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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19 올해의 책
벌새

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리뷰 총점9.4 리뷰 23건 | 판매지수 1,068
베스트
예술 top20 14주
정가
19,800
판매가
17,82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22g | 138*210*30mm
ISBN13 9788950983031
ISBN10 895098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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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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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작가의 말 006

시나리오 015

그때의 은희들에게 / 최은영 206
영지,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 / 남다은 216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 김원영 226
지금, 여기의 프리퀄 [벌새] / 정희진 238

여성, 서사, 창작에 대해 / 김보라 + 앨리슨 벡델 248

감사의 말 311

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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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언제 고통이 되나. 누군가의 시선으로, 공감으로 고통은 고통이 된다.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는데도 ‘싸우지 좀 마’라는 말을 들어야 할 때, 은희의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철없는 칭얼거림이 된다. ‘싸우지 좀 마’라는 말에는 ‘오빠라면 여동생을 때릴 수 있다’라는 승인이, ‘여자애는 남자가 때려도 참아야 한다’라는 주문이 들어 있다. 이런 사회에서 자란 많은 여성은 자신이 느끼는 고통의 진위를 의심한다. 아파도 자신이 아픈 것이 맞는지 검열하고, 분명히 부당한 일을 당해도 자신이 ‘예민해서’가 아닌지 확인하고 확인한다. 여성의 고통을 고통이라고 언어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통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 '최은영, 그때의 은희들에게' 중에서

이 영화에 나오는 여성들은 내가 자라며 만났던 ‘평범한 여자들’의 모습을 닮았다. 남자 형제의 진학을 위해서 학업을 포기하고 어린 시절부터 일해야 했던 여자들, 남편과 똑같이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가사 노동과 육아는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소화해야 하는 여자들, 남자 가족 구성원에게 학대당하며 살아가는 여자들,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어”라고 속삭이며 자신의 가치를 회의하는 여자들, 웃음을 잃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공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자신의 삶에 지친 여자들. 이런 사회의 여성들이 자신을 좋아할 수 있을까. 미소지니misogyny의 세계를 사는 여성에게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라는 격언은 너무도 무겁고 어렵게 다가온다.
--- '최은영, 그때의 은희들에게' 중에서

영지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은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외로울 때 제 만화를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나도 어린 시절 은희와 같은 생각을 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덜 외로워졌으면 좋겠다고. (…) 우리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모두 외롭고 어린 여자아이였던 우리는 왜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서 자신이알지도 못하는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자 했을까. 영지 선생님도 은희를 그런 마음으로 마주했을 것이다. 은희가 덜 외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영지 선생님이 눈빛으로, 함께 있어 주는 시간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어 주는 방식으로 은희에게 다가갔던 것처럼, 그 빛을 받은 은희 또한 영지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위로받고 싶었던 사람들이 위로하는 것처럼, 외로웠던 사람들이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 '최은영, 그때의 은희들에게' 중에서

[벌새]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만연하고 죽음 충동의 얼룩이 곳곳에 들러붙어 있다. 요컨대, 삼촌의 갑작스럽고도 짧은 방문과 죽음의 소식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친척의 실제 죽음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끔찍하게 죽음이라는 단어가 부유하는 장면도 있다. 어느 날 은희의 단짝인 지숙이 오빠에게 맞은 상처를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다. 그는 심드렁하게 묻는다. “니네 오빠는 어떻게 때리냐?” 은희는 이 무시무시한 물음의 답으로 오빠에게 복수하는 최적의 방법에 대한 자신의 은밀한 상상을 꺼내놓는다. (…) 일상적인 폭력에 대한 두 소녀의 관성과 체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분노가 꾹꾹 눌러 담긴 이 순간은 [벌새]를 통틀어 가장 무서운 장면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 '남다은, 영지,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 중에서

해소되지 못한 시간과 사연이 여전히 예민하게 꿈틀대는 듯한 얼굴. 영지의 얼굴은 은희를 쳐다보고 있지만, 은희의 눈을 넘어 영지 자신에게만 보이는 세계의 어떤 심연을 대면하고 있는 것 같다. 배우 김새벽의 독특한 연기가 빚어낸 장면들이겠지만, 은희와 영지가 함께하는 장면이 영지의 얼굴에서 멈추며 끝날 때, [벌새]라는 세계는 끝내 완전히 알기 어려운 이 얼굴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혹은 거기에 닿아 보려는 안간힘으로 스스로를 지탱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 '남다은, 영지,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 중에서

