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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각본

헤어질 결심 각본

리뷰 총점9.8 리뷰 136건 | 판매지수 47,460
베스트
예술 79위 | 국내도서 1위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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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330g | 150*210*12mm
ISBN13 9788932474755
ISBN10 893247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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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마침내, 헤어질 결심]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의 오리지널 각본. 영화 곳곳에 담긴 치밀하고 아름다운 말과 이야기를 책으로 다시 만난다. 끝내 당신의 ‘미결 사건’이 될 이 영화를 문장으로 새롭게 읽어내며 당신만의 작품 또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망설임, 그거 버려요. 깊은 바다에 버려요. -예술P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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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
(중국어로)
이 산은 너무 조용해서 나무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사람이 이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면 사라져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其山???, 可??木生?之音.
人若入此?林之中, ?消失, 永不??.
--- p.65~66

싹둑. 가위로 반창고를 자르는 서래, 할머니 팔뚝의 주사 놓은 자리에 거즈를 붙인다. 작은 금붕어 어항을 머리에 인 구식 브라운관 TV로 뉴스를 보는 할머니.

아나운서
홍산오는 사귀던 여성 오 모 씨가 결혼하면서 연락을 끊자 이 년간 집요하게 수소문한 끝에 기어코 찾아내 그 남편을 살해한 후 오 모 씨와 동거 생활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할머니가 혀를 차자 서래, 쓴웃음 지으며 -

서래
사랑은 용맹한 행동이야.

끄덕이며 자기 말을 음미하는 서래, 덩달아 웃으며 끄덕이는 할머니.
--- p.81~82

해준, 서래의 손을 감싼다. 감정이 주체가 안 되니까 막 눈물이 나려고 한다.

해준
지난 사백이 일 동안 당신을…….
(갑자기 중단, 심호흡 몇 번 하면서 마음을 고쳐먹고)
……그렇다고 해서, 난 경찰이고 당신이 피의자란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에요.
(필사적인 의지로 서래의 손을 제 얼굴에서 떼어 낸다)
피의자, 알죠? 경찰한테 의심받는 사람.

서래
나 그거 좋아요.
편하게 대해 주세요, 늘 하던 대로…… 피의자로.

해맑은 서래 표정에 당황하는 해준, 굳었던 결심이 도로 무너지려 한다.
--- p.166

해준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어요?

서래
(쓴웃음 지으며 중국어로)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我的瞬?,?的?就?束了。
?的??束的瞬?,我的?就?始了?。

해준
뭐라고요? 한국말로 해 줘요.

서래
(울음 터질까 봐 이를 악문다. 이미 눈물이 가득 찼다)
해준 씨……. 임호신 전화, 그거 버려요……. 깊은 바다에 버려요.

해준
내가 언제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랬…….
--- p.17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헤어질 결심]의 오리지널 각본,
영화에서 만나지 못한 순간들과 마주하다


영화 각본이 선사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촬영과 편집을 마친 최종 결과물과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헤어질 결심 각본』은 특히 이런 발견의 즐거움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서래가 직접 지어낸 『산해경』 이야기는 서래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열쇠를 하나 더 제공하며, 이포로 떠난 해준이 전해 듣게 되는 질곡동 사건의 후일담은 불길한 기운을 풍긴다. 어두운 밤에 세차를 한답시고 밖으로 나간 해준을 바라보는 정안의 실루엣도 각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듯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부분들 역시 하나같이 '헤어질 결심'의 세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어서, 이 책의 독자들은 자신만의 ‘관객판’ 편집본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각본의 표지를 장식한 산해경 그림이 지닌 무게감은 각본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체감할 수 있다. 이 산해경은 단순한 필사본이 아니라 서래의 외할아버지인 계봉석으로부터 주어진 유산이며, 특히 필사 과정에서 필사자의 창작이 자유롭게 섞여 들어가는 책이기 때문에 그의 삶이 은연중에 노출된다. 따라서 이 산해경을 다시 한글로 필사한 서래의 녹색 노트는 그녀의 삶을 설화의 형태로 비추는 거울 또는 수정구가 되어, 좀처럼 자신에 대해 발화하지 않는 서래의 내면을 살피도록 관객과 해준을 이끈다. 예를 들어 서래 대신 월요일 할머니의 집에 간 해준이 할머니에게 읽어 주는 대목에 등장하는 벌레들은 그보다 앞서 해준이 서래에게 들려준 시체 먹는 벌레 이야기에 등장했던 것들이고, 이는 서래의 삶에서 해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살인과 추락으로 끝나는 이 짧은 일화는 그 직후 해준이 서래의 살인 트릭을 복기하는 장면과 보이스 오버로 이어지면서 비극적인 현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게 영화 속의 현실에 가까이 닿아 있는, 때로는 그 현실을 예견하는 듯한 이야기가 서래의 내면 어디에서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죄의식, 무의식, 아니면 스스로의 삶마저 하나의 소재로 사용하는 작가적인 냉정함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다양한 가능성은 '헤어질 결심'을 더욱 풍부한 가능성 속으로 이끈다.

