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9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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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82g | 150*210*30mm |
ISBN13 | 9791196076061 |
ISBN10 | 1196076065 |
발행일 | 2019년 09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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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82g | 150*210*30mm |
ISBN13 | 9791196076061 |
ISBN10 | 1196076065 |
각본집 Part. 1 감독의 말 Part. 2 각본 Part. 3 장면 Part. 4 대화: 봉준호 감독 인터뷰 (글 -이다혜 작가/씨네21 기자) 스토리보드북 Part. 1 감독의 말 Part. 2 스토리보드 Part. 3 기생충을 위한 스케치 (봉준호 감독의 그림들) |
영화 기생충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찬사가 쏟아져 나와 영화에 대해선 굳이 말을 더 보태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박소담이 스쳐가듯 부른 노래 한 소절마저 '제시카송'으로 명명, 화제가 되고 있는 지금 무엇을 더 보태겠나 싶다. 그냥 봉준호 감독이, 그의 영화가, 최고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있어서 기쁘고, 자랑스럽다. 오직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해도 마음이 벅차고, 바쁘다.
좋은 영화는 꼭 대본집을 구해보는지라 기생충의 대본집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대본을 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데, 스토리보드가 함께 나왔다. 그냥 스토리보드집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보드집은 이미 전설이다. '봉테일’로 불릴 만큼 치밀한 감독의 디테일이 그의 ‘스토리보드’에 모두 담겨있다는 이야기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기생충의 대본과 스토리보드, 둘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그의 팬이라면 이 기쁨의 크기를 짐작하겠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심장이 뛴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실감했었다.
감독은 대본집 서문에서 과거에 “제 영화는 제가 그린 스토리보드와 거의 다를 바가 없습니다”라고 뽐냈던 것이 ‘한심하기 그지없는 자랑’이었다고 말했지만 스토리보드를 펼치고 몇 페이지만 읽어보면 그것이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겸손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구도나 카메라 워킹, 동선은 물론 매 씬마다 무서울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연기와 연출 방향, 감독의 고민까지 섬세하게 담겨있어 대본과 스토리보드를 읽기만 해도 거의 완성된 영화를 본 것처럼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지고, 인물들이 살아 움직인다. 그 이미지 위에 배우들의 생생한 몸짓과 스태프들의 오랜 경험, 봉준호 감독의 연출이 더해져 한국영화사 100년을 다시 쓸 영화 ‘기생충’ 이 탄생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감독 자신은 자신의 대본과 스토리보드지를 ‘가장 외롭고 고독할 때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그 기록들을 보고 있노라면 장르를 바꿔가며 무서운 속도로 폭주하는 영화'기생충'의 가장 어둡고 깊은 지하에서, 마치 근세가 모스부호를 누르고 있듯, 묵묵히 대본을 쓰고,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봉준호 감독이 보이는 것 같다. 거장의 반열에 선, 화려한 수식이 따라다니는 세계적 감독에 앞서 한 편의 영화를,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하나의 세계를 성실히 만들고 있는 영화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이 이 두 권의 대본과 스토리보드에 오롯이 담겨있다. 이 두 권은 그냥 봉준호 감독, ‘봉테일’ 그 자체이다.
이 책들은 그의 영화를 몇 번이고 보고 싶었던 것처럼, 각기 다른 방법으로 몇 번을 읽고 싶은, 그래야 마음이 후련해질 것 같은 책이다. 책을 읽는 많은 방법 중 하나를 봉준호 감독이 알려주었다.
‘따라서 이제 와서 뒤늦게, 정반대의 자랑질을 해볼까 한다. 여기에 인쇄된 시나리오/스토리보드와 완성된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영화 속 장면들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차분히 비교해 보시라고. 그 달라진 작은 부분들이야말로, 어느 감독이 촬영 현장과 후반 작업의 긴 시간들 동안 나름의 촉수를 곤두세우며 끊임없이 고민을 계속해온 증거라고.’
감독의 말 중
탄탄한 대본과 수정과 삭제의 기록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스토리보드집은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살아있는 교재가 될 것 같다. 여담이지만 봉준호 감독은 그림도 꽤 잘 그린다. 졸라맨 스토리보드지를 그려봤던 감독이라면 알겠지만, 정말로 잘 그리신다.