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는 생존하고, 잘 먹고, 넓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꿈으로 국가와 사회, 가족 모두가 총력전을 펼쳤다. 고도성장을 거치며 그 꿈의 일부는 극적으로 실현되기도 했다. (…) ‘한강의 기적’이라는 국가의 꿈은 곧 학력과 학벌을 통한 계급 상승 혹은 재생산의 최전선으로서 학교가 지닌 꿈이었고, 모든 가정의 꿈이었다. 서울 강남은 그 몽상의 끝점이었다. [벌새]는 이 몽상 안의 세계를 살아가는 은희가 사랑하고 상처 입던 순간들을 소환한다.
--- '김원영,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중에서

이해가 불가능한 죽음은 애도할 수 없고, 애도가 불가능한 죽음 앞에서는 제대로 슬퍼할 수도 없다. 외삼촌의 죽음에 대해 은희가 묻자 “그냥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이상해”라고 말하는 은희의 엄마에게서, 우리는 슬픔이 아니라 우울의 정서를 본다.
--- '김원영,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중에서

법원은 성수대교 건설과 관리 등에 관여한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공범으로 처벌했는데, 이는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님에도 공범으로 처벌한 최초의 판결이었다. 이 판결에 대한 이론적인 반론이 많았다. 하지만 법원은 우리 개개인이 어떤 집합적 질서에 가담해 있는 자신을 각성하지 못할 때, 그것이 고의로 누군가를 해치는 일과 다를 바 없는 결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우리는 오랜 몽상이 만들어 낸 참혹한 결과를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약 8개월 후 역시 강남에 위치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고, 2년 후에는 IMF 외환위기가 이어졌다.
--- '김원영,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중에서

은희는 영지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자신을 좋아하기란 원래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과 버림받고, 상처를 입을 때 느껴지는 자기혐오를 들여다보는 법을 조금씩 배운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도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 간다(더 이상 남자친구 지완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로 영지가 죽었음을 알게 된 후에는, 우울을 넘어서기 위해 깊은 애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애도는 상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단절된 성수대교의 모습은 사회적으로는 이후 강남과 강북(혹은 강남 이외의 세계)의 더 철저한 단절을 상징하는 것 같지만, 그 단면을 응시하고 애도했을 때야말로, 우리는 우울의 정서에 머물지 않게 될 것이다.
--- '김원영, 붕괴하는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별한다는 것' 중에서

[벌새]의 가족은 극도로 ‘정상적’이어서 ‘영화에서나 나올 얘기’ 같지 않다. 규범적이라는 의미에서 정상이 아니라 현실적이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 “오빠가 때렸어요”라는 딸의 호소에, 부모는 “싸우지 말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평등하게’ 취급한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는 자영업자 가장으로서 자의식이 강하지만 그가 노동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집안일과 가게 일을 도맡아 하는 엄마는 그저 인생을 견디고 있는 듯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겉도는 이 집의 막내딸(주인공)은 외롭다. 모든 공간, 어른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부패하고 비열하다. 그나마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는 몇 장면 안 나오는 의사다. ‘인도주의적’ 중년 의사는 세상사(가정폭력, 학교폭력)를 아는 듯, 고소용 진단서를 발급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소녀는 사랑과 관심에 대한 소망을 포기하지 않고, 작은 관심에도 설레고 상처받는다.
--- '정희진, 지금, 여기의 프리퀄 [벌새]' 중에서

[벌새]는 사랑 ‘받는’ 사람이 피해자임을 보여 준다. 10대의 문제일까, 시대의 문제일까. 은희의 친구, 남자친구, 후배는 모두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필요에 의해 은희를 사랑의 대상으로 이용한다.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대체재가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극단적인 개인의 시대지만, (인권 개념에서) 개인은 그 안에서도 다른 누구로도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존재여야 한다. [벌새]는 그렇지 않은 현실을 보고한다. (…) 사랑은 윤리적인 사람만이 시도할 수 있는 행위다. 가족은 이러한 윤리를 제도로 대신하려는 체제다.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호주제 폐지 운동 당시의구호대로, 가족을 지키는 것은 성姓이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이다.
--- '정희진, 지금, 여기의 프리퀄 [벌새]' 중에서