영화 속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다시 만나다

물론 영화 속의 명대사들을 그대로 재확인하는 즐거움도 크다. '헤어질 결심'은 이 ‘확인’의 즐거움이 각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래의 한국어 대사와 번역기 스타일로 작성된 한국어 문장들은 활자로 읽었을 때도 특별한 매력을 풍기며, 해준의 대사 역시 단어 선정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천천히 톺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어 대사에는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그 의미를 더 깊이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영화의 안과 밖을 충실히 담은 각본을 읽고 나면 '헤어질 결심'의 여운을 더욱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
일어서는 서래(…) 자조적인 표정은 사라지고 진지해졌다. 이번에는 통역기 앱의 여자 목소리를 선택했다.

여자 성우
농담 안 할 테니까 해준 씨도 솔직히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장하는 해준)
날 떠난 다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으셨습니까?
아마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경직되는 해준)
당신은 내내 편하게 잠을 한숨도 못 잤죠?
억지로 눈을 감아도 자꾸만 내가 보였죠?
(움찔하는 해준을 향해 한 걸음 다가오는 서래)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해준을 보는 간절한 서래의 눈빛)
그날 밤 시장에서 우연히 나와 만났을 때, 당신은 다시 사는 것 같았죠?
마침내.

165~166쪽에서
-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40여 년 책을 읽어왔지만 이토록 입체적인 독서 경험은 처음이다. 압도적인 올해의 책.
- 김하나 (카피라이터)

회원리뷰 (136건) 리뷰 총점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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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이*라 | 2022.10.23 | 추천11 | 댓글8 리뷰제목
問世間,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라, 情爲何物, 정이란 무엇이길래, 直敎生死相許  이처럼 삶과 죽음을 서로 허락하는가    금나라 시인 원호문의 안구사雁丘詞라는 시의 첫 소절이다. 이 소절은 신조협려를 읽어본 故 김용 작가의 팬들이라면 누구라도 잊지 못할 한 소절일 것이다. [헤어질 결심]은 이 시와 신조협려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존 트라볼;
리뷰제목

問世間,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라,
情爲何物, 정이란 무엇이길래,
直敎生死相許  이처럼 삶과 죽음을 서로 허락하는가 

 

금나라 시인 원호문의 안구사雁丘詞라는 시의 첫 소절이다. 이 소절은 신조협려를 읽어본 김용 작가의 팬들이라면 누구라도 잊지 못할 한 소절일 것이다. [헤어질 결심]은 이 시와 신조협려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존 트라볼타와 셀마 헤이엑의 2006년 작 영화인 [론리 하츠 Lonely Hearts]도 떠오르게 만든다. 그 사랑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기억 속의 이 작품들과 맞닿아 버리는 것이다.

 

 

농담 안 할 테니까 해준 씨도 솔직히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날 떠난 다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으셨습니까 

아마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당신은 내내 편하게 잠을 한숨도 못 잤죠 

억지로 눈을 감아도 자꾸만 내가 보였죠?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날 밤 시장에서 우연히 나와 만났을 때,

당신은 사는 것 같았죠? 마침내.

 

서래가 번역기의 힘을 빌려 해준에게 물었던 이 물음들에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세월 어디에선가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들도...

