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나 조류, 동물의 암컷과 수컷 사이에서도 신기한 이야기가 벌어집니다. 특히 ‘수컷’에 주목해보면, 왠지 유감스러운 생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단독으로는 자손을 남길 수가 없는 ‘수컷’의 필사적인 행동과 노력의 끝을 보면 가여움과 비애가 느껴지지만 결국에는 ‘남자’와 ‘여자’의 존재가 지구상의 생물이 진화하는 데 있어서 훌륭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다양성을 논의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성별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의문과 호기심이 각 성 차이의 인정으로 이어져,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머리말 중에서
왜 남성의 자살률이 높을까
현대 사회는 남성도 여성도 살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다이옥신과 같은 나쁜 호르몬이 방출되고, 남성의 여성화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나 활성산소를 많이 받는 생활로 남성도 여성도 매우 약한 생물이 되었다. 남녀 모두 성욕을 잃어 아이를 낳으려는 의욕이 사라지고, 그 탓인지 이성 간의 트러블도 세계 각지에서 증가했다. 현대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실은 우리가 만들어낸 ‘문명’ 그 자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이다.
--- p.17
인기를 얻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는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면역계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한다. 볏이나 육수가 커지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늘어나 당연히 건강에는 부담이 된다. 그러나 볏이나 육수를 크게 만들어 암컷을 유혹할 수 있다면 면역 저하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테스토스테론을 분비시켜 이성에게 인기를 얻으려 한다. 결국 수탉은 생명을 내놓으면서까지 필사적으로 인기를 얻으려고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다.
--- p.54
생식기의 상식을 뒤집은 곤충 네오트로글라
연구팀은 끈기 있게 네오트로글라의 교미 형태와 교미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네오트로글라는 곤충의 일반적인 교미와는 달리 수컷 위에 암컷이 올라타는 자세로 교미하는데, 암컷이 페니스 모양의 교미기를 가지고 있어 이것을 수컷에게 삽입하는 형태라는 것이 밝혀졌다. 네오트로글라의 교미 시간은 약 40~70시간으로 매우 긴데 이 긴 구속 시간 중 암컷은 자신의 페니스에 열린 관을 통해서 수컷으로부터 영양이 들어간 캡슐을 정자와 함께 받는다. 수컷이 이러한 영양 증여 등의 생식 코스트를 들이기 때문에, 암컷은 빠른 페이스로 재교미를 할 수 있다. 또 암컷은 그 영양을 둘러싸고 암컷끼리 경쟁하게 된다.
--- p.100~101
인류는 ‘수컷’을 미련 없이 버리는 걸까
유니패런스라는 도마뱀의 어느 개체가 수컷 쪽이 되는 것일까 조사해보면 배란기 전에는 암컷으로, 배란이 끝난 후에는 수컷으로 행동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유니패런스라는 도마뱀은 단지 암컷만으로 ‘여성의 동산에서 레즈비언 행동’을 하면서, 종의 보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니패런스는 교미를 하던 조상과는 달리 수컷이 불필요해졌다. 이 예를 통해 인간들도 앞으로 오랜 시간이 흐르면 남자라는 존재를 버리고 마침내 여자들만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청결화를 지속해온 끝에 맞이하게 된 정자 수 감소와 저출산이 그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 p.122
언어를 얻은 인간은 어디로 향하는가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공존해온 생물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몸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되었다는 의미이고, 우리 몸속에서도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와 공생해온 장내 세균이나 토착 세균의 중요성은 책을 읽고 항상 공부하는 여러분이라면 모두 잘 알 것이다. 언어 능력을 얻은 인류는 대화, 책,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번영해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 파괴나 멸종 문제는 매우 절박하다. 또 세계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나 분쟁 등의 문제도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p.176~177
‘유감스러운 수컷’이야말로 인류 멸종을 막는 핵심이었다
1장, 2장에서 본 수컷과 암컷의 언뜻 바보처럼 보이는 밀당, 유감스러운 수컷의 행위?암컷을 등쳐먹는 수컷과 생식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수컷, 성을 바꾸는 생물들?그 모든 것은 생물로서 다양성을 지키고, 멸종을 피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한 방법이었다. 여러 가지 수컷의 유감스러운 행위야말로, 원초적인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생명을 이어오게 한 원동력이다.
---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