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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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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10g | 140*200*18mm
ISBN13 9791190147095
ISBN10 119014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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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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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나이가 좀 들다 보니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신경 쓰기보다는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나에게 집중해서 내가 행복한 방향으로 살고 싶다. 설사 그 방법이 폼생폼사에게는 좀 모양새가 빠지는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무슨 상관인가. 인생은 한 번뿐이다. 한 번 더 사는 건 고사하고 이미 지나왔던 시간도 되돌리지 못한다. 이 시간 역시 언젠가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가 된다. 지금 내가 사는 이 순간은 좋건 싫건 어쨌거나 다 지나간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간다는 사실 자체에 골몰하거나, 그냥 빨리 좀 지나가버리기만 바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순간순간이 어떤 방법을 써도 다시 살 수 없는 그런 시간이다.
--- pp.62-63

어쩌면 나와 당신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으며 그 어떤 것도 선명하지 않아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모든 게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어떤 괴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하더라도 나에게 선택할 여지가 있다면, 그 선택에 따라 기뻐도 하고 슬퍼도 하면서 살고 싶다. 눈 감는 그날, 이 세상 정말 잘 놀다가 간다는 느낌이 들면 그걸로 됐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남은 시간을 그저 늙음을 향해 하루하루 걸어가지는 않겠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마흔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다짐이 아닐까. 하나 더 바란다면 앞으로도 내게 재미있고 유혹적인 것들이 잔뜩 남아 있으면 좋겠다. 사는 내내 심심하지 않도록.
--- pp.76-77

마지막 사랑에서 참 많은 날을 지나왔다. 그리고 이제는 지나간 사랑의 그림자나 그늘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써도 좋은 날이 온 것 같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또 한 번의 사랑이 온다면 그때는 마흔이라는 지금의 내 나이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흔이니까 이래야 하지 않을까, 마흔이 되었으니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이런 생각은 내가 스스로에게 씌운 굴레일 뿐 아무도 내게 그렇게 살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나이를 혹은 그 나이에 맞는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 pp.130-131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은 커다란 무언가가 아닌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인지도 모른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당장 응급수술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조차 우린 우리의 속옷이 멀쩡하기를 바라고, 들것에 실려 가더라도 옷차림은 후줄근하지 않게 갖춰 입고 싶어 한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한 생명을 낳는 숭엄한 순간에도 우리의 몸을 어디까지 오픈할지에 대한 결정권이 필요하다. 큰 상황에 비하자면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이 결국은 나를 그리고 내 친구들을 인간답게도 또 인간답지 못하게도 느끼게 한다.
--- p.182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상처받을 것에 대한 염려나 걱정을 내려놓으면 인간관계를 맺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여태까지 떠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 관계도 언젠가는 끝나겠거니 하면서, 결국 끝에 가면 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새로운 관계 맺기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관계가 꼭 영원하거나 오래가야 진짜일까. 어쩌면 사람 ‘인(人)’ 자에서 기대어 있는 두 사람은 서로서로 계속해서 파트너를 바꾸며 서 있는 건지도 모른다.
--- p.190

바닥을 한 번 짚고 올라온 나는 내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 알게 되었다. 전에는 늘 오늘 같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확신했고, 그렇게 살기 위해 언제나 노력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믿음이었는지 이제는 안다. 세상에는 노력할 수 없는 일도 있고 더구나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절망만 남은 것은 아니다. 대신 내가 얻은 것은 일상의 감동이 아닌 감사함이다. 내가 이렇게 무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예전에는 몰랐었다. 다 내가 잘나서, 조금 부지런해서, 당연해서 그런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고 도파민이 줄어들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 덕분에 지금은 그게 실은 엄청난 행운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지금의 내 안녕은 절대 당연하지 않다.
--- pp.2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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