AB 좀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여자‘아이’였을 때, 나는 정말이지 여자아이인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자란 60년대는 여자아이인 동시에 삶을 누리고 인격을 가진 인간이 된다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였다. 내가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아이들과 나를 동일시하지는 않았다. 뭐랄까… 당시 ‘여자아이’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인 쪽에 가까웠다. (…) 사실 어렸을 때 나는 남자와 소년들만 그림으로 그렸다. 남자들은 항상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멋지고 흥미로운 일들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말하자면 나는… 그런 식으로 나의 여성성을 대체해 버렸다. (여성이라는) 비존재로서의 미래를 마주하기가 너무나도 괴로웠기 때문에 스스로 가진 여성성을 무시했던 거다. 내가 봤던 모든 여성 캐릭터들처럼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 '김보라, 앨리슨 벡델, 여성, 서사, 창작에 대해' 중에서

AB (…) 그즈음 어머니는 동성애적 욕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에 출연했고, 나는 첫 생리를 했다. 사회적으로는 워터게이트사건이 터졌는데, 모두들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사건이 동시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일기장을 다시 읽고 나서야 겨우 알아차린 거다. 이 모든 일이 두 달 남짓 사이에 벌어졌다. 이상한 동시성synchronicity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BK ‘이상한 동시성’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나도 내 인생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다리가 붕괴되고, 북한의 지도자가 죽었고, 내가 중학생으로 보낸 마지막 해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 어쨌든, 나에게도 1994년은 무척 ‘영화적인’ 해였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위대하고도 이상한 동시성’을 발견해 내야 하는 것 같다.
--- '김보라, 앨리슨 벡델, 여성, 서사, 창작에 대해'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부문 그랑프리상
트라이베카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관객상
국내외 영화제 25관왕 영화 [벌새]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숙한 데뷔작”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한 편의 시처럼 섬세한 영화! 일상으로 시대를 경험하게 한다”
-제28회 이스탄불국제영화제

“이 영화를 다 보고도 누가 벌새를 가냘프다고 하겠는가, 허약하고 부실한 것은 알고 보니 이 세상이 아니던가. 1994년 성수대교를 보라. 감독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서둘러 속편을 내놓으라. 은희가 감자전 꼭꼭 씹어 먹고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지 보고 싶다. 저 속절없이 끊어진 다리를, 날아서 건너는 갈매기가 보고 싶다”
-[아가씨], 박찬욱 감독

“마침내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어린 소녀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
-[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

“자신감 넘치는, 우아하고 절제된 성취! 부드럽고, 아프고 현명하며 끝내 희망적인 영화”
-[피아노] 제인 캠피온 감독

“넋을 잃을 만큼 매혹적인 작품! 가장 정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
-『펀 홈』, 앨리슨 벡델 작가

“은희와 동시대를 살아갔던 그때의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애도할 수 있는 작품을 비로소 만났다”
-『쇼코의 미소』, 최은영 작가

“해소되지 못한 시간과 사연이 여전히 예민하게 꿈틀대는 듯한 영지의 얼굴. [벌새]라는 세계는 끝내 완전히 알기 어려운 이 얼굴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 『감정과 욕망의 시간』, 영화평론가 남다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국가의 꿈. 서울 강남은 그 몽상의 끝점이었다. 〈벌새〉는 이 몽상 안의 세계를 살아가는 은희가 사랑하고 상처 입던 순간들을 소환한다”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변호사 김원영

“이 영화의 역사성은 1994년 가족과 학교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통증과 폭력의 일상을 그려 낸 데 있다”
- 『페미니즘의 도전』, 여성학자 정희진


국가주의, 학벌주의, 가부장제, 강남 개발과 계급 격차, 국가적 재난…
‘공기’처럼 잠잠히 사회를 감싼 ‘고통’을 어루만지며
그치지 않은 ‘사회적 기억’을 지금, 여기로 드리우는 서사와 시선들!