삶에서 사랑을 뺀다해도 물론 무슨 맛이든 맛은 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빠진 맛은 커피에서 커피 맛이 사라진 것과 무엇이 다를까 

 

보이지 않을 곳들 뼈만 골라서 부러뜨리던 깔끔한 남편 기도수는 서래의 몸에 자신의 것이라는 낙인을 찍듯 KDS라는 문신까지 새겨넣었다. 그런 남편과 살던 그녀였기에 해준이 그녀에게 신문 이후 사준 사시미가 친절하고 다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해준 역시 처음부터 그녀가 남달랐기에 그리 대접한 것일 테고. 길고양이가 까마귀 사체를 먹이의 답례로 놓아 둔 이후에 그녀의 대사나 그녀의 말을 번역해 들어 보려는 해준의 잔망스러움도 감정의 오고 감이 거듭 느껴지는 연속들 사이에서 인상 깊던 부분이다. 자신을 감시하려 잠복 아닌 잠복하던 그에게서 그녀가 느낀 심정은 후에 대사로 전해지기도 하는데 그녀의 마음을 이미 짐작했지만 그녀의 고백으로 듣는 심정은 더 깊이 와닿았다. 임호신과 재혼한 그녀의 심정도 이해가 갔지만 역시 그녀 자신의 입으로 들으면서 더 깊이 와닿았다.

 

해준 (답답하다는 듯 약간 톤이 올라가서)

왜 그런 남자하고 결혼했습니까 

 

서래 (눈에 힘주고 똑바로 보면서)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 대사 속 다른 남자는 다름 아닌 해준을 이야기하고 그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그녀의 면면은 그녀가 결코 그와 헤어질 인연이 아니었고 헤어질 마음도 진심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극의 대미에서 보여준 그녀의 최종 결정은, 그녀의 마지막 결심이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하나될 결심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라 생각됐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그녀는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결코 헤어질 수 없는 불멸의 연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그녀에게 해준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론리 하츠란 영화가 깊이 연상된 것도 다음 대사 때문이다.

 

서래 나는 왜 그런 남자들하고 결혼할까요 

... 해준 씨 같은 바람직한 남자들은 나랑 결혼해 주지 않으니까.

얼굴 보고 한마디라도 하려면 살인 사건 정도는 일어나야 하죠.

 

시나리오 중반의 서래가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라고 말하고 나서 해준의 대사는 거기까지 각본을 읽는 동안엔 그냥 지나치게도 되었는데 그 대사의 깊음을 극의 종반에 이르러 그것이 얼마나 깊은 사랑 고백이었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하지만 인용해 옮기지는 않겠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려 하지만 그런데도 스포일러가 넘치고 있는 이 리뷰에 최소한의 양심을 담아 남겨 두어야 할 대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나에게 선물을 꼭 하고 싶다면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 주세요.

난 좀 갖고 싶네.

 

이 말은 극 초반의 서래의 중국어를 번역해 남자 성우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대사로 길고양이만이 아니라 해준에게 꼭 전해져야 할 마음이었고 다행스럽게도 해준은 그녀를 따라가 그녀의 그 말을 녹취해 번역해서 듣는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씬들이 잦지만 그녀의 대사와 해준의 집요함이 드러나는 이 장면은 그 중에서도 백미가 아니었나 싶다

 

나로서는 이 영화의 스토리 자체와 스토리 보다 튀지 않고 짧은 사랑 이야기를 잘 담고 있는 대사들도 마음에 들었다.

 

해준과 서래 둘 다가 이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 사랑의 정의를 온전히 실천하고 있는 인물들이라 여겨졌다. 사랑이 얼마나 거대한 깊은 원형인지를 다시금 깊이 느꼈다. 각본집부터 보게 되었지만 꼭 영화를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을 읽으며 까만 밤이 보랏빛이 되었다.

 

 

아니다, 소화야... 아니야... 진정 용맹한 행동은 사랑이야.

 

사랑은... 그 외 다른 모든 것의 포기니라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8
구매 포토리뷰 어차피 헤어질 사이라면 - [헤어질 결심 각본]을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3.01.03 | 추천10 | 댓글5 리뷰제목
어차피 헤어질 사이라면 <헤어질 결심 각본>을 읽고         2022년 칸 영화제 감독상, 제43회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화려한 수상이력만 봐도 올해의 영화로 손색없는 작품이 있다. 그런데 아직 난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미루고 미루다 결심을 못했을 뿐이다. 해마다 첫;
리뷰제목

어차피 헤어질 사이라면

<헤어질 결심 각본>을 읽고

 

 

 

  2022년 칸 영화제 감독상, 제43회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화려한 수상이력만 봐도 올해의 영화로 손색없는 작품이 있다. 그런데 아직 난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미루고 미루다 결심을 못했을 뿐이다. 해마다 첫날이 밝아오면 고르고 고른(혹은 미루고 미루뒀던) 영화 한 편을 본다. 새해 첫 영화 감상을 위한 준비로, 더불어 얼마 남지 않은 2022년과 헤어질 결심으로 정서경 작가와 박찬욱 감독이 공저한 <헤어질 결심 각본>을 집어들었다.

