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8월 29일 |
---|---|
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422g | 138*210*30mm |
ISBN13 | 9788950983031 |
ISBN10 | 8950983036 |
발행일 | 2019년 08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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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422g | 138*210*30mm |
ISBN13 | 9788950983031 |
ISBN10 | 8950983036 |
작가의 말 006 시나리오 015 그때의 은희들에게 / 최은영 206 영지,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 / 남다은 216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 김원영 226 지금, 여기의 프리퀄 [벌새] / 정희진 238 여성, 서사, 창작에 대해 / 김보라 + 앨리슨 벡델 248 감사의 말 311 |
영화 벌새를 보고 나서 마음에 파도가 일렁거렸다. 나의 소녀 시절과는 다른 시기, 장소의 이야기지만 나의 근본을 들킨 것 같은 마음, 영지선생님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나의 세계는 더 나아졌을까?
그나마 은희보다는 부모의 관심을 받았고 훨씬 더 나은 환경이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아이들 교육을 위해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살지만 떡방앗간한다고 무시당하는 은희의 삶은 힘겹다. 일하느라 바쁜 엄마, 그런 엄마를 두고 춤바람난 아빠, 강북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 부모의 관심밖인 언니 수희, 공부를 잘해 가족의 희망이지만 은희를 마구 때리는 오빠 대환, 단짝 친구 지숙, 남자친구 지완, 후배 유리와 함께 하는 중학시절은 잠깐 즐겁다 오래 쓸쓸하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날라리로 찍혀버린 딱 보통의 중학생 김은희
단짝의 배신도, 남자친구의 곁눈질도, 오빠의 폭력에도, 부모의 무관심에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다 한문학원 강사 영지를 만난다. 서울대에 다니는 선생님도 자기가 싫을 때가 있냐고 묻는다.
(은희) "선생님은 자기가 싫어진 적 있으세요"
두 여자의 눈 마주침
이 아이에게 무엇을 말할까, 스산한 얼굴의 영지, 그 침묵을 힘겹게 깨고 영지가 말한다.
(영지)...응. 많이. 아주 많이. 나도 똑같아.
은희, 영지의 말에 놀라서 묻는다.
(은희) 선생님은, 그렇게 좋은 대학에 다니는데도요?
영지, 아이의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영지)... 자기를 좋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
그 말에 마음이 움직이는 은희.
(영지)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도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얼굴에 혹이 자라 수술을 하고 혼자 퇴원하는 은희,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진 자리를 확인하러 간 은희, 은희의 상처는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모두 좋다. 시나리오는 영화에서 생략되었던 장면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고 남다은은 영화를 지지하면서도 약한 점을 이야기하고 김원영의 글은 은희의 마음을 예민하게 포착한다.(그의 책을 사놓고 못 읽었는데 어서 읽어야겠다)
나도 힘들 때 가만 가만 손가락을 움직여봐야 겠다. 그래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도서 리뷰 [벌새]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고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벌새’ 속 인물 이야기들.
이 리뷰는, 나 나름의 가장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속한다.
이 책을 나 스스로 [2019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 위한 이유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또한 왜 어려운 숙제라고 명명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 책이 영화 <벌새>와 떼어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영화의 이야기와 무관할 수가 없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나처럼 영화와 영화 리뷰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그럼 그 다른 측면에서는? 단순히 일반적인 대중적인 책으로서는 어떤가, 라는 질문에서는? 그렇다면 이 리뷰는 결국 그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쏟아졌다 흩어졌다 모였다 하기를 반복했던 생각의 퍼즐이 합체한 것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작가가 직접 말하는, 영화 제작의 개인사적인 경험과 감정, 그것들이 스며든 과정이 담겨 있다.
2장은, 영화 <벌새>의 시나리오(무삭제판)가 펼쳐지며.
3장부터 7장까지는 영화에 대한 소설가(최은영), 영화 평론가(남다은), 여성 운동가(정희진), 인권 운동가, 외국 작가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처럼 영화 보기를 좋아하고. 간단한 리뷰일지라도 영화 후 감상평을 꼭 쓰는 이들에게, 이런 구성의 책은 영화에 대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선물을 받은 기쁨이 넘치게 할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도 읽고(이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을 일이고), 영화 감상 평론들도 읽고. 이렇게 하다 보니 실제 138분짜리 영화에 뼈와 살을 더하다 보니, 완연한 장편 소설을 만나는 일이 되어 버린다.
특히나 시나리오 작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금상첨화. 아하, 이렇게 간결하게도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겠구나,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물론 덜어내고 빼내는 어마어마한 수정 작업을 거쳐서 이렇게 깔끔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그냥 일반적인 책으로서는 어떤가!
이렇게 읽어 보자.
제2장의 시나리오를 먼저 읽는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읽는다. 그 다음에 다른 평론가들의 글을 읽어 본다.