김보라 감독은 작가의 말을 통해 어느 날부터 반복되던 중학생 시절의 꿈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시나리오와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깊숙이 ‘내 이야기’인 것은 결국 다른 이의 이야기가 된다는, 가장 구체적일수록, 그것은 가장 보편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학교와 학원, 가정과 그 밖에서 중학생 은희가 맺는 관계를 서사의 한가운데에 두고도 그저 ‘한때’로 그치지 않은 한국 사회의 고통과 상흔을 드러내 보이는 힘, 그 고통을 어루만지는 [벌새]의 힘이‘한국 사회’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벌새-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에는 사회와 영화, 시나리오 속 서사를 함께 읽는 네 편의 글을 수록해 공기처럼 잠잠히 우리를 감싸 온 정서를 ‘사회적 기억’으로 기록하고, 현재적 문제로 바라보게 한다.
영화평론가 남다은은 은희와 단짝 친구 지숙이 각자 오빠에게 당했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일상적인 폭력에 대한 두 소녀의 관성과 체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분노가 꾹꾹 눌러 담긴” 가장 끔찍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장면으로 꼽는다. 지숙의 얼굴 곳곳을 물들인 멍처럼 가시적인 폭력의 증거들 말고도 은희의 유일한 공감자인 영지의 자못 침울한 얼굴, “겨우 삶을 견딜 정도만” 빛을 남긴 엄마의 얼굴에서도 폭력의 흔적들을 본다. 소설가 최은영은 그 익숙한 얼굴들에 드리운 폭력과 비존중을, 아프고도 아픈 줄을 의심해야 했던 모든 ‘은희’들이 품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공감받는 진정한 위로와 애도의 서사를 벌새 안에서 길어 낸다.

전쟁 이후 한시 바삐‘더 잘살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국가와 사회, 가족이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치던 그때를, 변호사 김원영은 ‘우울’과 ‘불안’이라는 정서로 짚어 냈다. 가부장적 가족이 결속하는 중심에 자리 잡은 ‘학벌주의’, 성수대교 붕괴라는 사회적 참사로 종언이 예고된‘한강의 기적’ 같은 무너지는 ‘꿈’, 그 속에서 꿈을 좇던 오빠와 아버지는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애초에 경쟁 바깥으로 밀려난 엄마와 딸들은 그저 우울하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벌새’의 서사를 “지금, 여기의 프리퀄”이라 평한다. 오늘도 사람들은 끊어져 버린 다리처럼 무너져 내린 관계들 속에 ‘가족’이라는 제도로 얽어져 ‘각자’ 외로움에 몸서리친다. 그 외로움과 우울을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쏟아 내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사다리 없는 개천에서 목이 타는 이무기들에게 담임선생이 목 놓아 외치는“노래방 대신 서울대 간다”는 구호는 이미 쓸모가 없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이듬해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90년대를 지나오고도 우리는 계속해서 알 수 없는, 혹은 알지 못하게 된 비극들을 마주하며 어딘가는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는 세계 속에서 끝나 버린 꿈을 그때처럼 좇고 있다. 『벌새』는 1994년의 기억이지만 오늘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현재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숙한 데뷔작”
-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한 편의 시처럼 섬세한 영화! 일상으로 시대를 경험하게 한다”
- 제28회 이스탄불국제영화제

“이 영화를 다 보고도 누가 벌새를 가냘프다고 하겠는가, 허약하고 부실한 것은 알고 보니 이 세상이 아니던가. 1994년 성수대교를 보라. 감독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서둘러 속편을 내놓으라. 은희가 감자전 꼭꼭 씹어 먹고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지 보고 싶다. 저 속절없이 끊어진 다리를, 날아서 건너는 갈매기가 보고 싶다.”
- 박찬욱 ('아가씨', 감독)

“마침내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어린 소녀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
- 린 램지 [케빈에 대하여], 감독)

“자신감 넘치는, 우아하고 절제된 성취! 부드럽고, 아프고 현명하며 끝내 희망적인 영화”
- 제인 캠피온 ([피아노] 감독)

“넋을 잃을 만큼 매혹적인 작품! 가장 정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
- 앨리슨 벡델 (『펀 홈』, 작가)

“은희와 동시대를 살아갔던 그때의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애도할 수 있는 작품을 비로소 만났다”
- 최은영 (『쇼코의 미소』, 작가)

