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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숟가락 - 날마다 어머니를 낳는
2. 거울의 비밀 - 당신의 뒤편 3. 의자 - 꿈꾸기를 즐기는 종족 4. 반지 - 우주의 탁자 5. 촛불 - 마음이 가난한 자의 노래 6. 못 - 황홀한 통증이 뿌리 7. 시계들 - 꽃피는 모든 심장 속의 8. 바늘 - 숨은 자의 글썽이는 꿈 9. 소라 껍데기 - 몽유의 문 10. 부채 - 집 속에 든 날개 11. 손톱깎이 - 송곳니의 기억 12. 걸레 - 저물고 뜨는 것들의 경계를 흐르는 입김 13. 생리대 - 깃발, 심연의 꽃자리 14. 잔 - 속의 꽃과 술과 차와… 15. 쓰레기통 - 부정된 것들을 긍정하는 자의 힘 16. 화장대 - 아름다운 꿈 17. 지도 - 시간과 공간이 함께 잠드는 뜨락 18. 수의 - 어둠과 빛 사이의 찬란한 배내옷 19. 사진기 - 빛의 방을 떠도는 헛것들을 위하여 20. 휴대폰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저김선우
관심작가 알림신청Seon Woo Kim,金宣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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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의 뒷면은 안 보이는 것의 정면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다만 사랑이 여기 실린 사물들을 존재의 앞마당으로 불러냈다고 믿고 싶지만, 고백하건대 이 역시 나를 찾아 떠난 여행에 다름 아니다. 내게 말을 빌려준 사물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청자이길 바랐으나, 그들이 오히려 내 말을 더 많이 들어주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오래오래 생각해서 힘겨웁게 나오는 한마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내가 놓여있는 공간을 나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물들이다. 때때로 내가 사물들을 관찰한다기보다 사물들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그런데도 나는 오래도록 고민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건넬 말을 기꺼이 받아줄 만한 사물과 만나야 한다. 내가 말을 걸어도 그가 자기 속내를 보여줄 의사가 전혀 없다면 곤란해진다. 사물의 속내란 내 무의식의 속내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수줍거나 완강한 자기 보호벽을 지니기 십상이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말 거느냐에 따라 글의 운명이 달라지곤 한다.” -본문 ‘걸레’ 중에서 『김선우의 사물들』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 둘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여개 물건들을 시인의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빚어낸 ‘사물事物'의 이야기다. 시인 김선우가 빚어낸 새로운 사물들은 더 이상 이전의 ‘그것’이 아니다. 그이의 사유 속에서 새로 빚어진 사물들은 자신에게 테두리 지워진 경계를 비틀고, 넘어서고, 몸피를 확장하며 고정되어 있던 우리의 인식을 환기시킨다. 오랜 관찰의 결과로 빚어진 통찰의 힘 숟가락은 뜬다. …… 뜬다는 것은 모신다는 것이다. 양손 혹은 한 손을 둥글게 오므려 샘물이나 약수를 떠 마실 때, 그 행위는 단순한 ‘먹기/마시기’를 넘어선다. 물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켤 때와 행위의 결과는 같다 하더라도 과정은 다르다. 찰나일지라도 그 순간에는 어떤 경건함이 스며있다. 무엇인가 숟가락으로 떠서 입속에 넣을 때 우리는 반드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무엇인가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속에 넣을 때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 할 필요는 없다. 손을 오므려 약수를 떠먹을 때처럼, 숟가락은 공경을 내포한다. -본문 ‘숟가락’ 중에서 이것은 오랜 관찰의 결과로 빚어진 통찰의 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은이의 사물에게 말걸기는 아주 독특하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산문의 틀을 벗어나 시인 듯하면서도 잠언인 듯 소설인 듯하고 그러면서도 산문인 듯하다.” 더구나 시인의 사유는 여성의 문제, 삶과 죽음의 문제, 노소·미추의 경계, 대량생산, 물신주의와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현시대의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윽하고 섬세한 통찰의 힘으로 ‘여기’를 돌아보며 ‘거기’를 꿈꾸게 하는 시인의 언어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말랑말랑한 힘’을 지녔다. 제 7차개정교과서 ‘비상교육’과 ‘창비’ 중학교 국어에 본문이 실리게 된 것도 이런 ‘힘’을 반증하는 것일 테다. 할 수만 있다면, 프루스트가 사랑한 마들렌 과자 맛의 신비처럼, 저 얄쌍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휴대폰을 맛있는 커피 한잔과 함께 먹어치웠으면 좋겠다.…… 관계 맺기의 떨림과 설렘을 야금야금 먹어치워 온 휴대폰을 커피에 적셔 부드럽게 으깨어 먹는 상상을 하면서 나는 킬킬거린다. 그간 우리 생활 속에서 휴대폰이 먹어치워 온 감각의 세부들이 내 혓바닥 위에서 살금살금 다시 살아난다. 내 상상은 내친 김에 한 발짝 더 나간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어야 마땅하다고 믿어지는’ 휴대폰을 폭신폭신하거나 말랑말랑한 질감의 소재로 모조리 바꿨으면 좋겠다. - 본문 ‘휴대폰’ 중에서 텍스트에 귀속되지 않으며 독립적으로 살아있는 그림 초판과 달리 개정판에는 우창헌 화백의 그림이 더해졌다. 우창헌 화백은 『김선우의 사물들』을 읽고 스무 개의 사물들에 대한 화가 자신의 해석을 그림에 담았다. 단순한 삽화의 개념을 넘어 글과 그림이 독자적이면서도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냈다. 글의 내용을 잘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사뭇 다른 화가의 해석이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에세이집이자 화집으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게 된 『김선우의 사물들』의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