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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

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

: 미중일 3국의 패권전쟁 70년

메디치 WEA 총서-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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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568쪽 | 970g | 153*224*33mm
ISBN13 9791157061686
ISBN10 115706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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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역사의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아시아가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고 평화의 길로 가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사실 중국이나 일본 모두 근대화·세계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사와 민족주의 문제는 청산된 것으로 보았다. 전후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중국과 한국에게 충분히 사과했다고 믿었고 사과를 받은 양국 또한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 이를 표면적으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일본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를 내세워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청일전쟁과 일본의 대만 점유, 만주사변과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 그리고 태평양전쟁 중에 벌어진 일본의 비인도적 만행 등을 중국의 지도자들과 인민들이 집단기억을 통해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 p.8~9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린 것은 미국의 패권적 지도력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미 해군이 이 지역의 해상통로 안전을 담보하면서 평화와 번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미래에는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 정서 부활 등이 미국의 패권적 리더십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전개하고 있는 일련의 ‘아메리카 퍼스트’ 식의 고립주의 정책이 ‘팍스 아메리카나’의 쇠퇴를 재촉하고 ‘팍스 시니카’라는 중국 중심의 질서 출현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단순히 국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의 자질이 국제사회와 동아시아 패권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세력의 전환기적 불확실성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다. 이처럼 이 책은 흠잡을 데 없이 탁월한 동아시아 국제 관계의 현장 르포이자 외교사 문헌이다. --- p.15~16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미국을 동시에 위협한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일본은 미국을 위협하는 것으로 이 삼각 구도를 완성한다. 일본이 미국을 저버리거나 미일 동맹을 격하한다면, 중국과 충돌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후체제는 뒤집힐 것이다. 이 삼각 치킨게임에서는 누군가 무기를 발사하는 순간 모두가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아시아 미래의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듯이 중국의 열쇠를 일본이, 일본의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 p.36

이 책은 지정학적 격변, 개인 간의 갈등, 경제 라이벌 관계, 무역 분쟁, 그리고 끝나지 않는 역사 논란을 짚어가며 전후 중국, 일본, 미국의 삼자 관계가 진화해온 길을 추적한다. 수십 년의 서사를 하나로 종합해 명징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은 일본·중국과의 교류를 상세히 기록해놓은 미국 정부 문건을 확보한 덕분이다. --- p.38

일본과 중국의 근대사는 여러모로 닮았다. 두 나라는 19세기 무렵 총구를 겨누며 들이닥친 서양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강제로 문호를 개방했다. 20세기에는 아시아인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믿는 불청객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분투했다. 비슷한 궤적을 지나오는 동안 두 나라는 서로 연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갈라졌다. 일본은 빠르게 근대화했고 중국은 무너져 내렸다. 이후 두 나라는 한쪽이 힘을 얻으면 다른 한쪽이 힘을 잃는 방식으로 균형을 이뤘다. 여러 번의 전쟁과 침략, 외교적 화해와 활발한 무역 교류를 경험하는 내내, 일본과 중국은 자신들의 국가제도를 특징짓는 위계질서에 서로를 끼워 맞추려 했다. 서양에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정작 서로를 동등하게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 p.47

애초 미국은 냉전시대에 일본을 자기편에 두기 위한 수단으로 미일 동맹을 생각했으며, 냉전 후로는 대외 정책의 큰 방향에 맞춰 동맹 관계를 유지했다. 일본 입장에서 미일 안보조약은 일본 전문가 케네스 파일의 표현대로 패전국에 주어진 “불편한 현실”이었다. 일본은 이 조약을 영리하게, 때로는 냉소적으로 따르며 실속을 챙겼다. 이로써 일본은 외교와 국방을 대부분 미국 손에 맡긴 채, 혼란스러운 자국 경제발전을 최우선 국책으로 삼을 수 있었다. 한편 미국은 시간이 흐르면서 동아시아에서의 존재 이유를 재설정했다. 1971년 중국을 처음 방문한 헨리 키신저는 총리 저우언라이에게 일본을 억제할 목적으로 미군이 동아시아에 주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정부는 동아시아 주둔의 목적이 중국과 북한에 맞서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두 진술은 서로 엇갈리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모두 진실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 p.53

결과적으로 미국이 아시아 역사를 등한시한 것은 실수였다. 결국 미국도 아시아 역사에서 발을 뺄 생각이 없었으며 최근까지는 쉽게 그럴 수도 없었다. 역사는 소수 엘리트가 흥정을 벌여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일본이 전쟁 때 저지른 과오는 지금까지도 동아시아 정치에 독혈(毒血)로 흐르고 있다. 게다가 미국으로서는 역사 문제로 일본을 압박하기가 조금은 곤란했다. 일본에 원자폭탄을 2개나 투하하고 도쿄 대공습으로 하룻밤 사이에 도쿄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국가였기에, 괜히 과거사를 들쑤셨다가 자신들의 행적까지 재조명받기를 원치 않았다. 따라서 불안정한 전후 세계에 안정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히로히토의 천황 지위를 그대로 남겨둔 것이었다. 미국의 이러한 방침은 일본의 잘못이 없다고 믿거나 굳이 과거를 고통스럽게 반성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일본 보수층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후로 수십 년이 흘렀지만, 일본은 전쟁 직후 자신들의 행동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전히 과거사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 p.78~79