그렇게 하다 보면. 오롯이 작가와 직면하는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서사로 원형적인 서사를 만들고자 했던, 가장 구체적인 것으로 가장 보편적인 일상을 보여주려고 했던.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나의 아침독서 포스팅(12월17일)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시나리오와 작가의 말만 읽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왜냐면, 나는 작가의 말을 서너 차례 반복해서 읽으면서 엄청난 위로를 얻었기 때문이다. 꼭 내 얘기 내 경험 같아서. 영화 속 ‘은희’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화해의 방식에서 말이다. 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위로가 되는지 그 과정을 볼 수 있어서, 그래서 또 위안이 되었다.
{은희, 허리를 굽혀 조아리며 인사를 한다. 은희가 계단으로 가려는 찰나, 다시 뒤를 돌아본다. 은희, 영지를 바라만 본다. 무언가 기다리는 표정. 은희, 영지에게 뛰어가, 껴안는다.
은희 “저는 선생님이 참 좋아요.”
영지, 은희의 포옹에 놀란다. 말할 수 없는, 그러나 감격한 표정이다.
학원 복도, 두 사람의 긴 포옹. (시나리오, 142쪽)}
이 장면에서, 나는 책을 읽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영화에서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책에서는 이 장면에 이 두 사람을 둘러싼 배경이나 바람 소리 같은 것이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어두운 복도 밖, 창밖으로 부드럽고 따스해 보이는 바람결이 느껴진다.
책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서 인물을 보면 그 입에서 어떤 대사가 나올지 예상이 되었다. 그리고 영지와 은희의 몇몇 대사는 따라하고 말았다.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 원작과 영화가 따로 노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데 이건 영화와 시나리오가 동시에 상영/출간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보기를 좋아하든, 책 읽기를 좋아하든, <벌새>의 영화와 책은 따로 놀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영화 속 이야기와 책 속 이야기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인물의 생략된 심리와 서사는 시나리오로 보충받으면 되고, 시나리오 속 인물의 심리 상태나 감정은 영화 속 인물의 표정과 눈빛, 흔들리는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만나 보면 되는 일이다.(인물들의 표정과 눈빛이 정말 압권이다.)
특히 영지, 은희, 은희 엄마, 수희 등 인물들의 표정, 불안한 눈빛들을 따라 가다 보면 내가 동요되고 몰입되고 넋을 잃고 만다는 사실. 그런데 영화를 보게 되면 더욱 불안해지고, 흔들리고, 그러다가 결국 뭉클해지는 경험을 한다는 사실. 그래 ‘이런 것이 위로야’라고 설명할 수 있으려나.
{선생님, 잘 지내세요? 스케치북 정말 감사드려요. 나중에 만화를 그리면 꼭 선생님 캐릭터를 넣을 거에요. 선생님은 머리가 짧고, 안경을 낀 괴짜 캐릭터로 나올 거에요. 제 예감에 독자들은 선생님을 많이 좋아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외로울 때 제 만화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 선생님,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시나리오, 192쪽)}
김보라 작가(감독)는 자신의 글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힘을 주고자 한다. 만화 대신에 영화 또는 문장으로.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달 받은 충만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 작가의 이야기는 어둠을 지나, 새벽의 여명 같은 밝음을 맞이하는 서사로 마무리된다.
또한 상실과 슬픔을 넘어서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깊은 애도이다. 깊은 애도는 상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 무너진 다리를 바라보고 있는 셋. 강물은 너무나도 짙게 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몰아치는 바람 속에 무너진 다리를 바라본다. 뒤로 차들이 지나간다. 밤은 춥고 바람이 세차다. 은희의 볼이 발갛다. (...) 은희,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한다. 짐승처럼 목 놓아 운다. 그 울음에 수희와 준태는 놀라고, 수희도 훌쩍훌쩍 따라 운다. 그런 수희를 준태가 달랜다. 강물을 보며 엉엉 우는 두 자매와 준태} (시나리오. 200-201쪽)
억울하고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오빠의 폭력 앞에서도 울지 않던 은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물을 쏟아낸다. 치유의 과정이며 성장통을 겪는 대목이라 여긴다. 누구나 언제나 겪어야 할 성장통, 통과의례의 과정.
어쩌면 은희의 엄마에게도, 영지 선생님에게도 필요했을 성장통 같은 눈물.
그것을 은희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고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벌새’ 속 인물 이야기들.
어찌 보면, 이 책은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그 영화에 대한 읽기 자료(평론)를 만나는 것만으로 좋을 일이다. 하나하나가 단편으로서의 재미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심하라. 이 책을 읽다 보면. 특히 작가의 말을 읽다 보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욕망에 빠지게 되니 말이다.
나는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책에서 시나리오를 한번 더 읽었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충분히’(아직 영화 속 몇 군데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헤아리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새로운 경험이 나는 참 좋다. 이런 경험을 하시고 싶은 분들, 이 책을 만나시라, 권하고 싶다.