“해소되지 못한 시간과 사연이 여전히 예민하게 꿈틀대는 듯한 영지의 얼굴. [벌새]라는 세계는 끝내 완전히 알기 어려운 이 얼굴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 남다은 (『감정과 욕망의 시간』, 영화평론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국가의 꿈. 서울 강남은 그 몽상의 끝점이었다. 〈벌새〉는 이 몽상 안의 세계를 살아가는 은희가 사랑하고 상처 입던 순간들을 소환한다”
-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변호사 )

“이 영화의 역사성은 1994년 가족과 학교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통증과 폭력의 일상을 그려 낸 데 있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여성학자 )

회원리뷰 (23건) 리뷰 총점9.4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파워문화리뷰 벌새 - 김보라 쓰고 엮음ㅣ 최은영,남다은,김원영,정희진, 그리고 앨리슨 벡델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시**낙 | 2020.03.26 | 추천14 | 댓글18 리뷰제목
영화 벌새를 보고 나서 마음에 파도가 일렁거렸다. 나의 소녀 시절과는 다른 시기, 장소의 이야기지만 나의 근본을 들킨 것 같은 마음, 영지선생님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나의 세계는 더 나아졌을까? 그나마 은희보다는 부모의 관심을 받았고 훨씬 더 나은 환경이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아이들 교육을 위해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살지;
리뷰제목

영화 벌새를 보고 나서 마음에 파도가 일렁거렸다. 나의 소녀 시절과는 다른 시기, 장소의 이야기지만 나의 근본을 들킨 것 같은 마음, 영지선생님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나의 세계는 더 나아졌을까?

그나마 은희보다는 부모의 관심을 받았고 훨씬 더 나은 환경이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아이들 교육을 위해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살지만 떡방앗간한다고 무시당하는 은희의 삶은 힘겹다. 일하느라 바쁜 엄마, 그런 엄마를 두고 춤바람난 아빠, 강북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 부모의 관심밖인 언니 수희, 공부를 잘해 가족의 희망이지만 은희를 마구 때리는 오빠 대환, 단짝 친구 지숙, 남자친구 지완, 후배 유리와 함께 하는 중학시절은 잠깐 즐겁다 오래 쓸쓸하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날라리로 찍혀버린 딱 보통의  중학생 김은희

 

단짝의 배신도, 남자친구의 곁눈질도, 오빠의 폭력에도, 부모의 무관심에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다 한문학원 강사 영지를 만난다. 서울대에 다니는 선생님도 자기가 싫을 때가 있냐고 묻는다.

(은희) "선생님은 자기가 싫어진 적 있으세요"

두 여자의 눈 마주침

이 아이에게 무엇을 말할까, 스산한 얼굴의 영지, 그 침묵을 힘겹게 깨고 영지가 말한다.

(영지)...응. 많이. 아주 많이. 나도 똑같아.

은희, 영지의 말에 놀라서 묻는다.

(은희) 선생님은, 그렇게 좋은 대학에 다니는데도요?

영지, 아이의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영지)... 자기를 좋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

그 말에 마음이 움직이는 은희.

(영지)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도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얼굴에 혹이 자라 수술을 하고 혼자 퇴원하는 은희,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진 자리를 확인하러 간 은희, 은희의 상처는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모두 좋다. 시나리오는 영화에서 생략되었던 장면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고 남다은은 영화를 지지하면서도 약한 점을 이야기하고 김원영의 글은 은희의 마음을 예민하게 포착한다.(그의 책을 사놓고 못 읽었는데 어서 읽어야겠다)

 

나도 힘들 때 가만 가만 손가락을 움직여봐야 겠다. 그래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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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도서 리뷰 [벌새]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고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벌새’ 속 인물 이야기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찻**기 | 2019.12.18 | 추천10 | 댓글9 리뷰제목
도서 리뷰 [벌새]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고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벌새’ 속 인물 이야기들.   이 리뷰는, 나 나름의 가장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속한다. 이 책을 나 스스로 [2019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 위한 이유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또한 왜 어려운 숙제라고 명명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 책이 영화 <벌새>;
리뷰제목

도서 리뷰 [벌새]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고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벌새속 인물 이야기들.