일본 지도자는 아무도 중국인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 그런 행동을 하지도, 비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사죄의 마음을 표현하지도 않았다. 중국과 일본의 화해 과정에는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도 빠져 있었다. 아픔을 기억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그 앞에 화환이 놓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동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연구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 중국과 일본은 지정학적 기회를 이용해 관계를 회복했으나 국내 정치 상황을 의식해 협력 범위를 상업과 안보 전략에 한정했다. 해소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처럼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도 그대로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영영 묻혔다기보다 지면 바로 아래에 덮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처럼 남았다. --- p.140

미국은 냉전에서 소련을 이겼던 것처럼 일본과의 경제 패권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둔 듯했다. 적지 않은 미국 위정자들에게 일본과의 갈등은 아시아에서 치를 진짜 싸움, 즉 중국과의 결전에 비하자면 시시했다. 하지만 이는 미일 갈등의 의미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갈등은 아시아에서 팍스 아메리카나 질서를 정말로 없애버릴 뻔한 일대 사건인 동시에,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실질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미리 맛보게 한 최후의 예행연습이었다. --- p.178

그러나 ‘아시아적 가치’ 논쟁은 여러 불편한 진실을 간과했다. 무엇보다 전후 아시아의 평화로운 공존이 역내 정치문화에서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미군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아시아적 가치’의 부활은 이때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였던 일본에 크나큰 자신감을 심어주었으나 동시에 일본의 뿌리 깊은 모순들을 건드렸다. 서방 진영의 일원이 되고 싶으나 그들을 떨쳐내려 하고, 아시아를 포용하면서도 거리를 두려 하고,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면서 독자 노선을 걷고 싶은 상반된 충동이 일본인의 마음속에 부대꼈다. 또 일본은 주권을 침해하는 것 같은 미군의 존재를 거슬려 하면서도 미군 철수에 대비해 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아시아적 가치’가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하던 때는 일본식 발전 모델의 유효기간이 다 되어가던 시점과 일치했다. 이제 아시아인의 눈은 일본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 p.231

어쨌거나 일본은 미국이 만든 성공작이자 동아시아 민주주의의 보루였다. 때로 뒷걸음질 치기는 했어도 수십 년간 미국의 든든한 안보 파트너로서 처음에는 소련, 이후에는 중국과 세력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했다. 미국으로서는 이 구조를 흔들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원자폭탄 투하가 모두의 목숨을 살렸다는 생각은 당시 미국 대중에게 고른 지지를 받았다. 미국 관료들이 아시아 역사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또 있었다. 어떤 입장을 취하더라도 비판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 p.305

미국이 세계 유일 패권국이었을 때 중국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싶다는 야망을 숨긴 채 자신들의 지배력을 주변 국가와 해역까지만 확장하려 했다.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자주 상기시킨 바대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는 지정학적 선택이었으나 중국의 존재는 지정학적 현실이었다. 1990년대 이후로 중국은 인접한 14개국과 체계적으로 국경 협상에 착수했고 대부분 성과를 거뒀다. 해상 국경을 둘러싼 분쟁은 훨씬 더 까다롭게 전개되었다. 중국이 과한 요구를 하고 너무 많은 이웃 국가와 충돌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시아를 장악하기 위해 중국은 미국을 먼저 밀어내야 했다. --- p.503

아시아의 미국 동맹과 파트너십은 ‘중심점과 바큇살’ 형태에 비유되고는 했다. 즉 중심에 있는 미국이 주위의 나머지 국가들과 일대일 관계를 맺는 방식이었다. 이는 미국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며 아시아 국가들끼리의 관계보다 미국과 아시아 동맹의 양자 관계가 훨씬 더 돈독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중국이 떠오르고, 아시아 역내 무역이 활성화되고,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실행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져 역내 안보 지형을 변화시켰다. 이 새로운 관계는 하나의 중심점과 여러 개의 바큇살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을 포함하거나, 미국 없이 아시아 국가 간의 여러 연합체로 이뤄진 형태를 띠었다.
--- p.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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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경제대국이 어떻게 점점 더 불안정한 역학 관계 안에 갇혀가는지 생생히 묘사한다.
- 「더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 도쿄, 베이징 사이의 긴장 고조 및 완화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어떤 변화를 야기하는지 보여준다.
- 「파이낸셜타임스」
동아시아가 왜 ‘21세기의 화약고’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필독서!
- 「뉴욕 저널 오브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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