  최근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각본집이 잇따라 나오면서 영상을 좋아하는 팬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껏 각본(시나리오)은 배우들과 영상 제작자의 전유물로만 여겼는데, 이번에 처음 만나본 각본집을 통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각본집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느냐 또는 영화를 본 다음 소설을 읽느냐에 따라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흥이 달라진다.

  소설과 닮은 듯 다른 각본집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만의 배우를 캐스팅하고, 실내와 야외 무대 장치를 마련하여 영화 한 편을 지휘하는 기분을 가져다준다. 또한 인상깊은 대사나 장면을 실제 영화는 어떻게 표현해냈을지 상상해보게 만든다. 무릇 이야기에는 인물, 사건, 배경이 나온다. <헤어질 결심 각본>에서는 '산'과 '바다' 그리고 '안개'라는 자연인 동시에 무대라는 요소가 사건을 마주하는 등장인물들의 복잡미묘한 감정과 생각을 더 도드라지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81. 구소산(낮)

(······)

도수 : 거의 다 왔습니다, 마지막 오버행이 문제라면 문젠데······ 하여튼 보시면 압니다. 말러 오 번을 들으면서 출발하면, 사 악장 끝날 때쯤 도착합니다. 정상에 앉아 오 악장까지 듣고 하산하면 완벽하죠.

얼굴은 땀범벅 손은 상처투성이인 해준, 슬랩에 기대 잠시 쉬다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 방송을 정지시키고 스마트워치에-

 

(103~104쪽)

 

  지금껏 산 사람이지만 산(山)사람은 아니라서 산에서 클래식을 들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에서 4악장까지 들으며 산을 오르고, 산 정상에 앉아서 5악장을 마저 듣는 기분은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도수는 자신의 소지품마다(심지어 아내인 서래의 몸에도) 이니셜을 새길 만큼 소유욕이 강한 남자이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등산을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남기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각본집을 펼치자마자 그는 산 사람이 아니라 산(山)에서 실족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망자로 등장한다. 이를 계기로 사건 담당 형사 해준과 용의자 서래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여기서 말러가 첫 눈에 반했다는 쉰들러의 러브스토리가 담긴 교향곡을 소개하고 듣는 인물이 해준과 서래가 아닌, 도수라는 사실이 퍽 흥미롭게 다가온다. 텍스트만으로 유추할 수 없는 무언가를 영화에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72. 주방 - 정안 집(낮)

왼쪽 귀에만 이어폰 끼고 정훈희 「안개」를 흥얼거리는 정안, 오른쪽 이어폰 끼고 설거지하는 해준의 뒤에 서서 안은 상태.

해준 : 어떻게 알아? 이 구닥다리 노래를.
정안 : 이 동네선 모르는 사람 없지, 여기 주제간데. 트윈폴리오가 부른 거 알아?
해준 : 그래?

휴대 전화에서 나오는 노래 따라 흥얼거리던 정안, 갑자기 의심스럽다는 듯 해준의 몸 여기저기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얼어붙는 해준. 정안, 무서운 얼굴로 해준의 등짝 내리친다.

정안 : 폈네, 폈어.
(눈만 동그랗게 뜬 해준)
정안 : 담배!
해준 : 아, 수완이 이놈을 그냥······.

 


(93~94쪽)

 

  책장을 펼치면 '안개'가 펼쳐진 듯하다. <헤어질 결심 각본>에서 안개는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맡고 있다. 안개는 당장 등장인물들의 시야를 뿌옇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들이 각자 어떤 길에서 만나고 다시 헤어질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안개」는 정안, 해준 부부가 나눠 낀 이어폰을 통해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귓가를 촉촉히 적신다. 안개만이 자욱한 선율 위를 걷는 듯한 가수 정훈희와 송창식의 목소리는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 독백으로 바뀌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형사와 사건 용의자로 처음 만난 후 묘한 감정을 쌓아가는 해준과 서래의 이야기를 대신하여 들려주는 것도 같다.
  안개는 사람을, 사물을, 사건을 감싸 안는다. 노랫말처럼 바람이 안개를 걷어 가면 애타게 그리운 사람의 그림자라도 볼 수 있을까 싶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할 따름이다. 그래도 마냥 안개가 야속한 것만은 아닌가 보다. 안개 속에서 눈을 뜨면 눈가에 맺힌 눈물이 작은 물방울처럼 보여 슬픔의 흔적을 잠시나마 감출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148. 바닷가 / 해준 차 안(낮)