 

이 리뷰는, 나 나름의 가장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속한다.

이 책을 나 스스로 [2019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 위한 이유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또한 왜 어려운 숙제라고 명명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 책이 영화 벌새와 떼어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영화의 이야기와 무관할 수가 없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나처럼 영화와 영화 리뷰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그럼 그 다른 측면에서는? 단순히 일반적인 대중적인 책으로서는 어떤가, 라는 질문에서는? 그렇다면 이 리뷰는 결국 그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쏟아졌다 흩어졌다 모였다 하기를 반복했던 생각의 퍼즐이 합체한 것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작가가 직접 말하는, 영화 제작의 개인사적인 경험과 감정, 그것들이 스며든 과정이 담겨 있다.

2장은, 영화 벌새의 시나리오(무삭제판)가 펼쳐지며.

3장부터 7장까지는 영화에 대한 소설가(최은영), 영화 평론가(남다은), 여성 운동가(정희진), 인권 운동가, 외국 작가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처럼 영화 보기를 좋아하고. 간단한 리뷰일지라도 영화 후 감상평을 꼭 쓰는 이들에게, 이런 구성의 책은 영화에 대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선물을 받은 기쁨이 넘치게 할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도 읽고(이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을 일이고), 영화 감상 평론들도 읽고. 이렇게 하다 보니 실제 138분짜리 영화에 뼈와 살을 더하다 보니, 완연한 장편 소설을 만나는 일이 되어 버린다.

 

특히나 시나리오 작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금상첨화. 아하, 이렇게 간결하게도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겠구나,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물론 덜어내고 빼내는 어마어마한 수정 작업을 거쳐서 이렇게 깔끔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그냥 일반적인 책으로서는 어떤가!

 

이렇게 읽어 보자.

2장의 시나리오를 먼저 읽는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읽는다. 그 다음에 다른 평론가들의 글을 읽어 본다.

그렇게 하다 보면. 오롯이 작가와 직면하는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서사로 원형적인 서사를 만들고자 했던, 가장 구체적인 것으로 가장 보편적인 일상을 보여주려고 했던.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나의 아침독서 포스팅(1217)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시나리오와 작가의 말만 읽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왜냐면, 나는 작가의 말을 서너 차례 반복해서 읽으면서 엄청난 위로를 얻었기 때문이다. 꼭 내 얘기 내 경험 같아서. 영화 속 은희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화해의 방식에서 말이다. 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위로가 되는지 그 과정을 볼 수 있어서, 그래서 또 위안이 되었다.

 

{은희, 허리를 굽혀 조아리며 인사를 한다. 은희가 계단으로 가려는 찰나, 다시 뒤를 돌아본다. 은희, 영지를 바라만 본다. 무언가 기다리는 표정. 은희, 영지에게 뛰어가, 껴안는다.

 

은희 저는 선생님이 참 좋아요.”

영지, 은희의 포옹에 놀란다. 말할 수 없는, 그러나 감격한 표정이다.

 

학원 복도, 두 사람의 긴 포옹. (시나리오, 142)}

 

이 장면에서, 나는 책을 읽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영화에서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책에서는 이 장면에 이 두 사람을 둘러싼 배경이나 바람 소리 같은 것이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어두운 복도 밖, 창밖으로 부드럽고 따스해 보이는 바람결이 느껴진다.

 

책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서 인물을 보면 그 입에서 어떤 대사가 나올지 예상이 되었다. 그리고 영지와 은희의 몇몇 대사는 따라하고 말았다.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 원작과 영화가 따로 노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데 이건 영화와 시나리오가 동시에 상영/출간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보기를 좋아하든, 책 읽기를 좋아하든, <벌새의 영화와 책은 따로 놀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영화 속 이야기와 책 속 이야기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인물의 생략된 심리와 서사는 시나리오로 보충받으면 되고, 시나리오 속 인물의 심리 상태나 감정은 영화 속 인물의 표정과 눈빛, 흔들리는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만나 보면 되는 일이다.(인물들의 표정과 눈빛이 정말 압권이다.)

