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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

아빠가 육아를 시작한 후 바뀐 것들

: 육아는 왜 엄마만 해야 하나요?

리뷰 총점10.0 리뷰 18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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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62g | 128*188*18mm
ISBN13 9791189584511
ISBN10 118958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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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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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임신하고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어릴 때 철이 없었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을 생각하지 않은 채 이것저것 사 달라, 이것저것 시켜달라며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많이 박았다. 배 속의 아이가 날 철들게 했는지, 어머니께 지난날 가슴 아프게 해드렸던 모든 일에 대해 사과드렸다. 어머니는 “너는 손자에게 따뜻한 아빠가 되어주렴. 그게 부모에게 잘하는 거란다”라며 나를 더욱 감싸 주셨다. 나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난 후로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아빠는 돈 많이 벌어 오는 아빠일까, 많이 놀아 주는 아빠일까?’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래, 많이 놀아 주는 아빠! 즉 매일매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아빠가 좋은 아빠다.’
--- p.20

아내는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감을 느끼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창밖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집에 머무는 자체가 너무 괴롭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불면증에 시달렸고 점점 예민해졌다. 결국 우리는 정신건강의학과에 상담을 받으러 갔고, 산후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상담 받는 내내 아내의 진지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내는 모유 수유를 지속하기 위해 약 처방을 거부했다. 의사 선생님은 약물 치료 외에 다른 방법을 소개하면서 혹시 출산 전 직장을 다니셨다면 다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아내는 고개를 휙 돌리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뭐지, 이 느낌은?’ 아내가 직장에 다니려면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해진다. 그런데 날 쳐다본다는 건? 그렇다. 내가 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일하러 가고 싶어?”
“그래도 돼?”
아내가 직장에 다녀도 되냐고 묻는 순간, 이미 나의 육아는 시작되었다.
--- p.48

출장을 다닐 때마다 유모차를 챙길 수 없어, 아기 띠를 하고 지하철을 이용했다. 그렇게 10개월을 생활하다 보니 목, 어깨, 허리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예상외로 세상은 참 냉정했다. 아이를 업고 있으면 자리를 양보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남자인 나도 벅찬데 나보다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한 엄마들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유모차를 가지고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주로 승강기를 탔는데 젊은 사람이 왜 엘리베이터를 타느냐면서 욕설을 하는 어르신들도 계셨다. 그때마다 얼마나 야속하고 섭섭하던지. 물론 대다수 어르신은 ‘어쩌다 애 아빠가 애를 데리고 다니노’ 하면서 애처롭게 봐주셨다.
--- p.82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숨통이 턱턱 막혀왔다. 어떻게든 이 답답한 가슴을 풀고 싶어 늦은 밤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가 ‘회사 생활이 힘들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 개인 사업하는 사람들 다 죽을 맛이다’ 등 다양한 넋두리가 펼쳐졌다. 나도 그 틈을 타 육아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말하면 “너 육아한다고 고생이 많나 보다. 그래, 육아 힘들지”라며 위로해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달랐다.
“뭐가 힘든데? 네 자식 네가 좋아서 키우면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가슴 속에서 열이 확 올랐다. 그런데 나는 바보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들이 이런 아빠의 마음을 알면 얼마나 슬플까 싶어서, 또 구구절절 내 상황을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 p.139

나는 이 모든 갈등이 육아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이해와 배려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아이를 하나만 낳아 기르는 사람들이 많다. 저출산이 심각한 국가 문제로 대두될
정도다. 이렇다 보니 타인을 배려하기보다는 내 아이만 귀하게 여기는 이기심이 자칫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른바 민폐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육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음식점, 카페에 아기 기저귀를 갈아 줄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울며 보채는 아이를 끌어안고 화장실을 찾아 헤맬 수도 없고 비위생적인 화장실 바닥에 아이를 눕히고 기저귀를 가는 일도 불가능하다. ‘맘충’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아이를 기르는 데 얼마나 적합한 환경인지 돌아보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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