녹색 플라스틱 양동이를 든 서래, 바다 가까이 와서 잠시 바라보다 왼쪽으로 간다.

정훈희가 부르는 「안개」가 시작된다.

해안 도로를 질주하는 해준, 앞만 보고 운전한다.

산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 가운데로 난 계단을 오르는 서래.

해준의 차가 터널로 들어가면서 갑자기 어두워진다.

산 모양 바위에서 내려오는 서래.

해준 차가 터널을 벗어난다.

 

(178쪽)

 

  앞서 말한 구소산 변사 사건이 <헤어질 결심 각본>의 출발점이지만, 각본집의 첫 문장은 "검은 화면에 '山' '산'이 동시에 필기체로 적힌다.(7쪽)"로 시작한다. 사건이 일단락 지어진 뒤 해준과 서래가 찾은 절이 산사(山寺)가 아니고, 그후 다시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해준의 상상을 제외한다면, 두 사람이 함께 산을 오른 적은 없다. 서로의 마음을 숨긴 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이제 두사람은 헤어질 수 없는 사이로 보인다.

  "화면에 '海'와 '바다'가 동시에 필기체로 적히며(110쪽)" 안개 낀 바닷가에서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일어난 또 한 번의 살인사건은 두 사람을 사건 현장으로 소환시킨다. 스릴러와 멜로 장르를 오가는 전개가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는 해준과 서래의 기묘한 인연을 표현하는 데에 절묘한 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서래는 바닷가에 자리한 산 모양 바위에서 내려오고, 해안도로를 질주하는 해준은 터널의 깜빡임을 통과한다. 안개가 낀 아침은 맑은 날의 전조(前兆)라고 하는데, 과연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이어갈 수 있을까?  

  '결심(決心)'은 어떻게 하기로 먹은 마음 혹은 그렇게 마음을 먹는 일을 뜻한다. 어떤 일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전까지 마음을 먹는 과정이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해준과 서래의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는 공감을, 또 어떤 이에게는 공분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감에 더 가까운 입장에서 회자정리(會者定離), 즉 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져야한다는 말을 조금 비틀어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어차피 만남의 끝에서 이별이 손을 흔들고 있다면, 헤어지는 일이 그토록 힘겹다면, 헤어질 결심은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이러한 억지가 해준과 서래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영화 <헤어질 결심>을 만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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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최고입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화**화 | 2022.08.21 | 추천6 | 댓글0 리뷰제목
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나는 네 심장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죽지 않는 태풍의 눈이 되고 싶다. 최근 3년간 나온 한국 영화 중 최고였고, 탕웨이의 한국어 발음이 이 영화의 슬픈 미장센이 되어 버렸고, 중년이 된 박해일의 모습은 해준 그 자체였으며, 내 기준에서 봉준호보다 연출 실력이 조금 못하다 생각했던 박찬욱은 비로소 이 영화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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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나는 네 심장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죽지 않는 태풍의 눈이 되고 싶다.

최근 3년간 나온 한국 영화 중 최고였고, 탕웨이의 한국어 발음이 이 영화의 슬픈 미장센이 되어 버렸고, 중년이 된 박해일의 모습은 해준 그 자체였으며, 내 기준에서 봉준호보다 연출 실력이 조금 못하다 생각했던 박찬욱은 비로소 이 영화를 통해 진정 거장이 되었구나. 연출 철학의 깊이가 이 정도였구나. 그리고 마지막은 눈물 한 방울. 네가 불쌍해서. 네가 독한데 너무 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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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한국에서는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각본 보기를 중단합니까?
195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95
r******1 | 2022.07.18
평점5점
통장 잔고가 각본집 사는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
147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47
v*******j | 2022.07.18
구매 평점5점
그 친절한 작가의 각본집을 가져다 주세요.
129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29
1*****2 |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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