 

특히 영지, 은희, 은희 엄마, 수희 등 인물들의 표정, 불안한 눈빛들을 따라 가다 보면 내가 동요되고 몰입되고 넋을 잃고 만다는 사실. 그런데 영화를 보게 되면 더욱 불안해지고, 흔들리고, 그러다가 결국 뭉클해지는 경험을 한다는 사실. 그래 이런 것이 위로야라고 설명할 수 있으려나.

 

{선생님, 잘 지내세요? 스케치북 정말 감사드려요. 나중에 만화를 그리면 꼭 선생님 캐릭터를 넣을 거에요. 선생님은 머리가 짧고, 안경을 낀 괴짜 캐릭터로 나올 거에요. 제 예감에 독자들은 선생님을 많이 좋아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외로울 때 제 만화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 선생님,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시나리오, 192)}

 

김보라 작가(감독)는 자신의 글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힘을 주고자 한다. 만화 대신에 영화 또는 문장으로.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달 받은 충만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 작가의 이야기는 어둠을 지나, 새벽의 여명 같은 밝음을 맞이하는 서사로 마무리된다.

또한 상실과 슬픔을 넘어서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깊은 애도이다. 깊은 애도는 상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 무너진 다리를 바라보고 있는 셋. 강물은 너무나도 짙게 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몰아치는 바람 속에 무너진 다리를 바라본다. 뒤로 차들이 지나간다. 밤은 춥고 바람이 세차다. 은희의 볼이 발갛다. (...) 은희,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한다. 짐승처럼 목 놓아 운다. 그 울음에 수희와 준태는 놀라고, 수희도 훌쩍훌쩍 따라 운다. 그런 수희를 준태가 달랜다. 강물을 보며 엉엉 우는 두 자매와 준태} (시나리오. 200-201)

 

억울하고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오빠의 폭력 앞에서도 울지 않던 은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물을 쏟아낸다. 치유의 과정이며 성장통을 겪는 대목이라 여긴다. 누구나 언제나 겪어야 할 성장통, 통과의례의 과정.

어쩌면 은희의 엄마에게도, 영지 선생님에게도 필요했을 성장통 같은 눈물.

그것을 은희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고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벌새속 인물 이야기들.

 

어찌 보면, 이 책은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그 영화에 대한 읽기 자료(평론)를 만나는 것만으로 좋을 일이다. 하나하나가 단편으로서의 재미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심하라. 이 책을 읽다 보면. 특히 작가의 말을 읽다 보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욕망에 빠지게 되니 말이다.

 

나는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책에서 시나리오를 한번 더 읽었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충분히’(아직 영화 속 몇 군데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헤아리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새로운 경험이 나는 참 좋다. 이런 경험을 하시고 싶은 분들, 이 책을 만나시라, 권하고 싶다.

 

그리고!!!

만약에 내가, 어느 소설 작가(영화 감독)와의 인터뷰 등을 하게 된다면,

또는 내가(저자가 되었을 때를 상상하면서) 독자와의 만남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의 제7(김보라 작가와 앨리슨 벡델, 60여쪽의 많은 분량) 인터뷰 내용을 고스란히 따라서 하리라 다짐한다.

 

Q.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이 궁금하다. 형용사나 명사, 아니면 몇 단어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Q. 맞다, 정말이다. 병원 신을 쓰고 난 후, ‘도대체 누가 어린 여자애가 병원에 다니는 얘기에 관심을 가질까?’ 하고 고민도 했다. 심지어 암에 걸린 것도 아닌데. 그러다가 그래픽노블 한 권을 읽게 됐다. ... 질병에 관한 프랑스 그래픽노블인데, 본 적 있나 

 

Q. (당신 참 사과를 잘 받아 내는 것 같다!) 그렇다. 사람들이 내 악마성을 알아보는 것 아닐까 

 

Q. 당신은 몽둥이를 들고 강요하는 유형이 아니다. 최종 편집본의 러닝타임이 얼마나 되나 

 

