든 것들의 함의를 이야기한다. 인간의 힘이 강력해진것과 자연의 힘이 강력해진것과의 균형이 왜 중요한지도 말해준다. 그는 뜨거워진 지구를 떠나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새로운 세계로 이주하거나, 자연공학적 방법을 이용해 기후변화를 막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행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책임을 말이다.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에게 감사함을 드린다.
우선 제목부터 설명해보자. 인류세란 인류에게 부과된 세금(稅)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인류로 인해 시작된 새로운 지질학적 시기(世)를 말한다. 학창시절 생물학에서 ‘종-속-과-목-강-문-계’라는 이름으로 생물들을 분류하는 기준을 외웠듯이, 지질학에서도 그 규모에 따라 ‘절-세-기-대-누대’의 순서로 지질학적 시대를 구분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세(世, Epoch)'는 절보다는 조금 더 큰 지질학적 변화를 가리킨다.
현재 우리는 홀로세(Holocene), 혹은 현세(Recent)를 살고 있는데, 저자를 비롯한 한 무리의 학자들은 우리가 이미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인 ‘인류세’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책의 상당 부분은 이 ‘인류세’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고 있다. 그 이유는 제법 학식이 있는 학자들 가운데서도 이 용어의 정의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그런 ‘잘못된 인식’들과의 대조를 통해 좀 더 정확한 정의를 내린다.
언뜻 최근 많이 언급되는 기상이변이나, 자연파괴 같은 용어들이 떠오르지만, 인류세란 단지 인간이 지구의 자연환경에 미친 큰 영향력 정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산업혁명 즈음의 급격한 화석연료 사용증가로 초래되었고, 지구 시스템 전반에 걸친 지대한 충격과 이로 인한 급격한 변화(책에는 ‘균열’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를 가리키는 말이다.(‘인류’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서구중심적이라고 바꾸려는 사람도 있고, 그냥 인간의 등장 자체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보는 관점이나 아예 인간 자체에 별다른 중요성을 두지 않는 학파들―이쪽은 ‘운동’이라고 불러야겠지만―도 있다. 누가 뭐 하나 주장하면 거기에서 틈을 찾아 자기 생각을 끼워 넣으려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듯)
책의 나머지 부분은 이 새로운 시대의 도래가 어떤 인문학적, 세계관적 함의를 지니는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된다. 이 관점은 인류가 지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 나아가 중심임을 주장함으로써, 인간의 행위성을 축소하려는 신유물론자 등의 주장의 반대편에 선다. 또, 인류세라는 거대한 이야기 안에 국지적인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포함된다는 면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파편성을 되돌린다. 물론 이 개념은 인간이 지구를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사실 이 부분은 약간 지루하게 이어지는데다가, 앞서 나왔던 내용들도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다. 학계에 새로운 개념 하나를 도입하는 것이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내용과는 좀 다른 방향이었던지라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책을 읽기 전 내 기대는, 인류세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나타났는지를 묘사하면서, 그 전망을 예측하는 식의 구성이었다)
인류의 발자국이 지구의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 굉장히 무겁게 다가온다. 핵융합으로 인공태양을 만들고, 인공강우 실험까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은 과연 발전하고 있는 걸까. 심지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인류에게 지구 차원의 변화를 일으킬 힘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고(지구가 스스로 회복할 것이라는 식의 베리에이션도 꽤나 인기를 끄는 듯하다), 변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까지 하고 있으니...
여러모로 우리는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문제가 이렇게 (전 지구적으로) 커지면 그 대처방식도 달라져야 할 텐데, 이게 쉽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성서의 진단(롬 8:22)이 문득 떠오른다. 온갖 이해관계가 뒤섞인 상황에서 인류는 과연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