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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98g | 128*188*10mm
ISBN13 9788955865660
ISBN10 895586566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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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기에게 이토록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는 이 멋있는 낯선 신사에게 대단히 자의식이 강한 모습을 보이려는 것 같았다. 그는 한 번도 건방진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고 항상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이제 그는 행복한 동시에 부끄러운 감정으로 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기꺼이 대화를 지속시키고 싶었으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 p.26

그러나 어제까지 대단히 소중하고 매력적이던 이 모든 것이 갑자기 의미가 없어졌으며, 형편없는 것이 되었다. 어떻게 그러한 물건들을 이 새로운 친구에게 보여 줄 수가 있겠으며, 어떻게 그에게 ‘너’라고 반말을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길이 있을까? 그는 자신이 작고, 어른의 반 정도밖에 안 되며, 성숙하지 못한 열두 살 먹은 아이라는 생각에 더욱더 고통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어린아이라는 것을 그토록 격렬하게 저주한 적이 없었다. 또 성장하기를 그토록 진심으로 기대해 본 적도 없었다.
--- p.40

바로 이 순간에 그녀가 몇 년 동안 무의식적으로 염원했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으리라. 그녀는 사랑이란 모험의 입김을 탐욕스럽게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항상 도망쳤다. 그것은 위험했고, 도발적인 사랑의 스쳐 지나가는 장난이 아니었다.
--- p.59

마침내 그는 순수하고 명백한 감정을 즐기게 되었는데, 그것은 증오와 공공연한 적대감이었다. 이제 그가 부인과 남작에게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에, 그에게는 둘과 함께 있는 것이 끔찍하게 복잡한 엽기적 즐거움이 되었다. 그는 그들을 방해하고, 결국에 가서는 적개심으로 똘똘 뭉친 힘으로 그들에게 저항하려는 상상을 하며 즐거움을 느꼈다.
--- p.87

그는 말 뒤에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말이란 것은, 텅 빈 채로 부풀어 오른, 단지 색깔만 화려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삶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어른들이 아이를 속이기 위해 마치 범죄자처럼 몰래 도망가는, 그런 행동까지 마다 않게 하는 그 끔찍한 비밀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p.103-104

이것은 어린아이가 맞이한 투쟁이었다. 그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광증 속에 억압되어 있던 분노, 초조함, 불쾌함, 호기심,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 그리고 최근에 겪은 배신의 충격이 이제 가슴에서 튀어나와 눈물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마지막 울음이자, 가장 격렬하게 터뜨리는 울음이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동시에 쾌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는 자제하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리며 모든 것을 뱉어 내듯 울었다. 신뢰, 사랑, 믿음, 존경 ― 어린 시절의 모든 것을.
--- p.105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에드거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어제 행했던 습격이 결국 부당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들은 벌을 준비하는가, 혹은 새롭게 자신을 멸시하려 하는가? 무엇인가가 일어나야만 했다. 그는 그것을 느꼈다. 어떤 두려운 일이 곧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들 사이에 다가올 뇌우로 인한 숨막히는 불안감이 있었다. 번갯불이 일어나야 해결될 두 개의 상반된 극의 전자적 긴장이.
--- p.143

혼자가 되어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자, 모든 것이 훨씬 더 악의적이며 야비하게 보였다. 어제까지 다정하게 술렁거렸던 나무들은 이제 갑자기 주먹을 쥐고 위협하는 것 같았다. 그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낯설고 알 수 없는 것인가? 거대하고 알 수 없는 세계 앞에서 이렇게 혼자 있다는 사실이 아이를 어지럽게 했다. 그렇다, 그는 아직 이러한 일을 감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은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다.
--- p.154

한 시간 전에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제 수천의 비밀들과 의문들을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나쳐 보냈음을 느꼈다. 그리고 빈약한 지혜가 삶의 첫 번째 단계에서 비틀거리며 세상에 다가가고 있음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점점 더 그는 용기를 잃었고, 더욱더 불확실해진 작은 보폭으로 역으로 걸어갔다.
--- p.157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어둠의 풍요로움을 알게 된 이후, 삶의 초조함 따위는 모두 사라졌다. 그는 처음으로 오늘 벌거벗은 것을 본 것 같았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수천의 거짓으로 은폐되지 않고, 완전히 육감적이고 위험한 아름다움 속에 자리 잡은 것이었다.
--- p.181

모든 것이 너무도 달콤했다. 어둠 속에서 생각을 거듭하다가 꿈속의 형상들과 조용히 뒤얽혀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기분 좋았다. 그는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조용히 무엇인가가 오는 것 같았으나,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감고 거의 잠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숨을 쉬면서 자신의 몸 위에 얼굴을 대고 있는 것을 느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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