등등. 재기 넘치는 질문과 답변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영화 벌새의 작가가 전하는 말을 직접 듣게 되는 듯한, 마치 작가를 대면하면서 시네마 토크(영화 상영 대신 시나리오)를 하는 듯한 현장감과 충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9
각성의 길로 인도하는 벌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지*고 | 2019.12.21 | 추천8 | 댓글0 리뷰제목
예쁘지만 예민한 표정의 열네 살 아이, 은희가 현관문 앞에서 벨을 누른다.(p. 17) 아무리 벨을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자 문이 부서져라 두드린다. 분노에 차서 소리도 지르는데, 문득 무언가를 발견한다.(p. 17) 호수가 달랐던 것이다. 멍한 표정의 은희, 자신을 가다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으로 한 층 올라간다.(p. 17) 비로소 집에 도착해 엄마와 마주한 은희는 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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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만 예민한 표정의 열네 살 아이, 은희가 현관문 앞에서 벨을 누른다.(p. 17) 아무리 벨을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자 문이 부서져라 두드린다. 분노에 차서 소리도 지르는데, 문득 무언가를 발견한다.(p. 17) 호수가 달랐던 것이다. 멍한 표정의 은희, 자신을 가다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으로 한 층 올라간다.(p. 17) 비로소 집에 도착해 엄마와 마주한 은희는 아까까지의 사투를 얼굴에서 싹 지다.(p. 17) 엄마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계속될 동안, 카메라는 은희의 얼굴을 응시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은희. 그러나 아이의 얼굴에 여전히 남은 불안함. 흔들리는 눈동자. 어떤 슬픔.(p. 17)

 

무엇보다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문구를 처음부터 각인시킨다고 할까. 물론 영화의 표현은 은근하다. 플롯마저 그렇다. ‘1994년 10월 21일’에 이르기까지 은희의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그 내밀한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평온하다고 볼 수 없다. 부모의 무관심, 오빠의 폭력, 언니의 방황, 남자친구의 바람, 친구와 갈등, 하루하루가 전쟁이 아닐 수 없다. 은희는 그 전쟁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은희가 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이제 혼자가 아니라며 자신에게는 세 명이나 있다고 낙서를 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는 냉혹할 정도로 은희를 다시 혼자 있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를 이야기한다. 은희가 다니는 노래방의 이름은 불어로 ‘함께’를 의미하는 AVEC다. 은희의 마지막 대사도 “네, 모두 다 있어요.”다.(p. 205) 초반에 불안해서 흔들렸던 은희의 눈동자가 옅은 미소를 지니게 된 데에는 영지의 힘이 크다. 영지는 은희를 어린 소녀가 아니라 동등한 인간으로 대한다. 불쌍해 보이는 사람들이 보여도 함부로 동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알 수 없기에.(p. 134) 주제와 맞닿아 있는 대사도 영지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도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p. 136)

 

우두커니 앉아 있던 은희, 문득 손가락을 하나둘 움직여 보인다. 스르르 움직이는 은희의 작고 여린 손. 은희, 손가락을 하나, 둘, 셋 움직여 보인다. 천천히, 마치 손가락을 처음 구경하듯이.

 

창문 너머로 가늘게 들리는 새들의 노랫소리, 피아노 소리, 한낮의 고요.     (p. 197)

 

은희의 손가락은 벌새의 날개와 같다. 손가락의 움직임과 날갯짓, 둘 다 자세히 보면 신기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영지 역시 세상이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고 말한다.(p. 205) 그리고 알 수 없다고. 삶이 희미해진 야광별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만큼 단순하다면 조금 편해질까.

 

(v.o)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p. 204)

 

영지의 이 대사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 답이 아니더라도 살아갈 힘은 될 것 같다. 김보라 감독은 ‘작가의 말’을 통해 “벌새를 만드는 과정은 집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비로소 집을 찾게 되는 과정이었다.”, 라고 토로하고 있다.(p. 10)  우리가 지금 살기 힘든 이유는 집이 없는데 없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자신이 힘들다는 것도 모르고 있을지도. 이 책, 혹은 영화가 각성의 길로 인도하지 않을까 싶다. 각성 역시 쉽지 않겠지만, 꼭 필요한 것 같다. 함께 무언가를 나누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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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4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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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세상에 있는 은희들이 서로를 모른 척하지 않길... 서로의 예민함을 알아주고 안아주길...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채* | 2022.01.02
구매 평점5점
영화를 세 번 봤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었는데도 몰입하게 되는 영화라 시나리오도 구입했습니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무*오 | 2021.02.05
구매 평점5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세상 모든 은희들에게 사랑을 담아......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채* |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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