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6월 03일 |
---|---|
이용안내 ? |
|
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4.14MB ? |
ISBN13 | 9788954656078 |
KC인증 |
발행일 | 2019년 06월 03일 |
---|---|
이용안내 ? |
|
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4.14MB ? |
ISBN13 | 9788954656078 |
KC인증 |
추방과 멀미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오직 현재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노바디의 여행 여행으로 돌아가다 작가의 말 |
책에 대한 기억은 책에 대한 내용만으로도 좋을수가 있지만
책이 나왔을때 이 책을 사고싶다, 사야지 하며 두근거리던 마음으로
기다렸다가 책을 딱 샀을때 풍만하게 차오르는 만족감을 주는 책도 있다.
이 책이 내겐 그런 책이었다.
한푼이라도 싸게 사고싶어 쿠폰기간을 기다리던 기간이 좀 길었나? ㅋㅋㅋㅋ
여튼 한번 읽고 두번은 안읽었지만 이책이 올해의 책 랭킹에
올라있는걸 볼때마다 나도 이 책 있지 하고 혼자 기분 좋아한다
작가님의 경험이 녹아있는 내용이라
아무래도 여행보다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았던것 같다
그래도 왠지 제목 때문인지 집에서는 볼 기분이 안나고
꼭 밖에 나가서야 펼쳐보았던 책이었다.
리뷰를 한번 썼었는데 이벵에 참가하느라 한번 더 쓴다
암환자로 집에만 있다 보니 새삼 자유롭게 여행하던 때가 그리워지네요.
코로나가 퍼진 이후 집에 머물러 있는 것에는 꽤 익숙해 졌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로서 머물게 되는, 머물러야만 하는 집은 또 다른 장소로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갈망합니다. 저 역시도 그렇구요.
그래서 여행에 대한 산문을 찾아보다 『알쓸신잡』 에도 출연하셨던 김영하님의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전제되어 있죠.
만약 제가 중동 유목민 부족의 일원이었다면, 여행이 곧 일상이었을 겁니다.
여행은 참 고되고 위험하며 돈도 많이 듭니다.
계획이 틀어지고 뜻대로 잘 진행이 안 될 떄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을 안고 여행을 떠납니다.
일단 떠나면 일상에서 벗어나지요. 현실도피라도 좋습니다.
일상에서는 벌어지지도 않을 온갖 고민을 하며 "현재를 사는 게"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가면 현재를 살게 됩니다.
일단 현지에서는, 특히나 해외에서는 당장 먹고 자고 싸는 일이 최우선이죠.
잘 모르는 지역에서 잘 모르는 사람과 부대끼며 잘 모르는 언어와 문화를 온 몸으로 겪고 대응해야 합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인생이란?"
"직장 계속 다녀야 하나, 당장 그만 두면 뭐 할 건데, 처자식은. 아, 괴롭다."
이 순간 만큼은 이런 고민들 잠시 안 하게 됩니다.
당장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해결해야 하니까요!! 일단 살아야죠.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저 역시 집과 일터에서 대부분의 일상을 보냈습니다.
집과 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들이 모여 다투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막말하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울고, 속상해 했습니다. 시간만 달라졌을 뿐이지 사실 그 일들은 같은 공간에 둥둥 떠다닙니다. 다행히 기능이 딸리는 뇌의 도움으로 생생하던 일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죠.
이렇게 온갖 상처를 잔뜩 베어 문 공간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면요.
그래서, 여행을 가서 사업을 구상하고 집필을 하신다는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자는 일상을 살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정제된 환상을 경험하고 있다.
여행은 정제된 환상이다. 무릎을 탁 치는 표현입니다.
여행은 판타지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머물고 싶은 곳에만 머물죠.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현지인들의 일상은 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떠나면 그만이기 떄문이죠.
해외에서 주재원 생활을 5년 정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주재원 신분으로 해외에서 사는 것도 큰 틀에서의 여행입니다.
부임 초반의 몽환적인 삶도 곧 현실과 일상이 되지만,
집도 주고, 차도 주고, 먹을 걱정 없이 살게 해주는 조직 덕분에 같이 일하는 현지 외국인 동료가 살아내는 일상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결정적으로 여행의 본질 즉, 일정 시간이 다 차면 반드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니까요.
돌이켜보면 주재국에서 어느 정도 정제된 환상을 경험하고 살았네요.
여행자가 보내는 신뢰는 환대와 쌍을 이루고 있다.
신뢰를 보내는 여행자에게 인류는 환대로 응답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책 속에는, 저자가 현지인에게 신뢰를 주었을 때 겪었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의 경우,
경계심이 많은 성격 탓에 여행중 불쑥 만나게 되는 현지인들에게 조건 없는 "신뢰" 를 보이기는 힘들었습니다.
"자전거나라" "렌트카" 등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다 보니,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남들은 흔한) 여행 에피스도가 제겐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유튜버 "빠니보틀" 같은, 성선설이 체화되어 있는 분들을 보면 경외감을 느낍니다.
다음 여행부터는 좀 더 마음을 열고 다가서고 좀 부대끼려고 합니다, 신뢰를 바탕으로요.
저도 신뢰와 환대의 선순환을 만들며 아름다운 지구인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아, 이 신뢰와 환대에 관한 글은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편에 있는데
개인적으로 해당 편에 있는 내용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뭉클하기도 했구요.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2,800년 전 호메로스는 여행자가 지녀야할 바람직한 태도를 오디세우스의 변화를 통해
암시했다. 그것은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인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여행의 소재로 끌어온 것도 좋았습니다.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가 사는 섬에 쳐들어가 개념 없이 "내가 누군데 말이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을 시전했다가 가까스로 죽음의 위기에서 탈출하죠. 겨우 살아났으나 또 한 번 그 허영과 오만함을 버리지 못 해 십 년에 걸친 고난을 겪게 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게도 참 부끄러운 기억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출장 차 지방사무소를 내려갈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무의식 중에 본사직원으로서의 우월감을 탑재한 채로요. 현장 소장님이 현지 직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도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전 그걸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서른 즈음이었고, 직급은 계장이었습니다. 사원과 대리 중간이죠, 거의 말단 사원.
나이 30 : "이립(而立),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
부끄럽네요. 도덕 아래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즈음 해외출장도 처음 가봤습니다. 아니 비행기를 처음 탔어요. 독일로 말이죠.
거기서도 비슷한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본사 직원인데 소소한 선물이라도 하나 안 주시나?" 하는 마음도 갖고 있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첫번째 직장에서,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인간관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그런데 지금은?
"나는, 오디세우스와 같이 10년 고난 속에 아직까지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큰 병까지 만나게 되어 몸의 고난도 함께 왔군요.
오랜 고난을 겪은 오디세우스는 신중해집니다.
자기를 낮추고 "Nobody" 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도시의 파괴자 오디세우스 왕임을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되길 바래봅니다.
여행은, 일상을 여행할 힘이 된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여행으로 인해서,
이전과 같은 사람도 달리 보이고,
이전과 같은 물건도 달리 대하게 되고,
이전과 같은 "나" 이지만, 다른 "나" 로 변화되어 있는 것.
그런 것들로 인해서 여행은, 일상을 여행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일상 회복도 빨리 되고,
암세포도 빨리 제 몸에서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