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기이하다. GDP니 국가경쟁력 지수니 하는 온갖 지표들은 나날이 세상이 더 풍요로워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모두가 힘들다 지친다 아우성이다. 행복해질 방법을 가르쳐주는 멘토는 차고 넘치지만 감동은 순간, 정작 눈을 떠서 맞이하는 아침은 또 다른 쳇바퀴 돌리기의 시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신적 빈곤이다. 여기 생의 이유도, 살아갈 목적도 잃은 채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해하는 우리에게 보내는 헤르만 헤세의 메시지가 있다. 헤세는 삶의 목표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등 세기를 뛰어넘는 작품으로 큰 감동을 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다. 그는 진정한 행복을 찾고 싶다면 다른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말고 오직 자기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삶이 이유 없이 불안한 까닭도, 충족감 없이 매일을 보내는 까닭도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겐 저마다 타고난 운명의 길이 있다. 그러나 그 운명은 누군가 쥐고 있는 것도, 어디에 숨겨져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 방식이며 매순간 택해온 행동이 모두 모여 내 운명으로서 내 마음속에서 살고 있다. 내 자신이, 바로 내 운명인 것이다. 헤세는 자신의 운명을 찾도록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헤세와 함께 새 아침을 시작해보자. 운명을 발견하고 운명의 길을 걸을 때, 우리의 세계는 비로소 풍요롭고 아름답고, 진정 행복한 곳이 된다.
고독한 시간 속에서 자신을 완성한 헤세 철학의 정수를 만난다
일찍이 헤세의 『데미안』을 번역해 우리나라에 소개했던 전혜린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한 번은 미치게 만드는 책. 왜 우리는 『데미안』을 읽고 또 읽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읽어야만 했는가?” 그녀의 말대로 헤세의 글은 수많은 사람을 매혹했다. 그의 글을 탐독한 독자는 누구나 자아를 탐구하는 법을 알게 됐고, 살아갈 의지를 다졌으며,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백 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읽는 이의 인생을 바꾸는 헤세의 글. 그의 문장에 대체 무슨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번역을 뛰어넘는 번역’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 책의 편역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헤세의 철학이 가진 특별한 힘을 강조한다. 헤세의 작품은 세계대전의 포화 속, 어느 때보다도 인간이 비천하고 미래가 암울했던 시대에 탄생했다. 헤세는 극단적 애국주의를 강요하는 나치스에 굴복하지 않은 대가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의 선함을 신뢰했다. 평범한 사람 한 명이 밭을 갈고 빵을 굽고 사소한 일을 해나가며 자신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려 노력할 때 이 세계가 변화될 거라 믿었다.
막막한 현실, 운명은 날 괴롭히려 작정한 듯하다. 그러나 헤세 철학을 프리즘 삼아 다시 내 인생을 바라보자. 운명은 마치 엄마가 아이를 키우듯, 인생에 고뇌와 기쁨을 징검다리처럼 놓아 우리를 한 발자국씩 나아가도록 돕고 있다. 온 우주에서 단 한 번뿐인, 유일무일한 존재인 내가 ‘온전한 나’로 성장할 것을 믿고 눈앞의 길을 걸어가자. 아침에 일어나 헤세 철학의 정수가 담긴 글을 매일 한 편씩 읽는 것, 인생을 바꾸는 하루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