봉준호 감독이 어디선가에서
"남들이 했던 것을 안 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어떤 커다란 포부와 바람보다 더 마음에 남는 말이었다.
그가 묵묵히 만들어 나갈 새로운 영화의 길 뒤에서 미리 박수를 보낸다.
<< 책을 빼서 읽고 다시 넣으려다 세트의 박스 안 쪽에서 이 문구를 발견하고,
마치 지하에 숨어있던 가족을 만난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모르지만 기생충의 극본집다웠다. >>
영화나 연극을 만들기 위해서 그 대본인 시나리오 희곡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스토리보드북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런 용어가 있다는 것도 기생충 각본집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할까? 기생충 스토리보드북을 보고 느낀 것을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스토리보드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 스토리보드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광고 따위를 만들 때, 이야기의 내용을 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판이라고 한다. 모든 장면을 그릴 수는 없겠지만 작품의 주요 장면을 앞으로 완성해야 할 영상에 가장 가깝게 그림이나 사진 따위로 정리한 장면 연출의 판이 스토리보드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해설이 있다고 하자.
"멀리 산이 보이고 커다란 나무 밑에 스님이 앉아 있다. 스님이 앉은 바위가 그리 넓지는 않다.(개인적으로 만든 예문)"
이렇게 글로만 썼다면 소품이나 촬영을 담당한 스태프들이 어떻게 구도를 잡을지 막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은 그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화면 속에서 산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큼 멀리 있고, 스님이 앉은 모양은 어떤 형태이며,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시나리오나 희곡을 쓰는 것은 작가의 몫이겠지만, 그것을 영화나 연극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배경이나 소품을 선정하고, 무대의 배치를 구상하는 것은 감독이나 연출가의 몫이다. 아마도 스토리보드는 영화에서는 감독, 연극에서는 연출이 작성(또는 조연출이나 조감독에게 방향 제시)할 듯하다.
『기생충』에서 스토리보드의 형식(18~19쪽)이다. 이렇게 장면에서 인물의 위치나 장면의 특징을 만화체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긴 세월 동안 교단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교과서를 통해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가르쳤다. 그런 과정에서 희곡이나 시나리오의 여러 용어를 듣고 가르치기도 했는데, 스토리보드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아마도 학생들이 거기까지는 알 필요가 없을 듯해서 그런 듯하다.
스토리보드에는 사진이 담기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뉴스나 텔레비전의 장면 삽입이 필요할 경우에는 어떤 내용의 화면에서 무엇을 강조할지를 직접 사진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둘째, 스토리보드는 일반 독자에게는 그리 필요한 내용이 아닌 듯하다. 이 책을 완독하지는 않았다. 이미 영화를 통해서 스토리를 알고 있고, 각본집을 통해서 영화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책으로 읽으면서 확인했다. 독자는 거기까지 이해하면 될 듯하다.
스토리보드는 영화나 연극에서 감독이나 연출가가 배경, 소품, 인물의 동작, 강조할 부분 등을 구상하는 용도이다. 스태프나 배우들이 작품의 성격이나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참고할 필요는 있겠지만, 독자들이 거기까지 파악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감상하고 평가하면 되는 것이지, 스토리보드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여배우가 나온 장면을 보았다면 그녀의 머리 모양이 어떻고, 어떤 옷이 어떻게 어울리는지만 알면 되는 것이지, 어느 미장원에서 어떤 미용사가 어떻게 화장을 했으며, 의상을 어디서 구입했는지까지 알 필요는 없을 듯하다.
셋째, 모든 일이 그렇듯이 영화 역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함을 느꼈다. 스토리보드에는 쓰러진 기정의 넘어진 모양, 팔의 위치 같은 것도 그려져 있고, 인디언 분장을 한 기택인 듯한 얼굴에 피를 연상시키는 듯한 채색 위치까지 표현하고 있다. 관객은 그저 감상만 하면 되는 것이지만, 감독은 그런 것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생각하고 작품에 반영한 것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각본집과 스토리보드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내 생각으로는 각본집은 문학 작품을 읽듯 생각을 하면서 정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스토리보드는 이런 것이 있구나, 정도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보드를 완독한 사람도 있을까?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스토리보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지식의 습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