그리고!!!
만약에 내가, 어느 소설 작가(영화 감독)와의 인터뷰 등을 하게 된다면,
또는 내가(저자가 되었을 때를 상상하면서) 독자와의 만남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의 제7장(김보라 작가와 앨리슨 벡델, 60여쪽의 많은 분량) 인터뷰 내용을 고스란히 따라서 하리라 다짐한다.
Q.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이 궁금하다. 형용사나 명사, 아니면 몇 단어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Q. 맞다, 정말이다. 병원 신을 쓰고 난 후, ‘도대체 누가 어린 여자애가 병원에 다니는 얘기에 관심을 가질까?’ 하고 고민도 했다. 심지어 암에 걸린 것도 아닌데. 그러다가 그래픽노블 한 권을 읽게 됐다. 음... 질병에 관한 프랑스 그래픽노블인데, 본 적 있나
Q. (당신 참 사과를 잘 받아 내는 것 같다!) 그렇다. 사람들이 내 악마성을 알아보는 것 아닐까
Q. 당신은 몽둥이를 들고 강요하는 유형이 아니다. 최종 편집본의 러닝타임이 얼마나 되나
등등. 재기 넘치는 질문과 답변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영화 <벌새>의 작가가 전하는 말을 직접 듣게 되는 듯한, 마치 작가를 대면하면서 시네마 토크(영화 상영 대신 시나리오)를 하는 듯한 현장감과 충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쁘지만 예민한 표정의 열네 살 아이, 은희가 현관문 앞에서 벨을 누른다.(p. 17) 아무리 벨을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자 문이 부서져라 두드린다. 분노에 차서 소리도 지르는데, 문득 무언가를 발견한다.(p. 17) 호수가 달랐던 것이다. 멍한 표정의 은희, 자신을 가다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으로 한 층 올라간다.(p. 17) 비로소 집에 도착해 엄마와 마주한 은희는 아까까지의 사투를 얼굴에서 싹 지운다.(p. 17) 엄마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계속될 동안, 카메라는 은희의 얼굴을 응시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은희. 그러나 아이의 얼굴에 여전히 남은 불안함. 흔들리는 눈동자. 어떤 슬픔.(p. 17)
무엇보다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문구를 처음부터 각인시킨다고 할까. 물론 영화의 표현은 은근하다. 플롯마저 그렇다. ‘1994년 10월 21일’에 이르기까지 은희의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그 내밀한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평온하다고 볼 수 없다. 부모의 무관심, 오빠의 폭력, 언니의 방황, 남자친구의 바람, 친구와 갈등, 하루하루가 전쟁이 아닐 수 없다. 은희는 그 전쟁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은희가 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이제 혼자가 아니라며 자신에게는 세 명이나 있다고 낙서를 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는 냉혹할 정도로 은희를 다시 혼자 있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를 이야기한다. 은희가 다니는 노래방의 이름은 불어로 ‘함께’를 의미하는 AVEC다. 은희의 마지막 대사도 “네, 모두 다 있어요.”다.(p. 205) 초반에 불안해서 흔들렸던 은희의 눈동자가 옅은 미소를 지니게 된 데에는 영지의 힘이 크다. 영지는 은희를 어린 소녀가 아니라 동등한 인간으로 대한다. 불쌍해 보이는 사람들이 보여도 함부로 동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알 수 없기에.(p. 134) 주제와 맞닿아 있는 대사도 영지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도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p. 136)
우두커니 앉아 있던 은희, 문득 손가락을 하나둘 움직여 보인다. 스르르 움직이는 은희의 작고 여린 손. 은희, 손가락을 하나, 둘, 셋 움직여 보인다. 천천히, 마치 손가락을 처음 구경하듯이.
창문 너머로 가늘게 들리는 새들의 노랫소리, 피아노 소리, 한낮의 고요. (p. 197)
은희의 손가락은 벌새의 날개와 같다. 손가락의 움직임과 날갯짓, 둘 다 자세히 보면 신기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영지 역시 세상이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고 말한다.(p. 205) 그리고 알 수 없다고. 삶이 희미해진 야광별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만큼 단순하다면 조금 편해질까.
(v.o)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p. 204)
영지의 이 대사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 답이 아니더라도 살아갈 힘은 될 것 같다. 김보라 감독은 ‘작가의 말’을 통해 “벌새를 만드는 과정은 집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비로소 집을 찾게 되는 과정이었다.”, 라고 토로하고 있다.(p. 10) 우리가 지금 살기 힘든 이유는 집이 없는데 없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자신이 힘들다는 것도 모르고 있을지도. 이 책, 혹은 영화가 각성의 길로 인도하지 않을까 싶다. 각성 역시 쉽지 않겠지만, 꼭 필요한 것 같다. 함께 무언가를 나누기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